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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손에 아무것도 쥐지 못한 채 떠날걸

삶에 와서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통받고 그로 인해 행복했던 '퀴어'

by 강아

루카 감독은 챌린저스로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에 보이는 퀴어에 대한 지속적 등장은 감독 스스로도 그 삶을 살아왔음을 보인다.(추측) 그는 어두운 펍에서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다가간다. '우울해 보이는데'라고 말을 건다. 공허한 눈빛의 상대방은 '우울하지 않다'라고 한다. 파트너는 가재 목걸이를 하고 있다. 파트너가 웃을 때 깨진 이가 보인다. 그들은 허름한 모텔에서 관계를 한다. 주인공은 오랄을 해주고도 파트너에게 돈을 줄까 망설이는 태도를 보인다. (만족하지 않았단 뜻) 파트너는 일이 있다며 먼저 모텔을 나선다.


SHIP 카페에서 그는 유진을 만난다. 유혹하듯 유진을 보며 춤을 추지만 유진은 가뿐히 여성과 테이블에 앉아 그를 무시할 뿐이다. 그런 유진에게 상처받지만, 그다음에는 유진을 집에 초대한다. 누구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주인공의 안절부절못함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유진은 탐색하는 듯싶더니 '침실을 구경할래?'란 말에 호기롭게 끝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던 유진은 결국 그간의 것을 구토를 한다. 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지만 유진은 '나한테 토 냄새 안 나요?'라며 결국 리의 키스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서로를 탐한 둘은 리가 계속 만남을 청하는데도, 왠지 유진은 여자와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시간을 나눠주지 않는 모습이다. 그때마다 리는 '나와 남미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을래? 모든 비용은 내가 낼게'라며 유진에게 제안하지만, 유진은 일에 가야 한다며 차갑다. '일을 가지 않으면 돈을 줄게. 남미에 가서 모든 여자를 만나도 좋아 일주일에 두 번만 내게 시간을 내준다면'이라고 하지만 유진은 대답이 없다.




결국 애원하듯 '여행은 옳으니까'라고 말하는 유진의 승낙을 얻어낸 이후 둘은 남미로 떠난다. 리는 지독한 약중독자였고, 약중독자는 아편을 구하다가 결국 병원에 가게 된다. 단번에 의사는 약중독자임을 알고 결국 내준 처방전엔 죽지 않을 만큼의 약이 기재되어 있다.


만족스러운 밤을 보내고 나서 리는 유진을 점차 더 요구하지만, 유진은 아침을 먹을 때조차 치근거리는 리를 참을 수 없다. 리는 본인의 요구가 과했음을 안다. 유진을 갖기 위해 ship카페의 지분을 사야겠다고 말하거나, 여행의 비용을 내겠다고 하는 걸 보면 그는 재력이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유진은 아무것도 없다. 리는 돈은 있지만 젊음은 없고 약으로 황폐해진 자신, 변태의 유전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하는 자조만 남아있을 뿐이다.




모든 약을 섭렵한 리는 신비의 명약을 찾으러 밀림으로 향한다. 그 약은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전해진다. 물어물어 수풀의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 여주인은 총을 들고 둘을 위협한다. 야헤를 찾으러 왔다는 리의 말에 여주인은 알겠다며 발에 걷어 차이는 나무뿌리를 달여주고, 리와 유진은 '별거 아니잖아'라고 답한다. 뒤이어 극심한 고통으로 심장을 토하는데, 그 이후로 그 둘은 서로를 포옹하지만 피부가죽에 묶여 결코 하나로는 합일되지 못하는 환각을 겪는다. 다시 원상태로 복귀했을 때, 마담은 '며칠 더 있어. 그런 둘은 처음 봤어. 한번 열리고는 그 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어'라고 설득하지만, 둘은 열대림을 떠난다.


유진이 항상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이젠 리가 든 채 쓸쓸하게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리는 유진의 행방을 쫓지만 육군장교와 멀리 떠났다는 말을 들을 뿐이다. '리 너를 만나러 간다는데?'라고 동료는 말하지만 결국 리와는 함께하지 않음을 '그 둘이 함께하지 않는 현실'로 알 수 있다. 나이가 더 든 리는 호텔에서 베드에 누워 있다. 눈을 떴을 땐 건물을 축약한 미니사이즈가 눈앞에 제시되어 있고 그 건물을 들여다봤을 때 본인이 그 안에 있다. 정신의 심약함으로 현실과 상상이 혼재되는 모습이다. 축약된 건물의 리가 한 방으로 들어갔을 때 열대림에서 봤던 뱀이 뫼비우스의 띠로 머리가 꼬리를 먹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유진의 환영을 보았을 땐, 유진은 처음에 낯선 이방인 파트너가 하고 있었던 가재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난 게이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던 유진이지만, 결국 리의 관념 속엔 가재 목걸이를 한 퀴어 표식으로 유진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게이의 정체성을 가졌던 리는 혼자 죽어갈 뿐이고 그런 그에겐 방의 모든 소지품이 없는 빈 공간으로 나타날 만큼 '아무것도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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