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영화마니아라고 하면서 쇼생크탈출은 왜 지금 봤는가. 아마 익숙하지 않은 쇼생크란 단어, 그리고 탈출이라는 어감이 쉽게 내 2시간이란 가치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가뜩이나 내 삶도 머리 아픈데 감옥이란 상황으로 녹아들어 가기 싫은 마음도 있었던 듯하다.
사회 부유층이 누명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설정으로부터, 그리고 그가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사회완 다른 곳에서 겪는 누명과 불합리함은 인간의 삶은 얄궂게도 우연(운)이라는 걸로 지옥에 떨어질 수도 있단 걸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과 기질로 마치 아우슈비츠에서 사람들이 생존했던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얀 막을 입고 보호받는 것처럼 보였다는 동료의 말은 마치 어떤 사람을 봤을 때 고상하고 아우라가 풍겨 나오는 걸 의미하는데 역시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 그건 그 사람의 행동, 어투, 언어로부터 표현되는 가치관의 총체적인 합일 것이다.
희망은 가져서는 안 되는 거라고, 그건 이뤄질 수 없는 거라고 말하는 장기 복역수에게 희망은 좋은 거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결국 행동으로 그걸 보여준다.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숨죽여 봤던 건 그가 그 결과를 맞기 위해 했던 20년간의 복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가 있는 자리에서 상황을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 자신에게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동료애를 이끌어낸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마음을 움직였던 건 그게 우리네 삶과 다른 게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자신의 재능을 나눈다. 소중한 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 전진한다. 꾸준함과 본인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 나를 바꿀 수 있는 긴 시간에 침식되지 않는 모습'이 그런 사람을 닮고 싶다고 느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