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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바뀔때 상황은 변한다

거짓말처럼 오는 사람, 기회, 영화, 책

by 강아

막상 집에 있으면 몸은 익숙하고 편한 것만 찾아서 숏폼에 절여지고 그런 게 쓸데없단 걸 알면서도 지속하게 된다. 그럼 진짜 멍청이가 되는 것 같아서 차라리 긴 호흡을 보자라는 생각에 영화를 선택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많이 들었지만 영화를 본 건 처음이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확실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가'이다. 그래서 보통은 영화를 보기 전 나무위키를 돌려본다. 블록버스터는 선호하지 않고 흔히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영화를 보려고 한다. 어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시간에 무력해지지 않고 잠시나마 시간을 잊을 수 있는 게 영화를 보는 목적이다.




그래서 찾아본 줄거리는 학원물인데, 대한민국의 입시상황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보기로 했다. 그건 내가 겪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마따나 주인공들은 유명 사립학교에 입학하여 대입을 위한 불쏘시개로 쓰이는 입장이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자식을 알려고 하기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을 가지기를 원하는데 한 선생은 학생들의 프레임을 깨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선생 하나만 있어도 학창 시절은 견딜만한 것이 된다. 시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고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선생은 좋은 대학을 가길 원하는 학부모에게는 볼썽사납다.


점차 그런 선생에게 교화되어 가는 학생이 늘어가고, 선생이 속해있던 'dead poet society'를 계승해 나가며 전통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본인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려고 하는 학생은 결국 본인이 원하는 연극을 선택하고 그로 인해 성과 또한 보인다. 하지만 부모는 그걸 용납할 수 없다.




내 상황과 겹쳐 보여 더욱 몰입했다. 고등학생 시절,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면 재미없는 공부는 견딜 수 있어라고 생각했고, 아버지가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고 하니까 순진하게도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피아노는 취미로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면서, '음악으로 돈을 어떻게 벌려고 해?'라는 생각으로 나를 체념시켰던 것도 사실이었다. 부모님의 말도 일리는 있다며 그것에 반항해 볼 생각은 현실을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눌렀다.


화가 났던 건 극 중 아버지의 태도였다. '내가 널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데, 나는 가지지도 못한 기회였어'라며 자식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말리기는커녕 단지 '가서 자라'라는 말로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보단 순간을 모면하려는 비겁함을 보인다. 그게 우리 가족과 너무 비슷했기에 마치 주인공처럼 분노했고 극 중 주인공의 결과와 지금의 나와 다른 게 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극 중 선생은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지만 소년이 부모에게 말했을 때 결국 아버지는 변하지 않을 것임을, 그 공고한 벽을 깰 수 없을 것임을 무력하게 받아들이고선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가 다른 건 단지 순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을 입학 후엔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었고 남들이 좋다는 걸 따라 하다가도 금방 그만두곤 했다.




열정을 갖는 건 계속해서 음악이었다. 하지만 남들이 '그걸론 돈이 안돼'라는 말에 동화되어 어느새 사회적 잣대로만 생각하게 된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선망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그게 뭐란 말인가? 결국 내가 만족하고 있지 않았다. 안정적인 새장에 갇혀 시지프스처럼 고행을 행하고 있다고 느끼기만 한다. 그렇게 노년이 되었을 때 내 삶은 누구에게 보상받는가?


이젠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실패는 역시 두렵다. 하지만 실수로 이뤄지는 게 인생이란 사실도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왔고 삶은 거짓말처럼 이럴 때 나의 가치관이 반영된 영화, 책, 사람들을 인생 속에 던져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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