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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Aug 02. 2024

청소와 회사일에 대한 고찰

중독 혹은 강박

본가에 살 때는 청소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내방 청소를 할 때마다 돼지우리라고 칭했지만 내 눈에는 방의 더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온 집안이 머리카락 천지라고 했지만 떨어진 머리카락 또한 보이지 않았다.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일 테다.


직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며 처음 갖게 된 자취방은 낡은 원룸이었다. 2500만 원의 소박한 금액이었지만 그 금액은 2년간 푼돈을 모아 마련한 전세금이었다. 집이 낡아서 내가 청소를 하든 하지 않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막 썼더니 한 번은 집을 내놓을 때가 되어 집을 본 중개사가 좀 치우고 살라고 했다.


조금 더 큰 집으로 옮겼을 때쯤엔 집이 5년 이내의 신축이어서 조금씩 집을 꾸며갔다. 마침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조그만 그림을 걸어놓았더니 분위기가 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필 받아서 서랍을 갈아엎고 물건들을 그냥 '거기 있는 자리'가 아닌 '있어야 할 자리'에 놓으니 사진으로 찍어 남에게 보여줄 정도가 되었다.


현재 퇴근 후의 루틴은 머리카락을 돌돌이로 제거하고 밀대로 민 다음, 빨래를 돌리고 화장실 청소의 순서로 흘러간다. 화장실 청소는 물때 제거가 중요한데 변기에 빨간 곰팡이나 세면대의 그것들을 한 번씩 제거해 주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또한 샤워부스의 물방울자국을 지우려고 온갖 유리세정제, 녹방지제, 락스 등 좋다는 건 다 썼는데 안 지워져서 심각하게 청소대행을 맡겨야 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다이아몬드세정제로 해결했다. 그걸 끌대로 긁으면 지워진다. 온갖 검색을 거쳐 해결방안을 찾은 그때 정말 기뻤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정돈된 집안환경이 하루종일 고생하고 온 나에게 위안으로 다가왔다. 머리가 아프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청소 루틴을 한번 돌리면 쾌감이 대단하다. 생각해 보면 청소는 하면 깨끗해진 게 눈에 보이는데 회사에서 하는 일은 보고서를 더 예쁘게 만드는 게 뭐가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한 채 일을 하니까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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