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두 달에 한 번씩 반찬을 가져다주러 내려온다. 솔직히 반찬 없어도 되지만 엄마가 해주고 싶어 하니까 그러려니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솔직히 좀 나가기 귀찮았다. 하지만 집에 있으면 생각만 많아지지 결국 시간이 돼서 마중하러 나갔다.
엄마는 예쁘다. 근데 만나서는 그녀에게 막상 그 말을 안 한다. 무뚝뚝해서 빈말을 잘 못하고 물론 엄마한테 빈말이 아니지만 좋아, 이뻐 같은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한다. 날이 더워서 반찬을 먼저 집에 들러 냉장고에 넣고 밥을 먹으러 갔다.
엄마는 역시 내가 결혼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은근히 회사에 직원 아들이 나이가 사십인데 결혼을 안 하고 맨날 해외로 돌아다니기 바쁘다면서 핸드폰대리점을 해서 돈은 많다고 했다. 동료 아주머니와 엄마가 만나서 하는 얘기는 자식얘기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겠지 뭐. 그건 결국 자식자랑일 것이고. 나야 현실에서 그 남자 만나도 연인으로 발전되진 않았을 테지만 엄마는 은근히 과년한 딸과 그 사람의 자식과 만나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절대 안 만나지.
엄마는 아버지가 맨날 세일한다고 먹지도 못할 많은 양의 사 오고, 그 음식물을 처리하는 게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할머니가 고령이라는 이유로 제사를 장남의 집에서만 지내고 막상 제삿날에는 할머니집에 딸들이 가서 있다 오는 걸 나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엄마는 그래도 할머니도 자기 제사 치러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없애야 하는 거 아냐?'라고 나는 항변하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을 해도 안 듣는다며 엄마는 그 많은 음식물을 또 꾸역꾸역 저장해 놓는다. 그런데 욕하다가도 아버지가 당이 있어 살이 많이 빠졌다며 걱정하는 걸 보면 이미 이해의 영역은 넘어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도 내가 결혼은 했으면 하는 의향을 은근히 묻곤 하는 엄마를 보면 걱정시키는 건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늦은 나이에 결혼한 미자같이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고 그 시기에 만난 사람과 떠밀리듯 결혼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지나온 인연 중에 생각해 보면 괜찮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 눈이 높아서 다 떠나보내긴 했지만, 아직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단 기대는 저버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주의 힘으로 1. 음악을 좋아하거나 연주하는 사람 2. 따듯한 애정표현을 잘하는 사람 3. 자기만의 무기가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길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