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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Dec 12. 2024

가족모임이 있을때마다 생기는 분노

이번주는 할머니 생신이다. 아버지는 전형적 가부장 면모를 가진 사람이다. 본인이 다 돈을 벌어왔고 자식을 먹여살렸으니 본인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태도다. 어릴때는 참고 살았지만 성인이 되고나서 물리적 거리를 둬서 이제는 그 꼴 안봐서 지금은 혼자사는 나는 조용한 집안을 한순간 지각하고 행복을 느끼곤 한다. 수틀리면 집을 다 부숴놓고 지 좃대로 깽판쳐놓는 사태에 예전엔 겁을 먹었지만 이제는 막장으로 싸운다. 가만있으면 더 지랄한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역시 그는 명절이나 할머니 생신같은 때 본인이 직접 전화하지도 않으면서 동생을 시켜 오는지 물었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얼마전 막내고모랑 통화하다가 '할머니 이제 예전같지도 않으시고 얼마나 더 볼지 몰라'라는 회유에 '알겠어요'라고 했다.


가기 싫은 이유는 정작 내 삶에 관심도 없으면서 툭하면 묻는 '결혼안해?'란 말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웃음으로 면피했는데, 미친개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삔또가 나가면 소리를 멋대로 지르며 악쓰는 스타일이었다. 회사에서도 그래서 이제는 아무도 날 건들지 않는다. 타인이 아무리 지 좆대로 해도 나도 내 좆대로 하면 되기 때문에 이제는 안참는다. 그렇게 참아온 말들은 두고두고 돌아오는 길에 뇌리를 잠식했고 이제는 내 무의식에서도 존재하는지 불현듯 그 상황이 생각나면 화가 나서 과속하거나 큰 소리로 음악을 듣거나 달리기를 했다.


정말 내 결혼에 관심이 있었다면 진즉에 누굴 소개라도 시켜줬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노력도 안하면서 그냥 고모도 지 좆대로 말하는거다. 본인이 결혼했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에는 결혼안하는 여자는 이상하게 봤으니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결혼해놓고선 본인이 겪은 불행이니 나도 겪어야 한다는 논리인가? 그녀가 자식을 낳아서 똑같이 어떻게든 지 자식을 사회적피라미드의 상위에 위치하게 하려고 특목고를 보냈다가 지 딸은 그때 이미 공부에 질려버려 결국엔 학부는 나와 동일하다. 그녀가 내 삶에 관여하는 것처럼 내가 집안행사때마다 지딸에게 '취업은?' '학점은?' 물으면 지 딸도 표정을 일그러뜨릴텐데 그런 개인적인 것을 관심이라는 말로 묻는 그녀는 메타인지가 안되는 사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가 집안행사때마다 지 수틀리면 단번에 그 자리를 파괴해버리는 시바같아서 이미 아버지는 왕따라는 것이다. 본인 기준이 다 옳아서 타인이 이룬 성취는 무시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학벌, 직업, 정규직 따위가 아니면 그 인생은 그냥 쓰레기인거다. 아버지도 친가 가면 대학나와서 변변한 직장이 없이 학원강사하는 조카를 만나면 말은 안하지만 이미 그의 표정과 말에서 그런건 무시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생각엔 그런 아버지의 면모가 사람들을 다 돌아서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나조차도 등을 돌렸으니. 그래서 고모도 그에 대한 무의식의 반발이 그 자식인 내게 화살이 꽂혀 지랄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말 참을 수가 없다. 할머니도 명절때면 어머니를 소처럼 부려 먹으면서 나보고는 결혼하라는 말도, 본인 삶이 정답인 줄 알고 나를 그 틀에 끼워 맞추려는 고모도 이번엔 '씨발 어쩌라고요' 개차반을 만들고 올 생각이다. 가족은 누가 보지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두고두고 잔상에 남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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