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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안한데 쓴 사과메일

by 강아

저번주 감사원이랑 싸운 것 때문에 팀장이 나보고 사과메일을 쓰라고 했다.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고 쓰기도 싫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한 시간 뒤에 썼냐고 재촉을 하는 것이다.


하얀 창에는 '죄송합니다'가 적혀 있었다. 그것도 성의 없이, 미안하지 않은데 미안하다 하는 것처럼 쓰인 단어였다. 온몸으로 쓰기 싫어를 외치고 있었지만 보스는 내 자리에 와서 불러주기 시작했다.


불미스럽게, 와 같은 단어를 쓰다가 그는 안 되겠는지 쓰던 문장을 자기에게 보내라고 했다. 결국 그걸 적어서 다시 쪽지에 회신을 그는 보냈다. 첨부자료를 보낼 때 같이 보내라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맞는 팀장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굳이 사과메일을 쓰게 하는 그의 저의가 짜증이 났다. 이런 꼴 보기 싫으면 퇴사하는 게 맞지만 또 월급으로 인해 꾸역꾸역 다니고 있다.


파이어족이 부럽다. 싫어하는 사람의 면상과 목소리를 겪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좋아하는 것, 좋은 사람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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