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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지 못한 것에 대한

by 강아

마음에 품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연락이 왔을 땐 그녀의 여자 친구가 그의 헤어지잔 말에 손목을 그었다고 말한 뒤였다. 그동안 '그 여자애와는 헤어지지 못하겠구나'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친구라서 만난것처럼 가장하고선 네가 좋다고 고백하고 온날은 그가 그의 전여자 친구와 헤어지지 못한 상태였다. 난 고백을 함으로써 그가 내게 오길 바랐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일 년이 지나도 그에게선 어떤 뉘앙스가 없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내게 잘 지내냐고 보낸 안부연락이 그가 전여자 친구와 헤어진 시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나는 '다른 사람에게 위안받았다'라고 말을 했다. 그건 말 그대로 위안이었지 누군가를 만나고 있던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그에게 연락을 한다/안 한다를 세고 있다가 결국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랬던 건 자존심 때문이었다. '네가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어' 그건 '내' 생각이었다. 그완 이미 연락을 하지 않은지 3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오길 바랐다. '우리 사이가 그렇게 잊힐 사이는 아니잖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내 생각이었다. 우린 이미 망각된 사이가 되었고 난 결국 그에게 굴복하여 연락하고 말았다.


그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됐다는 이유로 한 연락에 그는 마치 어제 연락한듯한 반가운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가장 묻고 싶은 게 그거였는데 그 사람이랑 계속 만나고 있는지, 그는 하지만 고통스럽게도 전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고 내년에는 결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무얼 말하고 있는지, 그가 뭘 말하고 있는지 모르게 마치 백색소음의 정적이 흘렀다. 결국 그와 '만나고 싶단'생각에 전화를 한 거면서, 그는 그동안에 이미 다른 사람을 만나서 관곌 이어나가고 있는 동안 나는 멍청하게 그게 연락이 올 거라고 짐작만 하고 있으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던 것이었다.


그가 예전에 보낸 연락이 내게 시작하자는 전초였는지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난 기회를 놓쳤고 시간은 무심히도 흘러 지금이 되었다. 그와 지금껏 시간이 엇갈렸다면 내가 기다려서 그 수레바퀴를 맞추겠다고 생각해 놓고선 결국 아무것도 안 한 셈이 된 것이다.


결국 난 혼자 남겨지는 건가, 우린 아무것도 아니었던 건가, 막상 그를 만나고 오면 또 세상 다 잃은 표정을 하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을 거면서, 넌 아무렇지 않게 일상의 말로 날 칼로 찢어 놓고 난 그걸 주섬주섬 주워서 멍하니 있다. 정말 갖고 싶은 건 갖기가 어렵고 결국 내가 사랑이라 생각한 이것도 소유욕인 걸까. 갖지 못하기에 이렇게 안타깝고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게 되는 걸일까. 난 그의 무엇이 좋은 걸까, 그리고 날 좋다고 한 사람은 나의 무엇이 좋았을까. 그가 가진 사회적 지위, 돈 같은 게 결국 좋은 건가. 그게 없어진다면? 하지만 너무 공고해서 없어지지도 않을 그의 부. 결국 타인이 가진 부가 아니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나와, 그럼에도 진실한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순된 나. 숨을 쉬는 것이 고통스럽다. 막상 그를 만나게 되선 멍청하게 웃고 있을 나도 혐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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