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따라 삼천 년 / 호르무즈 VS 트로이

by 장덕영

호르무즈

영어도 아닌 요 단어, 요즘 모든 뉴스 첫 머리에 뜬다. 전쟁 때문이다. 어떤 넘 둘이 작당하여 남으 나라에 쳐들어가 으름장을 놓았는데 씨도 먹히지 않는 바람에 판이 커져, 주변을 지나던 새우들 등딱지만 터진다. 이딴 일이 어디 이번뿐이랴. 저 높으신 창조주께서 혼돈과 흑암으로부터 흙을 거르고 '선한 본성'을 불어넣어 '보기 좋게' 빚었더만, 맨날 쌈박질이요 서로 해하는 짓거리 투성이니 ‘광야에서 그리스도를 시험하려던 그 악마성'이 어디 가랴. 앙그라 마이뉴 !


동방

필자가 브런치에 올린 글 제1호가 바로 동방여행이다. 마태복음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려 박사 세 분이 선물보따리 꾸려 왔다는 그곳 동방은, 고대 헬라문명에서 바라본 '해 뜨는 방향'의 레반트지역 이집트 페르시아를 지칭하던 용어다. 동방박사는 페르시아에서 온 분들이니, 참 사이 좋던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다. 페르시아 키루스왕*을 메시아라 칭했던 이스라엘이 2500년 지난 지금, 페르시아(이란)를 치니 오호 통재라 ! 옛날엔 들기름에 심지 넣고 불 지펴 살았지만 이젠 세상 모든 나라가 저 중동 땅의 시커먼 기름에 의존하여, 저놈들 싸움에 멀쩡한 사람들이 치명적 타격을 입더라.

*키루스왕 / 기독 성경의 고레스왕. 역대기 마지막과 에스라기 도입부에 '바빌론 유수'로 끌려온 유대인(역사책에는 끌려온 모든 이방민족)을 돌려보내는 이야기가 두 번 반복. 기원전 539년경.

*키루스 실린더 / Cyrus cylinder 기원전 539년 키루스 2세의 바빌론 정복 후, 아카드어 설형문자를 음각으로 새긴 '세계 최초 인권 선언문'. 신바빌론 나보니두스왕의 실정 비판, 정복지 백성들의 신앙 존중, 바빌론에 억류된 이민족 해방, 파괴된 성소 재건 허락, 바빌론 주민들의 평화 보장, 노예 노동 금지, 강제 노역 금지 등 인권 존중을 명시. 당시 유대인들은 저 페르시아의 키루스대왕을 메시아라 아니 부를 수 있었겠는가만, 시간 흐르면 그것도 옛일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뭐 이런 입장이라, 이스라엘은 거대 공화국과 손잡고 조상의 메시아고 뭐고 없이 다 때려부스더라.


The British Meseum 에 보관 중인 키루스 원통 (22x10cm) 이걸 또 영국이 가져다가 자기네 박물관에 보관하네. 참나 …

조로아스터교

검정교복 입고 배웠던 세계사 속의 배화교. 불을 숭상한다 하여 세상 어디든 그들 사원엔 작게라도 불을 지펴 꺼지지 않게끔 한다. 그들 사원에 들어가면 일년내내 후끈하다. 기원전 6,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키루스2세와 동시대 인물로 추정하기도 하나, 대개 기원전 2천년대쯤이란 게 일반적이다.

조로아스터의 모국어인 아베스타어에서 이름 표기는 메이비 Zaraθuštra였을 테다. 고대 이란어에 이르면 Zaratuštra로, 다시 변하고 변해 Zoroaster가 되었을 거다.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요로케 말했다'의 그 이름도 여기서 나온다.

아후라 마즈다와 앙그라 마이뉴를 등장시켜, 선악의 우주적 대립 구조 속에서 인간이 올바른 이성을 통해 스스로 선택함을 강조한다. 선과 악, 천사와 악마, 최후의 심판, 그리고 부활과 영생까지 언급한다. 최종적으로 모든 악이 정화되어 영원한 낙원이 도래한다. 와우, 빤타스틱! 어디서 많이 든던 이야기다.


아후라 마즈다

선한 세상을 창조한 선신 아후라 마즈다. 요 양반 이름을 요로케조로케 읽다 보면 오르무즈, 호르무즈로 들리는가. 호르무즈 기원에 관한 썰인데, 앞뒤 한 자씩 빼내고 보면 '후라 마즈'. 뭐 그럴싸하기도 하다. 11세기경 오만에서 바다 (이번 전쟁으로 알게 된, 폭 40여 km 좁은 그 해협) 건너 이주해 온 어떤 양반이 이란 남해안에 쪼그맣게 세운 왕국이 있는데, 현재 페르시아만 입구에서 해상무역을 주도했던 아랍계 호르무즈 왕국에서 유래한다는 썰도 결국 그 이전부터 이미 아후라 마즈다의 구전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Βόσπορος(Bosporos)

소ox를 말하는 Bos와 통로pass를 의미하는 poros, 소의 통로라니 이게 뭔 소린가. 우선 그리스 신화 이오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이오는, 아르고스의 왕이며 모든 강을 다스리는 신 이나코스의 딸로 이쁘기 그지없다. 이러면 제우스는 애가 탄다. 그는 단숨에 지상으로 내려와 사랑을 심는다. 나머지는 뻔하다. 마누라 헤라의 질투...제우스는 발각될까 구름으로 변신하고...자신과 이오의 모습을 구름으로 가리지만, 아니 맑은 날에 웬 뜬금없는 구름? 들키자마자 이오를 허연 암소로 변신시켜 버리지만 이 역시 '여자의 촉'을 어찌 빗겨 가랴. 헤라가 그 암소를 달라 하니, 마지못해 넘겨준다. 마눌 이기는 자 있음, 나오라! 하튼 이오는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넘겨지고...제우스 충복 에르메스/헤르메스가 아르고스를 죽여 백 개의 눈을 뽑아 공작 꼬리에 붙여줬다는 뭐 그 이야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끝내주게 유명한 이야기다. 메타모르포시스!

아르고스를 잃은 헤라의 분노는 다시 이오에게 향하고, 너무 미워 소의 피를 빨아먹는 등에를 보내 괴롭히게 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몸에 찰싹 달라붙어 피 빨아먹는 등에 때문에 이오는 결국 바다를 헤엄치고 산과 해협을 건너간다. 이오가 건넌 바다는 이오니아해, 이오가 건넌 해협은 ‘소가 건넌 여울’이라는 뜻의 보스포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이오는 나일 이집트 땅에 이르고, 이오를 만나지 않는 조건으로 헤라는 이오를 용서한다. 제우스가 이오를 다시 사람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더니 나일강의 여신으로 승진한다. 이오는 제우스의 아들 에파포스를 낳았는데, 후에 이집트의 왕이 되어 행복하게 오래 살았다는 아름답고 아름다운 동화다. 원스어폰어타임!


보스포러스해협의 폭은 세계에서 가장 좁다. 바람둥이 제우스의 외도 플라스 마눌님 헤라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이오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지도에서 보듯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잇는 물길이며, 마르마라해와 에게해를 잇는 다르다넬스해협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경계선 역할을 한다. 다르다넬스해협 그 끄트머리에 바로 트로이가 있다.

깨알 지식 / 윈스턴 처칠이 해군장관이던 시절, 러시아로 향하는 보급로 차단(후방공격) 및 오스만제국을 전쟁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다르다넬스해협을 통과하여 콘스탄티노플을 압박하고자 한다. 독일 지원을 받는 오스만투르크는 해안포와 기뢰로 해협을 철저히 봉쇄한다. 지금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설치한다는 게 우연일까. 하튼 연합군 함대는 해협 돌파에 실패, 감행한 갈리폴리 상륙 작전이 무스타파 케말의 오스만군 저항에 막혀 진격하지 못한다. 작전 실패로 처칠은 해군장관 직에서 사임하고 한동안 정계에서 위기를 겪는다. 거대 공화국의 어떤 양반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까.




TROY

트로이 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세상이 하 수상한 이즈음 묻지 아니할 수 없다. 트로이 전쟁의 진짜 원인이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 납치사건일까. 이번 중동전쟁을 봐서 알겠지만, 아니 우리 피부에 와닿는 예를 들면 쉬이 알 수 있겠다. 1592년 임진왜란. 저 대륙 명나라를 치려는데 길 좀 비켜줄래? 조선땅 좀 밟고 지나가야겠다? 일본 쓰메끼리상, 빠께쓰상, 벤또상이 삼겹살 구워 먹기 좋은 솥뚜껑 부대를 이끌고 온다.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 손자병법 맨앞에 나오는 전쟁의 다섯 요소다. ’도‘는 이른바 명분이다. 명분이 옳아야 백성들에게 신임받는다. 그럼에도 태반의 전쟁 명분은 언제나 개소리로 들린다. 국내불만이나 국정과실에 대한 여론을 따돌리려는 것에 불과하다. 이번도 마찬가지고. 자자, 그만 흥분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에게해 인근 (웹인용)

흑해에서 마르마라해 거쳐 에게해로 빠지는 해상무역로의 경제적 이권 및 트로이의 패권(覇權)을 노리는 그리스 연합군의 영토 확장 욕구(4년 전, 로서아露西亞의 우크라이나 침범과 흡사)가 일합을 겨루어야 할 때가 온다. 당시 밀 생산지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시칠리아, 이집트 나일 요 정도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저 우크라이나에서 에게해로 나오려면 다르다넬스해협 트로이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다. 호르무즈 통과선박에 통과세를 물리겠다는 욕심의 3,000년 전 버전이다.

그리스 식민지 트로이가 요로케 까불어 대니 뭔가 한번 손을 봐줘야겠는데 '껀수'가 없던 차, 하참 기막힌 스토리가 나오지 않았던가. "트로이의 파리스왕자가 메넬라오스 마누라를 납치해 갔다!" 와우, 이런 대박 이슈가. 메넬라오스는 그리스 총사령관으로 있던 형 아가멤논을 찾아가 호소한다. (마누라 없어졌다고 형한테 찾아가는 빙신)

"오케이, 굿!" 아가멤논은 이때다 싶어 배 1,000척을 띄워 트로이로 향한다. 무려 10년간 싸워댄다. 더 깊은 이야기는 <일리아드><오딧세이아>로 넘어가서 한다. 짜자잔~~

그리스는 막대한 부를 약탈하고 무역로를 확보한다는 Not 윤 어게인 But 원스어폰어타임 어게인!




삼천 년 흘러 지금, 호르무즈는 누구의 손아귀에 들 것인가! 악의 대표, 앙그라 마이뉴는 세상을 지배하려 허구한 날 전쟁을 야기한다. 인간은 그저 고난 속에 삶을 버티고 이어나간다. 오늘의 우리 이야기다.



에필로그 / 온갖것에 자기 이름을 붙이려는 자가 있다. 트럼프타워를 시작으로 트럼프 국제공항, 트럼프 케네디센터, 트럼프 평화연구소, 트럼프 금화까지. 갑자기 로마황제가 떠오른다. 극에 달한 ’트림’ 씨, 감히 그리스도 성상에 자기 사진 넣었다가 온 세상 비판에 하루도 안 돼 삭제하더니 사흘 후 강도를 낮춰 자기 어깨 위에 손 올린 그리스도를 게시한다. 지겹고 역겹다. 맴시멈 휴브리스!

뭐든 자기 이름 넣기 좋아하는 그를 위해 필자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참에 우리나라의 대표 욕설, 이른바 K-욕설 ‘개 xx’의 개대신 그 이름을 넣어 보았으나, 애들교육에 안 좋아 그만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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