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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Nov 04. 2022

[전북] 향적봉에 오르다.

덕유산 곤돌라

오늘은 다시 무주 여행이야기로 돌아왔다. 적상산 전망대에 이어 오늘은 무주의 중심, 정신적 지주 역할을 튼실하게 하고 있는 덕유산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의 목적지가 되는 곳, 산을 좋아하든 스키를 좋아하든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덕유산이다. 우리는 덕유산을 어떻게 여행했는지,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려고 한다. 


[덕유산 곤돌라]

방문일자 : 2022.10.02(일)

탑승권 가격 : 왕복 18,000원(성인 기준), 네이버로 할인가 예약 가능(최소 하루 전 예약) 

주차비 : 무료 

특이사항 : 3월~9월은 선착순 운영(당일 티켓 판매) / 그 외 기간에는 사전 예약제 운영 (당일에도 티켓 구매 가능) 



무주를 여행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가 바로 덕유산일 것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산세와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산이다. 그 외에도 무주에는 역사가 꽤나 깊은 스키장이 있어서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덕유산은 많이 친숙할 것이다. 스키장이 거의 없는 남쪽 지방에 있는 스키장이라 남쪽 지방에서 스키를 타러 많이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여름 피서지로 너무도 유명한 구천동이 바로 덕유산 자락에 있는 계곡으로 여름이면 수많은 피서객이 이곳을 찾는다. 나도 몇 년 전에 가족과 함께 구천동으로 피서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명성만큼이나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으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덕유산은 사계절 모두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봄이면 꽃을 보러, 여름이면 피서로, 가을이면 단풍 놀이로, 겨울이면 스키나 보드를 즐기러 찾아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덕유산을 왜 찾아간 것일까. 등산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나와 짝꿍인데도 덕유산을 굳이 찾아간 이유는 이곳에 케이블카가 있기 때문이다. 덕유산 케이블카는 곤돌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타고 있으면 덕유산 정상 가까이에서 내리게 된다. 등산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산 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산을 우리가 마다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짝꿍은 이렇게 케이블카와 같은 탈 것을 워낙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숙소에서 나와서 곧장 곤돌라를 탈 수 있는 덕유산 리조트로 향했다. 



우리가 덕유산 곤돌라를 타러 간 것이 토요일 점심시간 즈음이라 사람이 어느 정도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나, 곤돌라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이미 꽉 찬 상태였고, 우리는 그 아래 있는 다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조금 걸어가야 했다. 그리고 매표소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10월~2월 기간에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한 사람은 매표소 앞에 바로 줄을 서서 기다리면 되고,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한쪽에 있는 기계에서 예약을 하고 줄을 서거나, 인터넷으로 그자리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예약 번호를 보여주면 곤돌라 탑승권으로 교환해 준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바로 줄을 섰는데 주변을 둘러보니까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온 사람도 꽤 많아 보였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줄을 선 상태에서 사전 예약을 하고 있었는데, 다소 얌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때문에 미리 사전 예약까지 완료하고 온 사람들이 더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줄 밖에서 사전 예약을 완료한 후에 줄을 서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움은 사전 예약을 하고 결제까지 모두 완료한 사람들까지 이곳에서 탑승권으로 교환해야 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결제까지 사전에 완료했는데, 굳이 이곳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탑승권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가 완료되면 QR코드를 보내줘서 이 코드로 바로 탑승할 수 있게 하면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이 줄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도, 미리 예약한 사람도 시간을 모두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덕유산 곤돌라 관계자가 이 포스팅을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보게 된다며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 



"와... 진짜 많이 올라가네? 언제까지 올라가는거지?"


이런저런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약 30분 정도 기다린 후에 곤돌라를 탈 수 있었다. 주말 오후임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덕유산은 최고봉인 향적봉이 해발고도 1,614m로, 우리나라에서 꽤 높은 산에 속한다. 그리고 이 곤돌라는 거의 향적봉 근처까지 올라간다. 즉, 이 말은 곤돌라를 꽤 오래 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곤돌라를 탄 상태에서 높이에 대한 공포심을 이겨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소공포증은 케이블카를 아무리 많이 타도, 전망대에 아무리 많이 올라가도 전혀 고쳐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많이 심한 편은 아니라서 아래만 쳐다보지 않으면 그래도 견딜만 하다. 


곤돌라는 약 20분 정도 올라간다. 상부 정류장에 내려서 건물 밖으로 나가면 아래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느껴진다. 아래에서는 다소 더웠는데, 위에 올라오니까 기온이 많이 낮아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리고 산 정상이라 그런지 바람도 워낙 강하게 불어서, 체감 온도는 더 낮았고 가만히 서 있으면 한기가 금방 찾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추워지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덕유산 곤돌라 상부 정류장에 도착하면 꽤 넓은 공터가 있다. 정류장 바로 앞에는 얕은 단 위에 웅장하게 지어진 한옥 스타일의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은 식당이나 매점과 같은 휴게시설이고 우리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공터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고, 이내 이곳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계속 가던 길을 따라걷기 시작했다. 이곳보다 더 좋은 풍경이 있는 곳, 바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오르기 위해서이다. 



"단풍 들고 있네! 아직 10월 초 밖에 안됐는데?" 

"여기는 산 위라 조금 빠른가봐."


곤돌라 상부 정류장에서 향적봉까지는 약 15~20분 정도 걸린다. 아무래도 산길이라 길이 좁은 편이라 시기에 따라 사람이 많아서 가는 길이 막히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니라 향적봉까지 올라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가을의 자락으로 접어드는 것을 산 위에서는 조금 더 빠르게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단풍이 거의 물들지 않았었는데, 향적봉에 오르는 길에 있는 단풍은 이제 물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시기가 빨라서 단풍을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조금이나마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기분으로 산을 오를 수 있었다. 


계단과 산길을 번갈아가면서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작은 전망대 하나가 나온다. 이 전망대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쉬었다 가는 쉼터이기도 하고,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진을 찍는 사진명소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사실 힘들지가 않아서 쉬었다 간다는 표현이 다소 어울리지는 않지만, 사진을 남기기 위해 전망대로 들어섰다. 다행히도 이곳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별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전망대는 산 아래로 보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향적봉을 바라보는 장소로도 정말 좋다. 향적봉에 거의 다다라서,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의 목적지가 어떤 곳인지를 미리 보고 갈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이 전망대에서 향적봉까지는 불과 5분 남짓 걸린다. 따라서, 이 전망대에 도착했으면 향적봉까지도 거의 다 온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 정상을 찾나봐. 

올라오는 과정은 힘든데, 그 과정을 잊게 해주는 희열이 있어."


전망대에서 조금만 더 올라오면 향적봉에 도착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산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덕유산, 그 산의 정상에 우리가 선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 올라오는 과정의 99%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올라오긴 했지만, 그래도 정상에 도착한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 사소하지는 않았다. 정상에 도착했다는 성취감과, 눈 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풍경 앞에서 물밀듯이 밀려오는 환희의 감정이 온 몸을 점령해 버렸다. 짝꿍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향적봉 위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조용히, 본인만의 흐름과 방식대로 그 순간을, 순간의 감정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비로소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향적봉 위에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특히, 향적봉을 상징하는 돌탑 앞에는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굳이 그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산 정상을 상징하는 돌탑과의 사진도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우리는 우리의 눈을 행복하게 해주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자연이라는 그림을 눈 앞에 두고 감상하기로 했다. 덕유산 향적봉에서는 주변의 산세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지리산까지도 보인다. 우리가 향적봉에 올랐던 이 날은 날씨가 그래도 좋은 편이라서 지리산 능선까지 눈에 들어왔다. 산 정상이라 그런지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는데, 짝꿍이 내려가자는 말을 선뜻 하지 않았다. 추위를 워낙 많이 타는 체질이라 조금만 추워도 잘 견디지 못하는데, 이곳에서는 추위조차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 같다. 아니면 향적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추위조차 잊게 만들었던 것일까. 



추위도 잊은 채 우리는 향적봉에서 정말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바위 위에 잠시 걸터앉아서 너무도 신비롭고 웅장한 주변 풍광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름답다는 말보다 더한 수식어가 있다면, 그 수식어를 쓰고 싶을 정도였다. 그곳에서 충분히 바라본 후에 반대편으로 가서 또 다른 모습의 풍경을 바라보고, 우리는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짝꿍도 향적봉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산세를, 그리고 자연풍경을 끊임없이 감탄하면서 오래도록 감상했다. 

향적봉에서 곤돌라 승강장으로 내려오니까, 곤돌라를 타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약 2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우리 차례가 되었고 곤돌라를 20분 정도 타고 다시 덕유산 아래로 내려왔다. 덕유산 아래쪽에는 꽃들도 꽤 많이 피어있고, 날씨도 많이 따뜻해서 전혀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만 같았다. 이렇게 덕유산 향적봉에 올랐던 우리의 여정이 끝났다. 곤돌라를 타려고 찾아왔는데, 곤돌라를 타고 찾아간 그곳에서 만난 너무도 웅장하고 경이로운 자연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무주를 여행한다면 덕유산 곤돌라는 꼭 한번 타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덕유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곳이니까, 어느 시기에 가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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