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난스 코브(Kynance Cove)
우리는 리자드(Lizard)에서 나오는 길에 카이난스 코브(Kynance Cove)라는 곳에 들렀다. 카이난스 코브는 리자드에서 차로 약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해안가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나도, 짝꿍도 몰랐던 이곳을 짝꿍 아버지가 소개해주셔서 알게 되었고 리자드까지 간 우리가 이곳을 보지 않고 그냥 돌아올 이유가 없었다. 오늘은 리자드 근처에 있는 작은 해변, 카이난스 코브에 대한 이야기이다.
카이난스 코브는 리자드 근처에 있는 곳으로, 바다가 육지쪽으로 살짝 들어간 일종의 만 형태이다. 영어 단어 cove가 이처럼 작은 만을 뜻하는데, 영국 콘월 바닷가에는 수많은 코브(cove)가 있다. 그만큼 해안선이 일정하지 않고 구불구불하다는 뜻이다. 카이난스 코브도 그 수많은 코브 중의 하나인데,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짝꿍 아버지에게 물어봤지만, 가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대답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리자드에서 나오는 주도로에서 좁은 시골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야 하는 곳이지만, 우리는 궁금증을 그냥 궁금한 상태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짝꿍의 아버지는 이곳을 소개해주면서 리자드에서 이곳까지 걸어서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약 한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로 바다를 보면서 걷는 트레킹 코스가 아주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이 걸었기도 했고, 이곳까지 걸어서 가면 차를 가지러 다시 한시간 남짓 걸어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생각해서 차로 이동했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차로 이동해서 카이난스 코브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내셔널 트러스트 직원이 이곳이 유료 주차장임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무료였던 주차장이 내셔널 트러스트가 이곳을 지정하고 관리하면서 주차하는데 돈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콘월 사람들에게 내셔널 트러스트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기관이다.
"와... 여기 파라다이스 같은데? 물이 너무 맑아!"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카이난스 코브 해변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주차장이 해안절벽 위에 있어서 해변으로 가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했는데, 우리는 계단을 내려가기 전부터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계단 위에서 정말 맑고 청량하게 푸른 바다와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우리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바라본 카이난스 코브는 작은 파라다이스를 보는 듯했다. 그만큼 바다와 해변이 아름다웠고, 섬과 절벽이 바다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바다는 매우 잔잔해 보였다. 이런 해안선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바람이 아무리 많이 불어도 이 해변에는 파도가 높지 않을 것 같았다. 카이난스 코브는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바다를 향해 계단과 언덕길을 걸어 내려갔다.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라서 다소 가파른 구간도 있었지만, 바다를 향한 우리의 열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약 5분 정도 내려가면 카이난스 코브의 해변에 다다르게 된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카이난스 코브의 해변은 더욱 아름다웠다. 해변은 정말 작았고, 그 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바다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도 많았고, 해변을 떠나 절벽 아래 숨겨진 장소를 찾아서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해변 위에 펍처럼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앞마당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햇살이 가득한 날에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마시는 맥주는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을까. 궁금했지만, 그 수많은 인파를 뚫고 맥주를 주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주차요금을 두시간 동안만 지불했기 때문에, 한가로이 맥주를 마시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영국은 주차할 때 주차할 시간을 미리 예상해서 해당 시간만큼 비용을 선불로 결제하고 해당 영수증을 차 대시보드에 올려놓으면 된다. 물론 도시에 있는 현대식 주차장은 주차비 결제나 주차 시간 연장을 앱으로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물 안에 들어가서 콘월 바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우리도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그럴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다가 잔잔하고 깊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도 부담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변에는 모래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부모님과 목적없이 뛰어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저렇게 신나게 놀아주는 부모가 되겠다고 서로 다짐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해변의 반대편 절벽에는 꽤 넓은 잔디밭이 평탄하게 펼쳐져 있다. 짝꿍이 반대편에 가보고 오자고 제안했는데, 시계를 보니까 그곳에 갔다오면 우리가 지불한 2시간의 주차시간을 초과할 것 같았다. 주차비를 더 내고 싶지도 않았고, 주차비를 내러 갔다오기도 귀찮았기 때문에 우리는 해변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해변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두시간 꽉 채워서 구경했다. 우리 바로 앞에는 간이 화로에 소세지를 구워먹는 여행객이 있었는데, 그 냄새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오늘은 저녁으로 소세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두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서 짝꿍 가족의 집으로 돌아왔다. 리자드와 카이난스 코브까지, 짝꿍 집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특히 카이난스 코브의 해변 풍경은 하나의 그림처럼 머리 속에 강하게 각인될 정도로 절경이었다. 자차나 렌트카로 콘월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