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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Sep 08. 2023

[코츠월드 여행] 복작복작 코츠월드 마을

스토온더월드(Stow-on-the-Wold)

"오늘은 코츠월드에서 유명한 마을 두 곳을 한번에 가네."

"그러게. 기대된다!"


우리는 버튼온더워터(Bourton-on-the-Water)에서 스토온더월드로 이동했다. 이 두 마을은 코츠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로 손꼽히기도 하고, 두 마을 사이의 거리도 차로 불과 10분도 채 안걸릴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코츠월드를 여행할 때 같은 날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워낙 유명한 마을이라서 우리는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과연 그 기대가 현실로 이뤄졌을까. 그럼 스토온더월드에 대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워낙 유명해서 사람도 많고, 차 댈 곳도 딱히 없네." 


우리는 버튼온더워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 마을로 온 것이기 때문에, 스토온더월드에 오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한창 움직일만한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차가 막히더니,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차들이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주차장이 꽉 들어찬 것인지 확인해보지도 못하고 우리는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마을 중심부를 살짝 벗어나서 골목길로 들어섰다. 원래는 다른 방향에서 마을 중심부로 가보려고 들어선 골목길이었는데, 중간에 차를 댈만한 공간을 발견했고 우리는 지체없이 그곳에 차를 댔다. 그곳에서 마을 중심부까지 어느정도 걸어야 했지만,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걷는 것으로 우리 스스로와 타협했다. 


한적한 골목길에 차를 대서인지 마을 중심까지 걸어나오는 길은 정말 조용했고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렇게 텅빈 골목길을 여러 번 지나자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길가에 도착했다. 큰 길가에 나오자마자 우리 주위를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도로에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객이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면 마을 중심부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마을에서 볼만한 곳을 찾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딱히 지도를 볼 필요도 없이 편하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여행할 때 흔히 활용하는 방법인데, 은근 유용할 때가 많다. (물론 가끔 엉뚱한 곳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서 한 5분 남짓 걸었을까, 이내 마을 중심부가 나왔다. 코츠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작은 시골 마을이라서 그렇게 많이 걸을 필요가 없었다. 



"여기가 중심부인가 봐. 차들만 없으면 정말 멋있는 마을인데, 주차된 차들이 다소 아쉽네." 


사람들을 뒤따라 걷다보니 다양한 상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상점도 있었고, 평범한 옷가게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하지만 옷이나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라도 코츠월드 특유의 영국 전통건물 안에 들어서 있으니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건물의 외형만 바뀌었을 뿐인데 상점의 수준이 한단계 올라간 느낌이었다. 그렇게 상점을 구경하면서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 중심 광장에 도착했다. 스토온더월드의 중심 광장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영국 전통건물이 둘러싸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웅장하면서도 예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다. 그리고 예스러움에서 발현되는 중후한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었는데, 중심 광장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서 그곳에 주차된 차들이 가득했던 것이다. 영국의 가장 전통적인 마을 한복판에 자동차가 함께 보이는 모습이 이질적이었고, 이로 인해 마을의 웅장함이나 예스러운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느낄 수 없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그에 비해 마을의 공간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에까지 주차장을 만들 수 밖에 없던 그들의 선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일부 마을처럼 마을 외곽에 커다랗게 주차장을 만들어놓고 그곳에서부터 사람들이 걸어오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면 마을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을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마을을 이루고 있는 모든 건물 하나하나에는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현재도 새로운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역사의 한 현장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건물도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다웠다. 그렇게 중후한 건물이 가득한 공간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차들이 다니는 모습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오래된 건물이 가득하긴 했지만, 이곳은 마을의 중심부답게 다양한 종류의 상점과 시설이 있었다. 펍이나 카페도 많았고, 은행도 있었으며, 옷이나 기념품을 파는 캐주얼한 상점도 있었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걷던 우리는 어느 한 교회 건물에 도착했다. 멀리서 볼 때는 여느 마을에 있는 교회가 다를 바 없는 교회였는데, 가까이 다가가니까 이 교회의 특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교회의 한쪽 벽면에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서있는 모습으로,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 법한 다소 비현실적이면서 매우 독특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교회 건물을 외부에서만 보고,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영국을 여행하면서 워낙 많은 교회를 봐서 내부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날씨가 좋아서 외부에 최대한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교회 주변에 있는 공원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마을 골목길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지도도 보지 않은 채 무작정 나아갔다. 걷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으면 잠시 들어가기도 했고, 맘에 드는 물건이 눈에 들어오면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기도 했다. 시간이 오래 흘러서 중후한 멋이 가득한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걷는 기분은 다소 묘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우리가 실제로 걷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오래된 건물 안에 매우 현대적인 인테러어가 들어선 상점들은 이질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건물 외관과 내부의 차이가 많은 곳은 이질적인 느낌이 워낙 강해서 오히려 건물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한 건물을 보면서는 무작정 현대적인 느낌이 좋은 것이 아니라, 건물 외관의 모습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어느 정도 걷다보니 마을의 골목골목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어느 골목을 지나더라도 결국에는 마을 중심에 있는 작은 광장으로 이어져서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광장에 가득 들어찬 중후한 느낌이 가득한 건물들은 계속해서 봐도 아름다웠다. 그 안에서 우리 시야에 걸리는 자동차가 여전히 거슬리기는 했지만, 마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왜 코츠월드를 찾는 사람들이 이 마을을 꼭 찾아야 한다고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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