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밍엄 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2022년 영국 여행기를 끝내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장소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내가 대학원을 나온 학교, 버밍엄대학교이다. 영국의 대학원은 1년 과정이기 때문에 이곳은 나의 1년 동안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그래서 작년에 버밍엄을 가게 되었을 때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짝꿍은 버밍엄 시내 구경을 하고 있는다고 해서 나만 잠깐 다녀오게 되었다. 오늘은 글보다는 사진 위주로, 짧고 간결하게 대학교를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나는 기차를 타고 가서 버밍엄대학교역에서 내렸다. 버밍엄 뉴스트리트역에서 단 두 정거장이라서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았다. 기차역에 내려서 대학교를 들어가려면 위 사진과 같은 운하를 건너야 한다. 이 운하를 따라 약 30분 정도 걸어가면 버밍엄 시내에 도착하기도 하는데, 대학원에 다닐 때 가끔 운동삼아 걸어간 적도 몇 번 있다. 물와 나란히 걷는 그 순간에는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전환도 되고 아주 좋았다.
운하를 건너서 들어가면 사진과 같은 모습이 보인다. 그 앞에 아주 커다랑 동상이 하나 있는데 이 동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서부터가 버밍엄대학교의 캠퍼스다. 대학교로 들어서는 문은 꽤 여러개가 있는데, 이곳이 정문이다. 다만 이 주변으로는 대학에 딸린 종합병원과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밖에 없고, 펍이나 식당과 같은 시설은 남쪽 문 근처에 모여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문은 사실 정문인 이곳이 아니라 대학교의 남문이다.
캠퍼스를 걸어가다 보면 정말 높은 시계탑 하나가 보인다. 이 탑이 버밍엄대학교의 상징인 올드조(Old Joe)이다. 캠퍼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서 방향을 찾는 기준점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주변에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도 이용된다. 그리고 중요한 기념일이나 전 세계적인 이벤트가 있을 경우 야간에 조명의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시계탑 아래에는 대학교의 본관 건물이 있다. 타원형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내부가 정말 넓어서, 여러 공간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내가 대학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기도 한데, 바로 이곳에서 학생으로 등록하고 이런저런 입학 절차를 밟았다. 캠퍼스 한가운데 있어서 거의 매일 지나쳤던 곳으로, 오랜만에 방문하니까 그 때의 새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건물 주변으로는 항상 사람이 많았는데, 이 때가 방학 기간이라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조용한 캠퍼스를 보는 것도 좋긴 했지만, 학생들이 이리저리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그 때의 기억을 조금 더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내 발길이 닿은 곳은 학생회관이다. 학생회관은 이름 그대로 학생들의 동아리가 모여있고 여러 학생 관련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하지만 나는 이 건물을 그렇게 많이 방문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영국의 대학원은 대부분 1년으로 학교에 머무는 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굳이 동아리 활동에 가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만에 석사 과정을 모두 마쳐야 해서 사실 공부 이외에 동아리 활동을 할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기도 했다.
당시 한국과 관련된 동아리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겟다. 학생회관 건물 앞에는 인어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꽤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이 나온다. 학생들이 와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한 느낌이 많이 나는 공간이다. 괜찮은 공간이지만 이 장소에 대한 추억이 많이 없는 나는 그냥 한번 둘러보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캠퍼스 중앙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내가 매일 드나들어서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건물로 가보려고 한다. 바로 나의 전공이었던 국제개발학 수업이 진행되었던 무어헤드 타워(Muirhead Tower) 건물(아래 사진)이다. 사실 이 건물은 그렇게 특별한 디자인도 아니고 색깔이 화려한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저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라는 사실 외에는 자랑할 만한 건물은 솔직히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건물에서 1년 동안 수업을 들었고, 그 안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건물 내부는 학생증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들어가 볼수는 없었다. 건물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라도 마시려고 했지만, 방학이라 그 카페마저 문이 닫혀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내가 두번째로 많이 머물렀던 공간, 바로 도서관이다. 사실 버밍엄대학교 도서관은 꽤 멋드러진 건물로 유명하다. 원래는 오래된 도서관이 있었는데, 그 도서관을 허물로 새로운 도서관을 지은 것이다. 내가 2016년에 입학했는데, 그 때는 완전 새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 건물 옆에는 원래 도서관 건물이 있었고 당시 철거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새로와서 보니까 그 공간에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완전히 변한 공간을 보면서 시간이 흘렀음을 체감했다. 다른 건물이나 공간은 다 그대로여서 그 당시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이 공원만큼은 내가 이 캠퍼스를 떠나있던 시간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도서관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도서관 안의 모습은 그대로였는데, 한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내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방문증을 받으면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내부 공간까지 둘러보지 않아도 되었고 또 당시 공부를 하고 있을 학생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방학임에도 도서관 안에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아마 내가 그랬던 것처럼 논문 마감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을 것 같았다. 우리 과 같은 경우 논문 마감이 9월 초까지여서 내가 방문했던 이 시기, 8월 초에는 미친듯이 논문에만 집중하는 시기였다. 그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논문을 어떻게 끝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사람은 어느 극한 상황에 놓이면 자신도 모르는 힘이 나오는 것 같다. 아마 5년 전 이맘 때, 내가 그랬을 것이다. 나도 몰랐던 어떤 힘이 나와서 논문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버밍엄대학교의 캠퍼스 투어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5년만에 찾아온 학교였는데, 많은 공간이 그대로여서 학교가 나를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고, 이곳에 담긴 여러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혼자 다녀오긴 했지만 의미있었던 여정이었다. 앞으로 언제 다시 이 학교를 찾아가게 될지 모르겠다. 이미 한번 추억 여행을 했기에, 꽤 오랫동안 이곳을 찾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영국 안에서도 가보고 싶은 장소가 워낙 많아서 언제까지나 추억여행만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하며 나는 버밍엄대학교와 작별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