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
런던에 도착한 지 삼일째 되는 날, 실제로 런던을 여행한 지는 두 번째인 이 날에 우리는 포토벨로 마켓을 첫 번째 장소로 선택했다. 우리의 숙소가 이곳에서 가깝기도 했고, 우리 둘 모두 이 마켓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마켓 중 하나로 자리잡은 포토벨로 마켓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우리는 가벼운 설렘을 안고 마켓으로 향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네. 주말에 왔을 때는 사람들로 가득했었는데..."
지난 번에 포스팅했던 프림로스 힐이 짝꿍이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장소라면, 포토벨로 마켓은 반대로 내가 짝꿍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곳이었다. 나는 영국에 머무는 동안 포토벨로 마켓을 참 여러번 다녀왔는데, 그 때마다 좋았던 기억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갔던 날이 평일이라서 마켓이 그렇게 크게 열리지는 않았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주말만 되면 나타나는 길 한가운데를 가득 채운 마켓 텐트와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로 정신없는 모습을 보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래도 여유롭고 사람에 치이지 않으면서 포토벨로 마켓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장점이었다.
포토벨로 마켓은 런던 중심에서 약간 서쪽에 위치해 있는 길거리 마켓으로, 런던에서 유명한 마켓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장소이다. 런던 지하철 노팅힐 게이트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포토벨로 스트릿이 나오는데, 그곳부터 이 길을 따라서 마켓이 형성되어 있다. 이 길이 꽤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상점이나 길가에 들어선 노점을 둘러보면서 걸으면 마켓을 모두 살펴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갔던 평일에는 노점이 별로 없었지만, 모든 노점이 들어서는 주말(금, 토요일)에는 이리저리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정말 많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포토벨로 마켓을 간다면 평일보다는 주말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워낙 독특한 제품도 많이 팔고 먹거리고 많아서 영국 특유의 마켓 문화를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말에 간다면 사람에 치일 각오는 단단히 하고 가는 것이 좋다.
포토벨로 마켓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모든 요일에 문을 연다. 다만 평일에는 요일에 따라 들어서는 노점이 달라진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패션이나 과일 상점이 주를 이루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이와 더불어 먹거리, 앤티크 제품 등이 더해져서 거의 모든 노점이 들어선다. 그렇기 때문에 평일보다는 주말에 가보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노팅힐 서점 찾아가 보자. 서점 구경도 좀 하고."
마켓을 잠시 구경하던 우리는 생각보다 한산한 거리와 얼마 없는 노점에 쉽게 흥미를 잃었다. 사람에 치이지 않아서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북적하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켓 구경을 잠시 하다가 우리가 보고 싶었던 노팅힐 서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 서점은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 된 곳으로, 영화가 워낙 유명해지면서 이 서점도 덩달아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면서 노팅힐이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봤던 짝꿍이 특히 이 서점을 가보고 싶어했다. 노팅힐 서점은 포토벨로 스트릿 바로 옆에 있기도 하고, 서점을 상징하는 짙은 파란색이 눈에 띄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서점이라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까 서점은 예상보다 훨씬 더 작았다. 그 작은 공간이 책들이 가득했고, 좁은 통로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이 아슬아슬 서로를 비켜서 지나다니고 있었다. 밖에서 서점을 잠시 바라보던 우리는 이내 그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점의 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서점 구경은 재미있었다. 우리는 서점에서 풍기는 책 냄새가 좋아서 서점이라는 공간을 참 좋아한다. 그 안에서 흥미로운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눈에 띄는 표지를 찾아서 뒤적이기도 한다. 이곳, 노팅힐 서점에서도 책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둘러봤다. 노팅힐 서점은 영화가 아니었다면 포토벨로 마켓 근처에 있는 작고 평범한 서점이 되지 않았을까. 그만큼 이 서점은 지극히도 평범한 영국의 동네 서점이었고, 그런 면이 나는 정말 좋았다. 영화로 유명세를 떨쳤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모습과 감성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점을 모두 구경하고 우리는 다시 포토벨로 마켓으로 돌아왔다. 마켓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서 이곳에 있는 노점 구경을 했다. 하지만 우리의 흥미를 끌만한 제품을 팔고 있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카페에 잠시 쉬었다 가려고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오히려 사람으로 가득차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포토벨로 마켓에도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페에 앉아있을 공간이 없어서 우리는 그곳을 다시 나와야 했다. 마켓 거리를 잠시 서성이던 우리는 이곳을 그만 벗어나기로 했다. 이미 마켓의 분위기는 충분히 파악했고,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상점이나 물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를 향해 버스를 탔고, 그렇게 우리의 포토벨로 마켓 이야기를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