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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을 알게 된 날

새 생명이 움트다.

by 방랑곰

"오빠, 오빠! 빨리 일어나봐!"


2023년 12월 초, 짝꿍이 이른 아침부터 나를 호들갑스럽게 깨웠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불안한 마음으로 눈을 떴다. 그리고 짝꿍의 눈을 바라봤는데, 약간의 눈물이 고여있는 그녀의 눈이 보였다.


"왜? 무슨 일 있어?"


나의 물음에 짝꿍은 조용히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게 내밀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던 나는 그제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그녀가 내미는 물건을 확인했다. 그것은 플라스틱으로 된 자그마한 스틱이었는데, 그 위에는 두 줄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렇다. 짝꿍이 내민 것은 임신테스트기였고, 그 작은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짝꿍의 임신을 확인했다.


우리에게 온 이 축복같은 순간을 함께 기뻐하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와 짝꿍은 서로 부둥켜 안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한 후,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9시가 되자마자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짝꿍은 작은 간이 침대에 누워 초음파 검사를 했고, 임신 확정 판정을 받았다. 아직 완전한 초반이라 심장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확정 판정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도 기뻤다.


사실 불과 3개월 전에 우리는 비슷한 기쁨을 맞이했다가, 어느날 그 기쁨이 사라지는 아픔을 맞이했다. 한동안 슬픔과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아픔을 잊으라는 듯이 같은 선물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짐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와 짝꿍 사이에 기쁨이 아픔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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