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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r 08. 2021

봄이 찾아온다.

한국의 사계절은 아름답다.

3월이 되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아직 아침 저녁에는 쌀쌀하긴 하지만, 낮에는 따뜻한 봄 햇살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한국의 남쪽에는 봄의 전령인 매화와 산수유가 피기 시작했고, 서울에도 나무가지마다 꽃망울이 열렸고, 그 안에서 꽃들이 고개를 내밀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짝꿍이 한국을 처음 경험한 것도 봄이었다. 3년 전 4월의 어느 날, 짝꿍이 한국을 찾았다. 그 당시 한국은 벚꽃이 한창이었고, 어디를 가도 꽃을 볼 수 있는 시기였다. 그렇게 짝꿍은 한국의 봄에 매료되었고, 본인 인생의 최고의 봄날이었다고 지금까지도 이야기한다. 



그 이후로 우리는 봄이 찾아오면 한국에서 꽃을 볼 수 있을만한 곳으로 나들이를 많이 다녔다. 제주도에서 유채꽃과 벚꽃을 보고 왔고, 서울에서는 벚꽃을 볼 만한 장소를 골라서 찾아다녔다. 이천 산수유 마을에 가서 노랗게 핀 산수유를 실컷 즐기고 오기도 했고, 길을 걸으면서도 꽃이 보이면 멈춰 서는 시간이 많았다. 


짝꿍은 그렇게 한국의 봄을 즐긴다. 그리고 한국의 사계절을 즐긴다. 여름이 다가오면 물놀이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가을이 찾아올 즈음이면 단풍을 보러 산에 가자고 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하얗게 변한 세상을 보고 싶어한다. 


짝꿍에게 한국의 사계절은 특별하다. 짝꿍이 자란 도미니카 공화국은 열대 기후에 속한 국가라서 1년 내내 초으렴-여름 날씨를 반복한다. 영국은 사계절이 있긴 하지만 워낙 흐린 날씨가 많은 탓에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가을이 와도 단풍의 색이 진하지 않고, 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짝꿍은 4계절을 교과서에서만 배우고, 실제로 그 변화를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짝꿍은 한국인들이 큰 축복을 받았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축복에 감사해야 한다고도 한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가이고,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아름답게 변한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봄이 질릴 때 즈음에는 더운 여름날이 오고, 더위에 지쳐갈 즈음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심신을 달래준다. 짝꿍은 사계절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국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여름이 찾아오면 더위에 녹아내리고, 겨울에는 추위에 얼어붙는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여름과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막상 지나고 나면 물놀이를 하고 싶어하고, 눈을 보고 싶어한다. 그렇게 짝꿍은 한국에서 사계절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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