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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r 19. 2021

사소하지 않은 차이, 언어

언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너하고 짝꿍은 어떤 언어로 대화해?"


내 친구들이 나한테 정말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항상 '영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나와 짝꿍은 서로 영어로 대화한다. 그래도 영국에서 2년 넘게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진 탓인지 영어로 대화하는데 어색하거나 어려움이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미처 다 할 수 없어서 답답했던 적이 정말 많았다. 본인의 영어 실력에 대해 때로는 자책도 하고, 스스로 공부도 많이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생각보다 평소에 대화하는 내용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이제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짝꿍과 함께 처음으로 여행했던 곳, 영국 브라이튼


"짝꿍은 한국어 안 배워?"


그 이후에 따라오는 질문이다. 짝꿍은 한국에 산지 2년이 넘어가지만, 직장에서도 영어만 사용하고 나하고도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생활 속에서 체득할 기회가 없다. 생존을 위해 정말 필요한 기본적인 한국어 표현은 하지만,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가지는 못한다. 2020년 초반까지는 한국어 학원도 다녔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학원을 그만두었고 언제 다시 학원으로 돌아갈지 기약이 없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언어의 차이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짝꿍이 한국어가 서툴러서 불편한 것은 우리 둘 사이에 누군가 있을 때이다. 가족들을 만날 때 한국어로 가족과 대화하면서 짝꿍에서 바로바로 영어로 통역해 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짝꿍은 우리 가족을 만날 때 소외되는 느낌을 조금 받는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한국에서 짝꿍과 처음으로 함께 여행했던 곳, 제주도


그럼에도 나는 짝꿍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짝꿍에게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짝꿍도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틈틈이 한국어를 연습하려고 노력도 한다. 그렇게 짝꿍은 본인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한국어가 서툴러서, 가족과 대화하는데 참여하기가 어려워서 가장 답답한 것은 짝꿍 본인일 것이다. 그런 짝꿍을 이해하기에 옆에서 지켜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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