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로의 바다여행
짝꿍이 한국으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이 질문을 하면 짝꿍은 항상 서울, 부산, 제주도와 함께 이 지역을 선택한다. 한국에 정착한 이후에 이 도시를 한 번 다녀왔고 다른 아름다운 지역들도 많이 다녔는데 짝꿍은 여전히 이 지역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이 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밤이 화려한 도시, 바로 여수이다.
서울, 제주도, 부산.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여행지이다. 한국에 조금만 관심있는 외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법한 장소이다. 짝꿍은 여수를 위 세 지역과 비슷한 범주 안에 넣는다. 그만큼 여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짝꿍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바로 '여수밤바다'라는 노래 때문이다. 짝꿍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우연히 여수밤바다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고, 뮤직비디오까지 봤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여수에 대한 환상과 갈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수에 대한 그 마음은 여전히 짝꿍이 가슴 속에서 꿈뜰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수로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났다. 2년 만에 다시 찾아간 여수에서 우리는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과 달라진 부분을 많이 찾아냈다. 하지만 짝꿍에게 가장 중요한 여수에서 바라보는 바다, 특히 밤바다는 그대로였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온전하고 굳건하게 지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환영해준 것처럼 여수의 밤바다는 우리에게 어서 오라고, 환영한다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는 2년 전의 기억 위에 여수에서의 새로운 기억을 쌓아나갔다. 이순신광장, 돌산대교, 오동도 등 2년 전에 갔던 곳을 또 다시 찾아갔다. 우리가 머물렀고, 함께 걸었던 그 거리를 다시 한 번 같이 걸었다. 짝꿍의 여수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 이순신광장 앞에서 여수 밤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2년 전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다시 한 번 사진도 찍었다.
2년 전 너무 많이 걸어서 우리를 힘들게 했던 오동도도 다시 찾아갔다. 오동도를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우리는 또 다시 다리가 아플 정도로 많이 걸었다. 그래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힘들게 해도 짝꿍은 여수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다음에 또 오자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여수의 상징을 물었을 때 그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돌산대교를 이야기할 것이다. 돌산대교는 나와 짝꿍에게도 여수의 중심이고 상징이다. 2년 전 돌산공원에 올라서 바라보던 돌산대교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아름다웠고 화려했다.
이번에도 돌산대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여수에서 두 밤을 지냈는데, 우리는 이틀 모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돌산대교를 보러 찾아갔다. 돌산공원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너무 많아서 그 곳은 일찍이 단념하고,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돌산대교를 바라보았다. 바로 돌산대교 바로 앞에 있는 팔각정이다. 이 팔각정 위에 오르면 돌산대교와 돌산공원이 한 눈에 들어오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거북선대교와 장군섬이 보인다. 여수 밤바다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는 명소인 것이다.
돌산공원을 빠르게 단념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돌산대교를 바라볼 수 있었다. 자칫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 수도 있었던 순간을, 차 안에서 하염없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을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없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데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여수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또 하나의 레이어가 생겼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짝꿍은 2년 후에 다시 한 번 여수로 여행가자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우리가 2년 후에 다시 찾아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함께할 수 있는 앞으로의 기약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나와 짝꿍은 같은 자리에 함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