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곰 Mar 22. 2021

바다 보러 남쪽으로 가다.

여수로의 바다여행

짝꿍이 한국으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이 질문을 하면 짝꿍은 항상 서울, 부산, 제주도와 함께 이 지역을 선택한다. 한국에 정착한 이후에 이 도시를 한 번 다녀왔고 다른 아름다운 지역들도 많이 다녔는데 짝꿍은 여전히 이 지역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이 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밤이 화려한 도시, 바로 여수이다. 


서울, 제주도, 부산.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여행지이다. 한국에 조금만 관심있는 외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법한 장소이다. 짝꿍은 여수를 위 세 지역과 비슷한 범주 안에 넣는다. 그만큼 여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짝꿍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여수 돌산도 남쪽 끝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바로 '여수밤바다'라는 노래 때문이다. 짝꿍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우연히 여수밤바다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고, 뮤직비디오까지 봤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여수에 대한 환상과 갈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수에 대한 그 마음은 여전히 짝꿍이 가슴 속에서 꿈뜰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수로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났다. 2년 만에 다시 찾아간 여수에서 우리는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과 달라진 부분을 많이 찾아냈다. 하지만 짝꿍에게 가장 중요한 여수에서 바라보는 바다, 특히 밤바다는 그대로였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온전하고 굳건하게 지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환영해준 것처럼 여수의 밤바다는 우리에게 어서 오라고, 환영한다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동도로 들어가는 길에 그려진 동백꽃


우리는 2년 전의 기억 위에 여수에서의 새로운 기억을 쌓아나갔다. 이순신광장, 돌산대교, 오동도 등 2년 전에 갔던 곳을 또 다시 찾아갔다. 우리가 머물렀고, 함께 걸었던 그 거리를 다시 한 번 같이 걸었다. 짝꿍의 여수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 이순신광장 앞에서 여수 밤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2년 전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다시 한 번 사진도 찍었다. 


2년 전 너무 많이 걸어서 우리를 힘들게 했던 오동도도 다시 찾아갔다. 오동도를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우리는 또 다시 다리가 아플 정도로 많이 걸었다. 그래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힘들게 해도 짝꿍은 여수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다음에 또 오자고 말할 것이다. 


여전히 화려했던 여수 이순신 광장의 밤


사람들에게 여수의 상징을 물었을 때 그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돌산대교를 이야기할 것이다. 돌산대교는 나와 짝꿍에게도 여수의 중심이고 상징이다. 2년 전 돌산공원에 올라서 바라보던 돌산대교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아름다웠고 화려했다. 


이번에도 돌산대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여수에서 두 밤을 지냈는데, 우리는 이틀 모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돌산대교를 보러 찾아갔다. 돌산공원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너무 많아서 그 곳은 일찍이 단념하고,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돌산대교를 바라보았다. 바로 돌산대교 바로 앞에 있는 팔각정이다. 이 팔각정 위에 오르면 돌산대교와 돌산공원이 한 눈에 들어오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거북선대교와 장군섬이 보인다. 여수 밤바다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는 명소인 것이다. 


돌산공원을 빠르게 단념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돌산대교를 바라볼 수 있었다. 자칫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 수도 있었던 순간을, 차 안에서 하염없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을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없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데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여수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또 하나의 레이어가 생겼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돌산대교, 그리고 여수 밤바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짝꿍은 2년 후에 다시 한 번 여수로 여행가자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우리가 2년 후에 다시 찾아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함께할 수 있는 앞으로의 기약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나와 짝꿍은 같은 자리에 함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쪽 끝에서 맞이한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