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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r 11. 2021

남쪽 끝에서 맞이한 봄

어느 봄 날에 제주도에서

짝꿍이 한국으로 취업하기 전에 약 2주 정도 여행을 온 적이 있었다. 한국에 대한 많은 환상과 설렘을 가득 안고 온 짝꿍에게 나는 한국의 실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짝꿍이 가지고 있던 환상이 많이 깨지기도 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것들을 실제로 보면서 신나하기도 했다. 그랬던 짝꿍이 가장 많이 기대했던 장소가 제주도였다.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면서 짝꿍이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곳이 제주도였다. 한국을 여행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제주도는 일종의 파라다이스이고 환상의 섬이다. 짝꿍에게도 제주도는 살면서 꼭 한 번 가봐야하는 여행지에 꼽힐 만큼 중요한 여행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그리고 짝꿍이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했던 그 곳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우리가 제주도를 여행했던 시기는 4월이었다. 내륙이 봄꽃으로 한창인 만큼 제주도에도 봄꽃이, 특히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꽃이름 하나하나까지 영어로 설명해 주기 어려웠던 나는 유채꽃을 'yellow flower(노란 꽃)'이라고 이야기했고, 짝꿍은 지금까지도 유채꽃을 '노란 꽃'이라고 말한다. 길 가다가 개나리나 산수유 꽃을 만나도 계속해서 노란 꽃이라고 설명했더니 모든 꽃이 같은 종류인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꽃 이름을 영어로 찾아서 하나하나 알려주곤 하는데, 여전히 짝꿍에게 최고의 노란 꽃은 유채꽃이다. 


우리는 산방산 자락에 있는 유채꽃 밭에서 '노란 꽃'을 원없이 보고 발길을 돌렸다. 그 곳에서 보고 돌아서면 다시 못 볼 줄 알고 아쉬워했는데, 다른 곳에서도 우리는 항상 노란 꽃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4월의 제주도는 유채꽃이 가득했다. 



4월의 제주도는 따뜻했다. 그리고 날씨가 좋았다. 짝꿍은 처음 가보는 제주도였는데, 처음이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롭게 둘러보길 원했다. 오히려 소개시켜주는 내가 마음이 조급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내 개인적인 욕심이었던 것이다. 3박 4일 동안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제주도의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했다. 한 곳에 내리면 그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제주도를 관광한다기 보다 오히려 우리 둘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앞서서 많이 이야기했지만 짝꿍은 바다를 좋아한다. 어디든 바다만 있으면 가고 싶어하는 친구이다. 그래서 짝꿍은 제주도가 좋았다고 한다. 어딜 가나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 바로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어땠는지 물어봤다. 


말해 뭐해. 마음 속에 갖고 있었던 제주도에 대한 환상이 눈 앞에 있었는데. 

짝꿍에게 제주도는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환상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자신이 자랐던 동네, 도미니카 공화국을 조금이나마 떠올려 볼 수 있는 곳이다. 



짝꿍에게 제주도는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 한국으로 취업해서 한국에 도착했을 때 첫 번째로 가고 싶은 장소로 제주도를 다시 이야기했고, 짝꿍이 휴가를 받거나 긴 연휴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제주도 이야기를 꺼낸다. 3년 전 어느 봄 날에, 우리 둘 만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제주도 여행 이야기가 언제 다시 이어질 지 모르겠다. 그 시간이 빨리 오기를, 그리고 그 때가 오더라도 짝꿍 마음 속에 있는 제주도에 대한 설렘과 환상이 계속해서 남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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