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곰 Mar 02. 2021

통영에서 담아낸 두번째 여름이야기

이순신공원, 서피랑공원, 해간도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서 나와 짝꿍이 여름을 함께 보냈던 통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나라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통영은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인 만큼 찾아가 볼만한 장소가 꽤 많다. 지난 글에서 세 군데를 소개했고, 오늘도 세 군데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순신장군의 정신이 깃든 곳, 이순신공원


통영에서 대표적인 공원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이순신공원을 선택한다. 우리나라 남쪽 바다의 수호신이었던 만큼 우리나라 남쪽 도시 곳곳에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통영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순신공원이다. 이순신공원은 아름답게 조성된 넓은 공원과 눈 앞에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잘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공원 안에 있는 장군의 동상은 바다를 향한 이순신 장군의 용맹과 기상이 잘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이순신공원에 찾아갔던 날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었다. 그 전에 미륵산에서 비에 홀딱 젖은 경험 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출발할 때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우산을 챙겨서 갔다. 그리고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으려니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산을 펼쳐들고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나와 짝꿍 모두 비 내리는 소리를 좋아하는데, 비가 우산에 부딪히는 소리가 꽤 듣기 좋았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텅 비어버린 공원과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휴가 와서 비가 쏟아지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 빗소리가 너무 좋다" 


물도 다 마시고, 휴식도 충분히 취했는데 우리 둘 모두 먼저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앉아있자고 서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그 자리에 함께 앉아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같은 우산을 함께 잡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벤치에서 일어나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이순신공원을 다시 한 번 들렀다. 밤에 보는 공원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그 모습이 낮에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깜깜해서 바다는 보이지 않았고, 공원은 밝게 불을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이순신장군의 모습은 더욱 용맹스럽게 느껴졌고, 당장이라도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갈 것만 같았다. 비가 그쳐서 더 이상 빗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한적한 공원과 바다가 주는 기분 좋은 고요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통영의 아름다운 야경 포인트, 서피랑공원


여행을 다닐 때마다 야경 포인트를 꼭 찾아다니는 우리는 통영에서도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갔다. 바로 서피랑공원이다. 통영에서 벽화마을로 유명한 곳이 동피랑이라면, 그 반대편에 있는 곳이 서피랑이고 그 곳에 오르면 통영의 아름다운 야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통영 시내의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지대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서피랑공원에 올라서면 통영 시내의 동서남북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다. 이순신장군의 업적을 기리고 있는 세병관도 보이고, 강구안과 통영 여객터미널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멀리 보면 통영대교의 모습도 살짝 보이긴 하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날씨가 흐려서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가 서피랑공원에 올라간 시간은 밤 9시 즈음이었다. 늦은 시간과 더불어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 탓에 공원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워낙 사람이 없다 보니까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의심마저 들었다.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을 보면서 따라가면 되는데, 텅텅 비어버린 공원에서는 우리 스스로 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열심히 걸어올라간 끝에 통영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공원에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이 다소 불만이었는데, 막상 끝까지 올라가고 보니까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너무 좋았다. 서피랑공원이 온전히 우리만의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한 곳에 가만히 서서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기도 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줄 때에도 기다리거나 누군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정말 조용했던 공원에서 서로에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이 무엇보다 좋았다. 



통영과 거제 사이, 해간도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할 장소는 해간도이다. 해간도는 통영과 거제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섬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곳도 아니고, 관광객들을 끌어당길 만한 특별한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저 평범한 어촌마을, 섬마을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평범한 곳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 당길 때가 있다. 나와 짝꿍에게는 해간도가 그런 곳이었다. 



우리가 해간도 가게 된 것은 숙소를 그 곳에 잡았기 때문이다. 통영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에 이리저리 숙소를 알아보던 중에 해간도에 있는 숙소를 발견했고, 얼떨결에 예약까지 하게 되었다. 통영 시내에서 거리가 조금 있긴 했지만, 오히려 조용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통영에서 으슥한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바다를 끼고 있는 연기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을 지나 빨간 다리를 건너면 바로 해간도이다. 가는 길이 쉽지 않은 탓에 해간도는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섬 안에 펜션이 여럿 있긴 했지만, 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리고 섬을 드나들 때 항상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바다는 언제봐도 항상 좋아"


나는 바다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바다를 볼 때마다 설레면서도 기분이 좋다.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할 때의 설렘이 좋다. 나와 반대로 짝꿍은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살아온 짝꿍은 바다가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바다를 좋아한다. 나와 짝꿍이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결론적으로 둘 다 바다를 좋아한다. 



해간도는 바다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너무나 평화로웠던 마을에서 잔잔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통영 시내까지 왔다갔다 했던 거리가 꽤 되긴 하지만 이 곳을 숙소로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었다. 그만큼 해간도는 나와 짝꿍이 우리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영에서 담아낸 여름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