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츠머스(Portsmouth)
브라이튼(Brighton)에 6개월 동안 머물면서 내가 두 번 이상 다녀온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봤다. 런던(London)은 당연했고, 앞서 포스팅했던 해이스팅스(Hastings)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포스팅할 도시인 포스머스도 내가 두 번 이상 다녀온 곳이었다. 포츠머스란 도시의 소개와 함께 왜 내가 이 도시에 다시 가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오늘 해보려고 한다.
포츠머스는 역사적으로나 지금이나 영국 남부 해안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이다. 영국 남부의 섬으로 된 포츠머스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군사적, 지리적 요충지였다. 영국 해군의 중요한 거점이었고, 영국이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해상 나들목이었다. 반대로 전쟁이 발발했을 때 포츠머스는 영국 영토를 지키기 위한 관문이 되었다. 이곳에서 그만큼 치열한 전투가 많이 벌어졌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의 폭격으로 93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름난 작전 중에 하나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시작점이 바로 포츠머스였다. 이곳에서 출발한 부대가 노르망디에 상륙했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연합군 쪽으로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포츠머스는 한 때 세계 역사의 중심이었던 곳이고, 영국 해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포츠머스 항구에는 영국 해군 함대의 3분의 2가 정박해 있을만큼, 영국 해군의 첫번째 기지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포츠머스는 어떨까. 지금의 포츠머스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항구가 되었고,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드나드는 영국의 주요 해상 관문이다. 포츠머스는 두번째로 바쁜 항구이고, 연평균 삼백만 명이 이곳을 이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항구 뿐만 아니라 여름이 되면 바닷가로 넓게 펼쳐진 포츠머스 해변을 찾는 영국 국민들도 꽤 많다고 한다. 나는 포츠머스 해변까지 가보지는 못했는데 사진을 찾아보니까 자갈이 가득한 브라이튼 해변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포츠머스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아울렛이다. 건와프 키(Gunwharf Quays)라는 이름의 이 쇼핑몰은 영국 남부에서 가장 큰 아울렛으로 꼽힌다. 런던 근교에 있는 영국 최대의 아울렛 비스터 빌리지(Bicester Village)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그래도 막상 가서 돌아다니다 보면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건와프 키에서는 옷이나 신발 같은 것들을 일반 쇼핑몰보다 조금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영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내가 포츠머스를 처음 가게 된 것도 바로 이 아울렛 때문이었다. 영국에 도착하고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한 명이 아울렛에 간다고 하길래 무작정 따라간 곳이 건와프 아울렛이었다. 그 때만 해도 그냥 아울렛 하나만 바라보고 갔기 때문에 포츠머스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고, 미처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사전 탐색 없이 갑작스럽게 만나게 된 포츠머스는 꽤 아름다웠고 활기가 넘쳤다. 그래서 조금 더 알아보고 포츠머스를 다시 찾아가기로 결심했고, 그 결심은 별로 오래걸리지 않아 이뤄졌다.
포츠머스에 다녀온 지 두 달 남짓 지났을까, 영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쇼핑을 하고 싶어하길래 포츠머스를 추천했고, 함께 가게 되었다. 첫번째는 그저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두번째는 내가 이끌고 가는 입장이 되었다. 그만큼 포츠머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보았고, 이를 계기로 조금은 포츠머스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두번째 방문할 때에도 나는 건와프 아울렛 주변만 맴돌았다. 아울렛 바로 옆에 바다가 있고, 그 바다를 바라보면서 산책하거나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굳이 아울렛 주변을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포츠머스 시내를 조금 더 둘러볼 걸, 포츠머스 해변가도 한 번 가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 때는 아울렛 근처에서 멀리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브라이튼에서 포츠머스까지는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포츠머스 기차역에 내리면 건와프 아울렛까지는 걸어서 금방 도착한다. 포츠머스 역에서 내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울렛으로 향하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건와프 아울렛에 들어서면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길이 뻗어나가고, 그 길 양 옆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상점들이 들어서있다. 그곳에서 넋놓고 쇼핑하다 보면 하루 반나절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아울렛을 가로질러 나가면 포츠머스 항구가 나오고,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높게 솟은 타워 하나가 보이는데, 이 타워가 바로 포츠머스의 상징인 스피내커 타워(Spinnaker Tower)이다. 독특한 형태의 이 건축물은 항구도시인 포츠머스를 상징하기 위해 돛 모양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건물 내부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나는 전망대까지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날씨가 너무 좋고, 바다 뒤로 넘어가는 일몰이 너무 좋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항구를 바라보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바닷가를 따라 늘어서 있다. 전망이 좋은 자리에 항상 식당이나 카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가 비슷했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 그 중 한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꽤 괜찮은 전망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전에 브라이튼을 떠나서 오후 내내 아울렛에 있었고, 포츠머스 항구에서 해가 지는 것도 보고 저녁까지 먹은 후에야 브라이튼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포츠머스를 조금 더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영국을 다시 가게 된다면 포츠머스도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 그 때는 스핀내커 타워 전망대도 올라가보고, 포츠머스 시내 중심지도 가볼 계획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시기가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