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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Oct 27. 2021

하회마을 옆 절벽을 오르다.

부용대(feat. 화천서원)

하회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본 후에 우리는 차를 타고 부용대로 이동했다.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벽으로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하회마을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날 안동을 지나 최종 목적지가 따로 있었기 때문에 하회마을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하회마을까지 와서 부용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하회마을에서 부용대까지는 차로 약 5분 정도 걸린다. 부용대에 들어가는 길이 좁아서 중간에 차를 만나면 다소 난감할 수도 있고, 주차장도 그렇게 넓진 않아서 주말에는 차 댈 곳을 찾는 것도 어려울 듯 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하회마을만 보고 가는 경향이 많아서 수용이 가능했겠지만,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부용대까지 들렀다 가기 때문에 주차장 진입로 확충이 필요해 보였다. 하회마을까지 들어가는 길이 넓어지고 편해졌으니까 이제는 부용대 가는 길도 신경을 써주길 기대해본다. 


다만,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도 그 장소의 모습 그대로를 그대로 간직했으면 좋겠다.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이곳을 똑같은 모습으로 즐길 수 있도록 우리 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아름다운 고택, 화천서원


"여기가 예전에 공부하던 곳이라고? 완전 자연과 함께 공부하는 거네."

"맞아. 그래도 심심했겠지?"

"응. 그래도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공부는 잘 됐을 것 같아."


부용대 주차장에 차를 대면 바로 앞에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고택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고택이 바로 화천서원으로, 현재는 카페 겸 숙박 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듯 했다. 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집으로 둘러싸인 작지만 아늑한 마당이 나오고, 옆에 있는 마루에 오르면 눈 앞에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눈 앞에 있는 들판, 조금 더 멀리 조용하지만 쉼없이 흐르는 낙동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있는 산의 모습은 자연이 그려낸 걸작이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 짝꿍은 '서원'이라는 단어와 서원이 조선 시대 때 지방에서 교육을 담당하던 일종의 학교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마루 위에 올라 산수화처럼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짝꿍은 옛날 선조들이 학교 위치를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고 했다. 항상 도심 속에서만 살아왔던 짝꿍은 언젠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항상 한다. 물론 짝꿍이 원하는 것은 이렇게 완전히 외딴 곳이 아니라, 자연과 도시가 적당히 공존하는 지역이긴 하지만 이런 곳에 올 때마다 그런 희망사항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꿈꾸면 언젠가 이뤄지지 않을까. 화천서원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나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생각해 보았다. 



    "서두르지 말자.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의 흐름처럼,

    우리도 우리의 흐름을 따라가자. 

    괜히 오버페이스 하지 말고..."



화천서원에서 풍경을 바라보면서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었다. 급할 것 없고,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의 흐름에 우리가 순응한 탓일까. 우리도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우리의 흐름대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부용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화천서원에서 부용대까지는 약 5분 정도만 올라가면 된다. 산길을 올라가는 거라서 조심하긴 해야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길이라 비교적 편안하게 부용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이곳까지 온 이유, 하회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부용대에 도착했다. 



□ 자연 속에 안겨있는 마을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은 언제나 아름답다. 온 마을이 기와집이거나 초가집이라서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면서 이질감을 보이지 않는다. 마을 곳곳에 빼곡하게 심어진 나무들과 그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도는 낙동강, 그리고 그 강을 감싸고 있는 산맥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액자로 집 안에 전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그림이다.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바라보면서 왜 하회마을이 한국의 전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마을인지, 왜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예전의 마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그 안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우면서도 그 정신과 문화를 이어나가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짝꿍도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의 모습에 반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짝꿍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없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전체적인 마을 모습이 자연의 일부분인 것처럼, 자연 속에 전혀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라고 했다. 경주, 전주 등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는 지역을 다녀왔지만 이곳처럼 자연 속에서, 그리고 마을의 모습 자체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언제까지나 잘 간직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짝꿍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전통마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은 하회마을이 대표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이곳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이미 충분히 인정받았다. 이제는 이러한 가치와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의 후대에 고스란히 넘겨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잘 간직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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