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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Dec 07. 2021

북한강 위 쏘가리 분수

춘천 소양강 스카이워크

어느덧 12월이 되고 겨울이 찾아왔는데, 이 겨울이 오기 전에 나와 짝꿍은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매번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다 보니까 운전하는 나도, 차를 오래 타야하는 짝꿍도 조금은 지쳐있어서 이번에는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으로 여행지를 정했다. 서울에서 지하철로도 갈 수 있는 곳, 강원도지만 서울과 심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한 곳, 바로 춘천이다.



□ 소양강처녀 동상이 반겨주는 곳


춘천에서 어디를 가보는 것이 좋을까를 짝꿍과 한참 고민하다가 밥을 먼저 먹기로 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브런치를 먹기 위해 브런치 식당을 찾아갔는데, 식당 앞에 꽤 큰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에 차를 댔다. 브런치를 먹으면서 순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왜 춘천 시내 한복판도 아닌 이곳에 이렇게 큰 공영 주차장이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도를 펼쳤고, 금방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찾아온 이곳에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있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브런치 이후에 우리가 갈 목적지도 정해졌다. 

공영주차장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북한강이 보인다. 그 북한강을 따라 5분 정도만 걸으면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도착하게 되는데, 가는 길에 소양강처녀 동상이 우리를 먼저 반겨준다. 북한강 위에 우뚝 솟아있는 소양강처녀 동상은 꽤 늠름해 보였고, 춘천을 지키는 수호신 같았다. 외국인인 짝꿍은 당연히 소양강처녀 노래를 모른다. 워낙 오래된 노래이기 때문에 나도 어렸을 때만 들어보고 그 이후에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 '이 노래를 아는 나는 아재인 걸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짝꿍은 이런 내 생각에 '응 너 아재 맞아'라고 대답했다. 아무리 짝꿍이지만 사실을 숨길 수는 없었던 것일까. 



□ 북한강 위에 떠있는 기분이란


소양강처녀 동상을 뒤로하고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다른 스카이워크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강화유리로 되어있었고, 덧신을 신고 들어가야 했다. 입장료는 1인당 2,000원이었는데, 입장권을 춘천상품권으로 주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이다. 춘천에서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춘천 경제를 조금이나마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관광지를 지역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아무튼 우리는 이 상품권을 이후에 식당에서 사용했다. 춘천 시내의 꽤 많은 곳에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품권을 사용하는 데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이제 정말 스카이워크로 올라섰다. 우리나라에 스카이워크가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정말 많은 곳에 스카이워크가 생겨났다. 그리고 우리는 꽤 많은 곳을 다녀왔다. 그렇게 많이 다녔는데도 강화유리로 된 스카이워크 위에만 올라서면 움찔하게 된다. '이놈의 고소공포증은 언제쯤 사라질까, 사라지긴 하는 걸까'. 그래도 용기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최대한 아래를 안 보려고 노력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시선을 아래로 내릴 틈이 없었다. 그저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 풍경에 감탄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짝꿍은 그런 나를 두고 혼자 앞장서서 갔고, 어느새 스카이워크 끝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를 이렇게 내버려두면 언젠가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내 나는 짝꿍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스카이워크 끝에는 원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있고, 그 앞에는 쏘가리 동상에서 시원하게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민물고기인 쏘가리를 형상화한 동상 그 자체로도 꽤 멋있었는데, 동상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수로 활용할 생각까지 했다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뒤에 보이는 북한강 풍경과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바라보는 방향에 관계없이 모두 아름다웠다. 스카이워크를 정말 좋은 장소에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바로 앞에는 녹색으로 가득한 상중도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소양2교가 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중도와 하중도로 건너가는 춘천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북한강은 꽤 넓었다. 중간에 상중도, 하중도라는 섬까지 있으니까 아마 북한강에서 가장 넓은 강폭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곳이 북한강 원류와 소양호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 강폭이 넓어진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물이 풍부한 곳에 도시가 발전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이렇게 풍부한 물이 있는 곳에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강이든 바다든 호수든, 물이 만들어내고 물이 더해지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래서 나와 짝꿍이 열심히 물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나와 짝꿍이 여행하면서 감탄했던 곳에는 대부분 물이 있었다. 



한참동안 북한강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스카이워크를 돌아나왔다. 역시나 강화유리는 적응이 안된다. 후다닥 뛰어나왔다. 입구에서 덧신을 반납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는데, 다리 앞 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무슨 공연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마술이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술이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앞에 앉아서 관람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스카이워크 옆에 귀엽게 만들어 놓은 마스코트와 그림도 발견했다. 하얀색 원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꽃밭에 있는 기둥 위에 서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그림이었다. 이렇게 모든 구경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춘천을 꽤 많이 가봤다고 생각했었는데, 짝꿍과 함께하니까 새로웠다. 옆에 누가 있으냐에 따라 여행하면서 느껴지는 기분과 감정이 달라진다. 다음에는 춘천에서 어디를 가볼까. 짝꿍과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어느새 차에 도착해 있었다. 춘천에 있는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나도 짝꿍도 만족스러웠던 장소였다. 무엇보다 스카이워크 위에서 바라보는 북한강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다음에 춘천을 가면 또 가도 후회하거나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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