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하중도 생태공원
춘천을 가로지르는 북한강 위에는 상중도와 하중도라고 불리는 섬이 나란히 있다. 이 중 하중도에는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강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사색하거나 쉬기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짝꿍과 함께 하중도 생태공원으로 향했고, 우리는 이곳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꽤 오랜시간 쉬다가 돌아왔다. 오늘은 춘천에 있는 작은 섬, 하중도 생태공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중도 생태공원은 이미 들었던 것처럼 꽤나 조용했고 한적했다. 우리가 가을이 시작되는 즈음에 가서 날씨도 좋고 공원에 앉아서 쉬기 좋은 시기였는데도 이곳은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잔디밭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펴놓고 쉬는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그들의 공간 속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시끄럽거나 북적거리지 않았다.
이곳에 올 때는 그냥 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우리도 이곳에 자리잡고 앉아버렸다. 차로 돌아가서 돗자리와 간식 거리를 꺼내서 잔디밭에 펼쳐 놓았고, 우리는 그 장소에서 해가 뉘엿거릴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서울 일상에서 바쁘게 돌아가다 보면 이런 시간이 정말 필요한데, 그냥 한 자리에 앉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하중도 생태공원이 지금은 한적하고 좋은데, 이 한적함도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춘천 하중도는 국내 최초의 레고랜드가 들어서는 곳으로,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거대한 규모의 청동기 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반발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공사는 진행 중이다. 유적을 보존하기 위한 역사 공원과 박물관을 따로 조성한다고는 하는데, 과연 발견된 유적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레고랜드와 청동기 시대의 유적,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레고랜드는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레고랜드 공사가 완료되고 관광객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하중도의 한적함은 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의 하중도가 더 좋은데 말이다. 그러면 나와 짝꿍은 조용한 공원을 찾아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향할 것이다. 그러다 한 번 정도는 호기심에 레고랜드도 와보겠지만, 사람들이 붐비는 레고랜드보다는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하중도 본연의 모습이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하중도 생태공원을 따라 걸어보았다. 다리가 아팠던 짝꿍은 잔디밭에 계속 앉아있었고, 나 혼자 공원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산책로는 북한강을 따라 마련되어 있어서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라서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좋았다. 그리고 조금 걷다 보면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그곳을 따라가면 작은 숲이 나오고, 그 숲을 지나면 섬의 반대편에 도달하게 된다. 섬의 반대편은 숲이 조금 더 우거졌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섬 반대편까지 보고 숲길이 아닌 강을 따라 산책로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섬의 꼭지점에 도착하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액자를 만들어 놨는데 그 뒤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그 풍경은 상중도, 하중도가 두 갈래로 갈라놓은 북한강이 다시 합쳐지는 곳이었는데, 넓은 강과 그 뒤로 보이는 산과 자연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리고 강 위에는 중도 물레길을 따라 배를 타는 사람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시간이 있었으면 우리도 그 배를 타러 가봤을 텐데, 그 당시 우리는 배를 타는 것보다 공원 안에서 자연과 함께 쉬는 것이 더 좋았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길을 따라 짝꿍에게 돌아왔다. 짝꿍은 잔디밭 위에서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편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세상 근심 다 털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공원 안에 있을 때 짝꿍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중도에서 그냥 쉬다가 돌아왔다. 하중도에서 뭔가 한 것도 없고, 하중도 생태공원 자체가 다른 공원과 비슷하게 조용하고 한적한 공원이라서 크게 소개할 것도, 설명할 것도 없다. 원래 자연 속에서 쉬고 싶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돌아왔다.
풍경은 너무 아름답지만, 뭔가 눈에 확 띄는 것이 없는 하중도 생태공원. 그래서 오늘 포스팅은 다른 것에 비해 글이 조금 짧아졌다. 글이 짧은 대신 사진으로나마 하중도 생태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보자. 우리가 다녀온 지가 꽤 돼서 계절적으로는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만, 많이 춥고 나무도 앙상해진 이 시기에 풍성한 초가을의 모습을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고랜드가 들어서면 이 공원도 이 모습을 간직하지 못할 것 같아서 조금 슬펐다. 이런 자연의 모습이 인위적인 것에 의해 파괴되거나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춘천에서 자연과 함께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하중도 생태공원을 추천한다. 물론 레고랜드가 완공되기 전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