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제이드가든
오늘은 춘천을 여행했던 지난 가을날을 떠올리면서 쓰는 글이다. 완연한 가을이었던 10월 말의 어느 날, 나는 짝꿍과 함께 춘천에 있는 제이드 가든을 다녀왔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알록달록했던 화려한 단풍을 충분히 즐기고 돌아왔다. 다녀온 지 시간이 조금 지나서 겨울에 쓰는 가을에 대한 글이긴 하지만, 꼭 글로 남겨놓고 싶은 곳이라서 이렇게 글을 쓴다.
춘천의 제이드가든은 춘천과 가평 경계선 즈음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춘천에 속해있지만, 실제 중심부까지의 거리는 가평이 훨씬 더 가깝다. 그래서 가평 여행지를 소개할 때 많이 소개되기도 하는 곳인데, 나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춘천 여행지라고 소개한다. 실제로는 가평을 여행하면서 또는 춘천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가기 다녀오기 참 좋은 곳이다. 우리도 춘천으로 가는 길에 들렀던 곳이다.
제이드가든은 입장료가 꽤 비싼 편이다. 1인당 10,000원이라는 입장료가 조금 부담이긴 하지만, 그래도 봄꽃이 완연하게 피는 시기나 가을 단풍이 화려해지는 시기에는 방문할만한 곳이다. 더군다나 네이버로 표를 구매하면 20%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성인 기준). 우리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 안에서 네이버로 표를 먼저 구매한 후에 매표소에서 실제 티켓으로 교환했다. 매표소에 도착하면 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 온라인 예약한 것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현장 구매하려는 사람과 미리 예약한 사람의 줄을 구분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티켓 발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우리는 제이드가든 안으로 들어섰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분홍빛 가득 머금은 핑크뮬리가 눈에 들어왔다. 잘 꾸며진 유럽의 정원을 보는 듯한 공간에 핑크뮬리가 울긋한 색감을 더하고 있었다. 핑크뮬리가 너무 과도하게 있지 않았고, 딱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만 심어져 있어서 보기 좋았다. 핑크뮬리가 더해진 이 정원이 제이드가든의 첫인상을 좋게 사로잡았다.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혀서, 앞으로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정원이었다. 핑크뮬리를 지나 공원 안으로 깊숙히 들어섰다.
제이드가든에는 크게 두 종류의 산책로가 있다. 가운데에 꽤 넓게 만들어져 있는 편안한 길과 양 옆에 산속으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이다. 우리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 후에 가운데 메인 도로로 내려왔다. 오솔길은 산 속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을산에 가득한 찬란한 단풍의 모습을 보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코스이다. 제이드가든이 정원이긴 하지만 산을 깎지 않고 그대로 살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산 속의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꽤 반복하게 된다. 그래도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큼 너무도 아름다운 색깔을,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숨을 거칠게 내뱉더라도 말이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은행나무로 만들어 놓은 미로가 나온다. 우리는 미로 안으로 들어가서 출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서로 같은 길을 가다가 어느 갈래길에서 흩어졌고, 짝꿍은 이내 출구를 찾아서 나갔다. 미로 안에서 헤매는 동안 짝꿍의 약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나는 미로를 풀어내지 못했고, 은행나무 사이에 벌어진 빈 틈으로 빠져나왔다. 단조로울 수 있는 정원에 이렇게 소소한 재미 요소를 더해놓은 것이 좋았다. 단순히 단풍을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 사이로 들어가서 직접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것 새로웠다. 은행나무로 둘러쌓여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우리만의 공간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리는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들어오기 전에 지도 상으로 볼 때 제이드가든이 작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었는데, 실제로 걷다 보면 그것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마 가는 길에 멈춰서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금 가다가 흔들다리가 눈에 들어오면 그곳으로 가서 건너보고, 단풍나무가 보이면 사진 찍으려고 멈췄다. 그래서 제이드가든이 은근슬쩍 계속 오르막인데, 힘들다고 생각들지는 않았다. 힘들 정도로 꾸준히 걸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우리의 발걸음을 잡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정원 중간 즈음에는 연못이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분수가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벤치를 두고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우리는 사진을 찍지 않고 조금 더 올라갔다. 그곳에는 연못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가을옷으로 갈아있고 있는 나무들과 연못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여러색깔 가득한 현대판 산수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 반해서 우리는 한 켠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상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실제로는 분수와 단풍을 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이었다. 눈과 귀가 즐겁고,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만 뿜어져 나왔다. 옆에 있던 짝꿍도 사정은 비슷했다. 우리는 함께 멍을 때리면서 입으로는 감탄하면서 잠시 앉아서 쉬었다.
우리는 오솔길을 계속 따라갔다. 찬란한 단풍나무 아래를 지나고, 작은 폭포 위를 지나는 다리도 건넜다. 이끼 가득한 지역도 지났고, 마지막 언덕길을 올라가면 정상이 나온다. 제이드가든에 들어선지 대략 한시간 이상이 지난 후에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많이 안 멈추고,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최대한 여유롭게 제이드가든을 둘러봤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마지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언덕길이라서 약간 산 속에 있는 깔딱고개 느낌이 있었는데,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마침내 우리는 제이드가든 정상에 올라섰다.
제이드가든 정상에는 작은 매점 하나가 있다. 여러 음료와 핫도그(미국식, 빵 사이에 소세지 넣은 버전)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물을 팔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레몬에이드 하나와 간식으로 먹으려고 기본 핫도그도 주문했다. 물을 팔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핫도그는 그냥 간식으로 먹기 좋았다. 다만, 우리가 지불한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다음에 또 사서 먹을지는 고민해 봐야겠다. 그냥 다음에 또 가게 되면 그냥 물 하나를 들고 가려고 한다.
그래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훌륭했다. 제이드가든 너머로 보이는 산능성이가 울긋불긋 물들어 있었는데, 산이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진으로는 이렇게 화려한 색깔로 옷을 입은 산들을 많이 봤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을 거의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단풍 구경이라고 하면 빨갛게, 또는 노랗게 물드는 나무를 찾아가서 그 나무 하나하나의 모습을 즐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산 전체의 모습을 바라본 경험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고 아름다웠다. 너무도 좋은 시기에 제이드가든을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꿍은 대한민국의 뚜렷한 사계절에 항상 끊임없이 감탄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느덧 세번째 해를 지나고 곧 네번째 해가 다가오는데도 확연하게 달라지는 대한민국의 모습에 항상 매료된다. 그리고 나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한국이 이렇게 뚜렷한 사계절을 보이는 것에 감사하라고, 이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 사계절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지구상에는 정말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짝꿍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짝꿍이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이렇게 국제커플이 여행하는 한국 여행기는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정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에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가운데 중앙길을 따라왔는데,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정말 빠르게 내려왔다. 중간에 서너번 멈춰서긴 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잘 정돈된 나무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제이드가든을 빠져나왔다. 제이드가든은 가을에 단풍을 보고 싶으면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나도 내년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을의 제이드가든은 정말 아름다웠다. 짝꿍도 제이드가든에서 한국의 가을을 충분히 즐기고 돌아왔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한국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