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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Feb 08. 2022

아름다운 바다, 아름다운 항구

속초 대포항

속초를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라마다 호텔에 머물렀다. 속초 라마다 호텔은 대포항 바로 옆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포항도 많이 보게 되었다. 항구에서 뭔가를 먹거나 하지를 않아서 사진도 없고 추천할 만한 식당도 없지만, 그래도 속초를 대표하는 하나의 항구이니까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사진도 별로 없는데, 그래도 대포항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은 있었다. 이곳에서 한 게 없어서 내용이 짧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포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대포항 방파제 산책하기


우리가 머물렀던 속초 라마다 호텔의 뒷문이 대포항 방파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튿날 조식을 먹고 나서 방파제 산책을 가볍게 다녀왔다. 해가 쨍하게 떴고, 하늘도 정말 깨끗했는데 그래도 바닷가라 그런지 꽤나 추웠다. 그렇게 추운 날씨에도 방파제 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우리는 그 사람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려고 기다렸는데, 끝내 보지 못했다. 우리 주변에 있던 어느 누구도 그 시간에는 세월만 낚고 있었다. 고기가 펄떡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살짝 아쉬웠다. 


방파제 위에서 바라보는 속초 앞바다의 모습은 너무 예뻤다. 날씨 운이 따라줘서 너무도 화창한 날에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우리가 굳이 산책을 나온 이유가 바로 바다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청명한 날씨 덕분에 그 바다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바다 옆 벤치에 앉아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기도 했고, 바다를 끼고 걸어보기도 했다. 방파제 양 옆으로 보이는 바닷물이 너무도 깨끗해서 그 안에서 헤엄치며 노는 물고기들이 다 보일 정도였다. 


그 물고기들은 물 밖에서 그들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까? 그 사실을 안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눈 앞에 보이는 낚시대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그들이 알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짝꿍은 그 고기들에게 낚시대를 물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낚시하는 사람들의 취미생활을 이해하지만, 물고기들이 그들에게 잡히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안타까웠나 보다. 어시장에서 살아있는 물고기 회 뜨는 모습조차 보지 못하는 짝꿍이니까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등대까지 가지는 않고 호텔로 돌아왔다. 짧지만 너무도 기분 좋았던 아침 산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 바다바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라마다 호텔의 객실은 오션뷰였다. 바다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해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멀리 수평선까지 눈에 들어왔다. 이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 그 옛날 사람들이 왜 수평선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바다 끝에 걸려있는 수평선이 마치 세상의 끝인 것처럼 보이고, 그 뒤에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미지의 세계가 그 너머에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그 미지의 세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문득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잠시 어렸을 때 하곤 했던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수평선에서 고개를 아래로 천천이 떨어뜨렸다. 어느 순간 우리가 산책했던 방파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방파제에 부딪히는 바닷물을 바라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 싱그러웠다. 너무도 청명하고 투명한 바닷물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방 안에 있는 동안 틈만 나면 바다를 보려고 발코니로 나가곤 했다. 그리고 한번 바라보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도 없는 방파제를 바라보는데, 정말 고요한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미처 도착하기 전, 얼마 되지 않을 그 고요한 대포항 방파제의 순간을 오롯이 담아내었다. 



그리고 라마다 호텔 복도에서는 대포항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포항은 사실 어항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속초 시내 근처에 속초항이 생기면서 어항의 역할보다는 이제는 관광 항구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속초를 찾는 관광객들이 대포항을 많이 찾아오는데, 아무래도 새우튀김, 대게 등 동해바다에서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짝꿍은 대포항에서 새우튀김도 먹지 않았고, 식당도 찾아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우튀김 정도는 먹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는데, 그 때는 그게 생각나지 않았다. 다음에 가면 그 때는 꼭 먹어봐야지. 


위에서 바라본 대포항의 모습은 다소 독특했다. 항구가 동그랗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런 모습의 항구는 대포항이 유일할 것이다. 다른 항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겨준 것은 동그라미 안에 고여있는 바닷물이 너무도 깨끗하다는 것과, 대포항 뒤로 보이는 설악산의 능선이 이어지는 그 모습이 너무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항구가 완전한 원형으로 되어 있으니까 뭔가 안정적이면서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한 아늑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배가 드나드는 대포항 입구 위에 건너다닐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밤에는 이 다리에 조명이 들어온다. 조명이 들어온 다리와 환한 불빛이 가득한 대포항의 야경도 꽤 아름다웠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답게 대포항은 밤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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