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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Feb 18. 2022

[강원]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절

양양 낙산사

예전에 속초를 여행으로 갈 때마다 내가 즐겨찾던 장소가 있다. 그렇게 속초에 갈 때마다 한두번 찾았던 그 장소를 이제는 짝꿍과 함께 찾았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속초가 아닌, 양양에 있지만 속초와 워낙 가깝기 때문에 속초로 여행을 가더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 동해바다를 향한 해수관음상이 우뚝 서있는 곳, 바로 양양 낙산사이다. 오늘은 이 낙산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낙산사 주차장의 고양이 


낙산사에 대한 이야기는 고양이로 시작하게 되었다. 낙산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로 걸어가는 중에 고양이를 참 많이 봤다. 절에서 밥을 얻어먹는 고양이들인지, 살도 포동하고 귀엽고 예쁘게 생긴 녀석들이었다. 그래도 사람을 경계하는 듯, 가까이 다가서려하면 조금 거리를 두는, 그렇게 밀당을 하는 고양이들과 한바탕 시간을 보냈다. 절에 왔는데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주차장에서 봤던 그 녀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기를. 


이제 본격적인 낙산사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내가 낙산사를 마지막으로 갔던 것이 4~5년 전이었는데, 그 사이에 변한 것이 많았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차장이었다. 예전에는 낙산해수욕장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야 나오는 낙산사 후문 주차장에만 차를 댔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낙산해수욕장 초입에 커다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 차를 대면 낙산사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는 듯했다. 나는 예전 기억 때문에 언덕을 올라가야 나오는, 후문 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이 주차장이 꽤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언덕을 오르지 말고 낙산해수욕장 초입에 있는 정문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바다 보러 절에 간다고? 좋아!"


이번에 짝꿍과 속초를 여행하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낙산사는 꼭 한 번 데려가고 싶었다. 딱히 종교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나는 무교, 짝꿍은 천주교다), 그저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일반적인 해변에서 바라보는 것과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같은 바다이지만 느낌은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절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차분하고 고요하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참 이상하게 절이나 성당에 들어서면 차분해진다. 종교적인 기운이 깃든 장소는 특유의 차분하고 한없이 가라앉히는 분위기가 있다. 그 장소가 절이든, 성당이든, 교회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서 짝꿍도 그런 마음으로 동해바다를 바라보길 바랐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낙산사 후문으로 들어섰다. 낙산사 후문으로 들어갔을 때의 좋은 점은 낙산사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운이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의상대와 홍련암이 가깝다는 것이다. 후문으로 들어가서 불과 5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의상대에서 드넓은 동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언제봐도 시원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곳에서 홍련암이 보이는데, 기암괴석 위에 올라서있는 홍련암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저 곳에 저런 암자를 지었을까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곳이다. 다만 의상대에서 홍련암을 바라보는데 그곳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홍련암까지 내려가보지는 않았다. 홍련암에 들어가려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기까지 해서 우리는 의상대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섰다. 



□ 안타까운 역사를 간직한 낙산사


의상대에서 바다를 실컷 보고 이제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걸어가니까 연못이 나오고 보타전이 나왔다. 연못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람과 기원이 담겨있는 동전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그 동전에 담긴 기원들을 모두 이뤄졌을까. 작은 동전에 희망을 담아 던지던 그들의 마음이 쌓여있는 동전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마음들이, 그리고 기도들이 모두 이뤄졌기를 바라본다. 그 연못을 지나 보타전으로 들어섰다. 사실 보타전 앞은 다른 사찰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큰 감명을 받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원래는 보타전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이 이 때에는 정비 중이었다. 그래서 원통보전 있는 쪽으로 가야했는데, 내가 원래 갔던 길보다 훨씬 길었다. 의상대에서 걷기 시작할 때 짝꿍에게도 그렇게 많이 안 걸린다고 얘기해줬는데,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뭐, 그래도 이렇게 들어왔는데 낙산사의 정상은 보고 가야하지 않겠냐면서 먼저 앞장서는 짝꿍이었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이긴 했지만, 올라가는 길에 낙산사의 핵심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원통보전과 7층석탑,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많은 사찰 건물들을 보고 갈 수 있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낙산사에 있는 대부분의 사찰 건물들은 2005년에 일어났던 산불로 소실되었다가 복원된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복원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까 한결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부디 앞으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걸었다.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한 곳은 사람들의 꿈이 한가득 매달려 있는 길이고 다른 한 곳은 나무로 둘러쌓인 길이었다. 우리는 나무로 둘러쌓긴 길로 올라갔다가 사람들의 꿈을 읽으면서 내려왔다. 이 길에서 눈에 들어왔던 것은 그렇게 크지 않은 나무의 크기였다. 2005년 화재 이후에 다시 심어졌을 나무들이기에 아직도 자라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 나무들이 얼른 다 자라서 울창한 낙산사의 모습을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이 길에서 나는 낙산사의 꿈도 함께 이뤄지기를 바랐다. '아픔이 없는 낙산사가 되기를.' 


나무가 만들어낸 터널을 지나가면 해수관음상이 나온다. 해수관음상은 볼 때마다 압도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동해바다를 충분히 보듬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크게 만들어졌다. 짝꿍도 해수관음상을 보자마자 감탄사부터 내뱉었다. 해수관음상 주변으로는 역시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쪽지들이 한가득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지나서 해수관음상에게 수줍게 보여줬던 그들의 바람이, 그들의 희망이 모두 이뤄졌기를. 이곳은 그들이 희망하고, 해수관음상에게만 고백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해수관음상의 크기를 감안하면 아직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지 않을까. 그렇게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수줍은 고백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듣고 보듬어주고 있다. 



"Wow! Wow! Wow! So Beautiful!

 오빠가 여기까지 올라가자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오빠를 믿고 따라다닌다니까."



낙산사 해수관음상은 낙산사 꼭대기에 있다. 그 말은 드넓은 동해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는 뜻이다. 우리 눈 앞을 가로막는 것 없이 동해바다와 낙산 해수욕장, 그리고 속초 시내까지 아름다운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리고 뒤로 눈을 돌리면 늠름하고 웅장한 설악산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낙산사 가는 길에 짝꿍에게 낙산사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았다. 뭔가 짝꿍을 놀래켜주고 싶어서 그랬는데, 그 계획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짝꿍은 해수관음상을 지나 바다를 보러 곧장 달려갔다. 그리고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처음 우리가 본 것은 낙산 해수욕장이었다. 낙산사 아래 길게 뻗어있는 낙산 해수욕장은 겨울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고, 한없이 고요했다. 그저 모래사장을 들락날락거리는 파도만이 해수욕장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 방향을 바꿨다. 동해바다 수평선이 지나가고, 속초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머물렀던 라마다 호텔도 보였고, 대포항의 모습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언제봐도 아름답고 새로운 동해의 망망대해가 우리 눈 앞에 있었다. 우리는 그 바다를 보면서 벤치에 한참이나 앉아있었다. 추운 줄도 몰랐다. 그저 눈이 너무 즐거워서,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도 너무 즐거워서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오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짝꿍이 내게 살짝 불평을 털어놓았다. 이런 것이 있으면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오게 미리 얘기 좀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열렬히 리액션을 해주는 짝꿍이 나도 참 고맙다. 이런 짝꿍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앞으로도 더 아름다운 곳을 찾아서 짝꿍과 함께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서둘렀던 것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낸 후에 낙산사를 내려왔다. 온 길을 그대로 돌아 내려왔고, 낙산사 후문 초입에 있는 다래헌에서 가볍게 차도 한 잔 마셨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어서 참 좋았다. (아래 사진이 다래헌에서 차를 마시면서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우리는 주차장으로 나왔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주차장은 여전히 복잡했다. 삼중으로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주차관리하시는 분들이 이리저리 빼주고 다시 대고 있었다. 다음에 낙산사를 오게 되면 그 때는 정문 주차장에 편안하게 주차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의 낙산사 이야기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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