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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r 25. 2022

[강원] 분단의 아픔이 서린 곳

고성 통일전망대

나와 짝꿍은 겨울이 지날 즈음, 고성을 다녀왔다. 이번 고성 여행에서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북한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이다. 고성이라는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까 당연히 고성 통일전망대도 가본 적이 없었다. 파주에 있는 통일전망대(오두산)는 세 번 정도 가봤는데, 고성은 처음이라 이곳에서 마주하는 북한 땅은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했다. 그래서 짝꿍과 함께 고성 통일전망대로 갔다.

 



□출입 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곳


고성 통일전망대를 네비에 검색하고 가다보면 휴게소 비슷한 곳에 도착을 하게 된다. 이곳이 통일전망대 매표소로 이곳에서 통일전망대 들어가기 위한 출입 신고서를 작성하고 입장권도 구매하는 곳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나타나는 매점들을 지나면 매표소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출입신고서를 일단 받은 후에 형식에 맞게 작성하고 나면 비로소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찍은 사진이 없어서 말로만 설명하려다 보니까 조금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출입신고서도 모두 작성하고, 입장권도 구매를 했으면 다시 차를 타고 통일전망대로 가면 된다. 매표소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약 1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하는데 중간에 군인들에게 입장권도 제출하고 방문증도 받아야 한다. 이런저런 복잡해 보이는 절차와 총을 메고 있는 군인들을 지나야 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짝꿍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강화도 옆에 있는 교동도를 들어갈 때 경험하긴 했지만, 총을 메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것이 짝꿍에게는 항상 새로운 모습이다. 나도 별 생각 없이 살아가다가도 이렇 때마다 새삼 우리가 분단 국가이고, 아직도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정전 국가임을 깨닫게 된다.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외국인인 짝꿍은 오죽할까. 




통일전망대 주차장은 정말 넓었다. 주차 걱정은 딱히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넓었는데, 주차장에서 통일전망대 건물까지는 약 5분 정도를 걸어올라가야 한다. 건물까지 가는 길에 천주교, 기독교, 불교를 상징하는 조형물들을 지나게 된다. 모든 종교에서 하는 기도의 힘으로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잠시 가져보았다. 꼭 완전한 통일이 아니어도, 연방제 통일 형식이거나, 아니면 종전 선언이라도 해서 자유롭게 왕래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가 되더라도 기도의 힘이 그 바람에 닿기를. 


천주교 신자인 짝꿍은 이곳에서 마리아 동상을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짝꿍이 잠시 마리아 동상 앞에서 기도를 드린 후에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어떤 기도를 했는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것을 물어보지 않아도 이제는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통일전망대 건물인데, 생각보다 깨끗하고 멋드러진 건물이라서 다소 놀랐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이 통일전망대 건물은 2018년에 새롭게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 눈 앞에 보이지만, 밟지는 못하는 땅


통일전망대 건물로 들어서면 1층에 건물 뒤편으로 외부 전망대가 바로 있다. 이곳은 앞에 유리창이 없는 외부라서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바로 앞에 해변이 있는데, 발자국 하나 없는 모래사장이었다. 바닷가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 해변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저 해변에 발자국이 새겨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통일전망대답게 이곳에서는 북한 땅이 정말 가까이 보였다. 차 타고 5분만 더 가면 북한 땅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가까운 곳을 눈으로만 봐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과 비교했을 때,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한 땅이 더 가까워 보였고 그래서인지 이런 감정이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짝꿍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해준다. 본인이 살아온 문화도 아니고, 이렇게 분단이 된 배경도 역사적 사실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라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누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 그렇게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짝꿍이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3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3층 전망대에서는 조금 더 멀리까지 보이긴 했지만, 유리창으로 막혀있어서 시야가 선명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1층으로 빠르게 내려왔다. 



바다는 정말 아름답고, 산은 정말 웅장하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눈부시게 푸르고 아름다웠다. 물론 맑은 날씨 덕분에 더욱 푸르게 보이긴 했지만, 다른 어느 곳에서 봤던 동해바다의 모습보다 훨씬 더 청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산은 가히 절경이었다. 멀리서 보아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가까이에서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저 산이 그 유명한 금강산의 한 자락이 아닐까. 예전에 했던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산이었다. 물론 금강산이 아닐 수도 있고, 맞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가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무언가 미지의 느낌 때문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막상 눈 앞에 보이는 해변을 걷고, 바다에 들어가 보면 우리가 이곳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푸르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막상 저 멀리 있는 산 안에 들어서도 통일전망대에서 봤던 것만큼의 인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지 못하는 것은 더 아름답고 커보이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통일전망대 앞의 바다는 눈부시고 파랗고, 그 너머에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아름다웠다는 사실이다.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나가려다가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와서 가봤더니 6.25 전쟁체험전시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소리에 이끌려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6.25 전쟁에 대한 자료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었다. 당시 사용하던 물자들, 전쟁 당시 전사한 분의 군번줄, 전투에 사용했던 총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발굴된 전사자의 유해였다. 전쟁에서 전사하신 분들의 유해를 아직까지도 발굴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분들의 유해가 발굴이 되서 조금이나마 편안한 곳으로 모셔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삼 그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와 함께 잠시나마 마음 속으로 묵념을 올리고 왔다. 


그리고 전시관 한쪽에는 예전과 현대의 병영생활관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었다. 나에게는 특별할 게 없는 곳이었지만, 짝꿍은 흥미롭게 바라본 장소이다. 두 생활관 중에 나는 현대식 생활관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짝꿍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요즘에는 모든 군부대가 현대식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내가 군복무를 할 때에 현대식 생활관으로 한창 바꾸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다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고성 통일전망대 관람을 마치고 돌아왔다. 짝꿍은 바로 앞에서 북한 땅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보였고, 나조차도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짝꿍이 한국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눈 앞에 봤던 그 땅을 밟아보리라는 희망을 가져본 시간이었다. 물론 그 희망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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