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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r 30. 2022

[강원] 설악산 뒤로 넘어가는 일몰

고성 화진포

□ 환상적인 일몰을 보여준 호수


고성에서의 첫날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배가 고파진 우리는 고성 읍내에서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사서 저녁을 먹기 위해 서둘러서 숙소로 가고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문득 짝꿍이 일몰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이곳은 동해안이라서 일몰을 볼만한 장소가 없다고 하면서, 다음 날 일찍 일어날 수 있다면 일출을 보자고 이야기했다. 짝꿍은 나의 답변에 수긍을 했고, 우리는 계속 숙소로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나는 문득 설악산이 있는 왼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주차공간에 바로 차를 세웠다. 우리 눈 앞에 환상적인 일몰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를 세운 곳은 화진포 옆, 화진포 생태박물관과 김일성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차를 세우긴 했지만, 우리의 목적은 화진포에서 바라보는 일몰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건너서 화진포로 다가갔다. 화진포 뒤로 펼쳐져있는 설악산 위로 빨갛게 물든 태양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성에서 일몰 볼 만한 곳이 없다고?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 포인트가 있는데?



금방이라도 설악산 뒤로 숨어버릴 것 같았던 태양은 꽤 오랫동안 우리를 쳐다봐 주었다. 우리는 빨갛게 물든 하늘과 그 빛을 머금고 있는 화진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봤는데 역시 직접 보는 아름다움을 사진이 온전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그곳에서 태양이 빨간 빛만 남기고 모습을 감출 때까지 그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강릉, 속초를 꽤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설악산 뒤로 넘어가는 일몰을 온전하게 본 것은 처음이었다. 서해안에서 바라보는 일몰과는 또 다른 느낌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일몰을 보기까지는 사실 꽤 여러 우연이 겹쳐서 일어났다. 우선은 숙소로 가는 길을 7번 국도가 아닌,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단 생각에 화진포 오른쪽에 있는 길(김일성 별장 가는 도로)을 선택한 것이 첫번째이고, 해가 넘어가기 직전 그 순간에 화진포 옆을 지나간 것이 두번째, 그리고 우리가 선명한 일몰을 볼 수 있게 도와준 그 날의 날씨가 세번째였다. 배가 고프단 사실도 잊고 화진포에서 해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후에 우리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짝꿍은 화진포에서 본 일몰의 모습에 아직까지도 빠져있는 모습이었고, 고성에 일몰을 볼 만한 장소가 없다고 불과 몇 분 전에 얘기했던 나는 그렇게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 다시 찾은 화진포


우리는 다음 날 화진포를 다시 찾아갔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어디를 들러볼까 고민하다가 전날 봤던 일몰의 영향 때문인지 화진포를 다시 가보기로 한 것이다. 대신 이번에는 전날에 멈췄던 곳이 아니라, 화진포 옆으로 이어지는 화진포둘레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오솔길처럼 되어있어서 중간에 길이 막혀 있거나,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조금 되긴 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까 길이 그렇게 좁지는 않았다. 왕복 1차선 도로긴 했지만 서로 마주오는 차는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화진포둘레길을 중간쯤 들어가자 설악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잠시 멈췄고, 얼어붙은 화진포와 그 호수를 감싸고 있는 설악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를 마음껏 감상했다.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벤치에 잠시 앉아있기도 하면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그 사이 지나가는 차나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장소를, 그리고 화진포를 전세낸 것처럼 마음껏 그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호수가 얼어서 그 위에 눈이 쌓이고, 산에서 눈이 쌓여있는 모습은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하늘이 다소 흐렸는데, 오히려 온통 하얀 색감에 하늘마저 하얀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서 오히려 더 신비로운 느낌마저 받았다. 



고성의 화진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호수이다. 그래서인지 화진포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은 사실이다. 주변에 있는 이승만 별장, 김일성 별장 등을 가기 위해 지나는 곳, 그리고 지나가다가 잠시 스쳐보는 곳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런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짚어버렸다. 오히려 나와 짝꿍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별장들을 오히려 찾아가지 않았고, 그 시간을 화진포 호수와 그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너무도 훌륭했고, 다시 고성을 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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