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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14. 2021

사소한 차이, 아침식사

무엇을 먹을 것인가.

내가 영국인 짝꿍을 처음 만난 것이 2017년이다. 처음에는 친구처럼 지내다가 조금씩 관계가 발전해서 연인이 되었고, 이제는 함께 살고 있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외국인을 짝꿍으로 맞이한다는 생각 자체를 과거에는 해본 적이 없어서 이 친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우리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한 가지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 가정에서 자란 100% 한국인이다. 그리고 짝꿍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자랐다. 나는 아침식사로 밥과 국, 그리고 두세 가지의 반찬을 항상 먹으면서 자랐다. 짝꿍은 빵에 햄과 치즈 등을 곁들여서 먹는다. 이 사소한 차이 하나를 받아들이고 맞춰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아침식사. 간단한 샌드위치와 계란이다. 


짝꿍은 아침부터 쌀을 먹으면 속에 더부룩하고 너무 부담된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으니까. 초반에는 밥과 국을 일부러 차려준 적도 있었는데, 한두 번 떠 먹고는 체할 거 같아서 못 먹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 친구도 평생을 이렇게 먹으면서 살아왔겠구나, 그래서 힘들겠구나'라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짝꿍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행히 짝꿍을 만나기 시작할 즈음에는 내가 이미 영국에서 1년 넘게 살면서 아침으로 빵이나 샌드위치를 먹는 것에 거부감이 사라진 이후였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으로 항상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는다. 대신 설탕이나 버터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빵으로 샌드위치를 먹는다. 그렇게 먹으면 확실히 속은 편하다.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배가 고파지는 것이 문제이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푸짐하게 먹을 때도 있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맞다'라고 생각하고 항상 살아왔었는데, 삶의 방식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서로 조금씩 '다른 것'임을 이런 사소한 차이에서부터 배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고, 우리 사이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그만큼 많이 이야기를 해야되고, 그만큼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해야 한다. 짝꿍을 만난 지 3년 정도가 지난 지금,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사이가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많은 차이를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발견하고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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