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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20. 2021

역사를 대하는 관점의 차이

역사는 어떻게 쓰여져야 할까

1년 전, 짝꿍의 가족을 만나러 도미니카 공화국(Dominican Republic)에 갔었다. 짝꿍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가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비행기에 앉아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에 도착했다.


짝꿍의 집에서 바라본 산토 도밍고의 모습


그렇게 나는 짝꿍의 가족과 함께 2주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집에서 쉬기도 하고, 현지인처럼 산책도 했다. 그리고 짝꿍의 가족은 도미니카 공화국이 처음인 나에게 본인들의 나라 이곳 저곳을 보여주었는데, 처음으로 데려갔던 곳이 산토 도밍고의 관광명소인 '시우다드 콜로니얼(Ciudad Colonial), 또는 조나 콜리니얼(Zona Colonial)'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영어로 번역하면 'Colonial City, 또는 Colonial Zone'으로, 이 곳은 콜럼버스가 이 곳에 도착한 이후 건설한 지역이다. 당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으로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산토 도밍고의 최대 관광명소인 조나 콜라니얼


이 곳은 콜럼버스가 우리나라를 침략한 후에 건설한 지역이야.


짝꿍 가족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 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저 문장 하나가 가슴에 와서 박혔다. 그리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데, 그 순간에는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배웠다. 내가 배웠던 역사와 짝꿍 가족의 설명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 묘한 느낌이었다. 그렇다. 이 나라 사람들에게 도미니카 공화국은 콜럼버스가 이새롭게 '발견'한 곳이 아니라 그들의 선조가 원래 살고 있던 땅이었다. 그리고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가 아닌 그들의 나라를 침략하고 그들의 선조를 무참하게 학살했던 사람인 것이다.


조나 콜로니얼 중심 광장에 세워져 있는 콜럼버스 동상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쓰여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 표현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콜럼버스는 당시 거대제국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역사는 그들 중심으로 쓰여진 것이다. 하지만 콜럼버스가 소위 말하는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 곳에서 이미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가 없다. 


역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쓰는 사람에 따라서 역사의 이야기가 정반대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역사를 대할 때, 역사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을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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