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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06. 2021

짝꿍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영국인 짝꿍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2020년은 작년이 되었고, 이제는 새로운 2021년이 올해가 되어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많은 일이 있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20년은 나와 짝꿍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1년이었다. 해가 바뀔때 쯤이면 항상 크리스마스가 선물처럼 찾아온다. 2020년 크리스마스와 2021년이 되는 순간에 나와 짝꿍은 함께 있었다. 그 어느 때처럼 서로에게 웃음을 주면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짝꿍의 가족은 크리스마스만 되면 큰 트리를 장식한다.


영국인이면서 동시에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자라온 짝꿍에게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1%만 과장하면 본인 생일보다 크리스마스를 더 기다릴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처음에 짝꿍과 만났을 때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방식을 좁혀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자라온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그저 커플들끼리 데이트하는 날, 또는 집에서 '나 홀로 집에'를 보는 날 정도로 인식할 뿐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짝꿍에게 크리스마스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었다.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선물을 떠올리고, 가족을 떠올리는 것이다. 우리가 설날, 추석 때 온 가족이 모이는 것처럼 짝꿍의 가족은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모이는 날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 했지만, 그 간극이 워낙 컸기에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머리로는 이해한 듯 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9년에 내가 짝꿍의 가족이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가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들이 크리스마스 때 무엇을 하고, 어떻게 그 하루를 보내는지를 두 눈으로 보면서 짝꿍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짝꿍이 크리스마스만 되면 가족을 그리워하고, 그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지를.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2020년 크리스마스는 나와 짝꿍, 둘이서 보냈다. 


그래서 2020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짝꿍이 많이 힘들어했다. 지금까지 항상 가족과 함께했던 크리스마스였는데, 작년의 크리스마스 때는 집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가족이 한국으로 오는 것도 쉽지 않아서 결국에는 나와 짝꿍, 둘이서 함께 보냈다. 그래도 서로가 함께 있었기에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다 보니까 크리스마스가 지나가 있었다. 그렇게 2020년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단둘이 되었고, 가족이 되었고, 많이 더 가까워졌다. 


그래도 2021년의 크리스마스는 짝꿍이 가족과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도 함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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