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해안산책로와 협재해수욕장
"제주도 가면 뭘 가장 보고 싶어?"
"음... 바다? 그냥 바다만 계속 봐도 좋을 것 같은데?"
나와 짝꿍이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제주도의 푸르고 파란 바다이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의 첫번째 목적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편안하게 쉬다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찾아다녔다. 우리의 레이더망에 첫번째로 들어온 제주도의 바다는 제주도 서쪽에 있는 한담해안산책로와 협재해수욕장이다. 오늘은 제주도 서쪽에서 바라본 제주도의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서귀포에 있는 중문 근처였다. 그래서 최대한 멀리까지 가서 천천히 내려올 계획으로 한담해안산책로까지 바로 올라갔다. 한담해안산책로는 제주도 북서쪽에 있는 곳으로 바다를 보면서 산책할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애월카페거리도 있어서 관광객들이 정말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기 전에 빠져나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곳까지 가는 도중에 예상치 못하게 벚꽃이 아름드리 피어있는 곳을 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시간을 조금 보낸 결과 한담 해변에는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 결과는 꽤 참담할 뻔했다. 도착해서 곧장 주차장 표시를 따라 갔는데 주차장에 빈 자리가 2개 남아있었다. 그 중 하나에 차를 대고 내리니까 다른 한 곳도 바로 채워졌고, 그 이후에 들어오는 차는 소득없이 차를 돌려야했다. 그야말로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제는 마음 편하게 한담해안산책로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바다를 보면서 정처없이 거닐기도 했고 애월카페거리에 있는 카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삼아 데이트를 즐기고, 가족 여행을 온 사람들을 기분 좋게 바라보기도 했다.
이 모습을 잊고 있었네.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한담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제주도의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를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항상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짝꿍의 제안을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했던 지난날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조금 더 일찍 올 걸, 왜 이제서야 다시 온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잊고 있었던 시간이 아쉬울만큼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제주도의 바닷물은 유난히 더욱 파랗고 푸르렀다.
한담해안산책로를 걷다보면 자연스레 주변의 풍경과 동화되는 나를 발견한다. 까만 현무암으로 가득한 해변과 싱그럽게 파란 바다가 대비되고, 길 옆으로는 노란 유채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검은색 사이에서 피어난 노란색은 유난히 그 색깔을 빛내고, 바다만 보지 말고 자기도 봐달라고 소리치는 듯 하다. 그리고 파란 바다 위에는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카페에 앉아서 싱그러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제주도의 바다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산책로를 한참 걷다가 맘에 드는 카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한참동안 시간을 보냈다. 여행객이 아니라 마치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처럼, 그렇게 한가롭게 우리만의 시간을 즐겼다.
한담해변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한 다음 목적이는 협재해수욕장이었는데, 한담해변에서는 약 1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였다. 그런데 우리가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은 한담해변을 떠난 지 30분 가량이 지난 후였다. 왜 그렇게 늦어진 것일까. 바로 메인 도로가 아닌,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했고 그마저도 중간에서 한두번 멈춰섰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파란 바다를 단 한순간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해안 도로로 들어갔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까 눈 앞에 너무도 청명한 바다가 나타나서 그 순간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멈춰선 장소가 바로 아래 사진에 나오는 곳이다. 돌아와서 사진 정리를 하면서 이곳은 어디였을까 궁금해져서 지도로 찾아봤는데, 바로 용운동 복지회관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켄싱턴리조트 제주한림점이 들어서있는데, 이런 리조트가 있다는 사실은 이곳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계획에도 없이 멈춰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닷물은 너무도 맑았고 청명했다. 넘실거리는 바닷물 아래로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깨끗한 바다였다. 제주도에서는 어딜가나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보는 바닷물은 유난히 더 파랗게 보였다.
지난 번에 왔던 곳이네? 다시 와보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읽었구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협재해수욕장 주차장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주차를 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운이 좋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 차 한 대가 빠져서 기다리거나 헤매지 않고 바로 차를 댈 수 있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바다를 보러 갔는데, 짝꿍이 이곳을 기억해냈다. 협재해수욕장은 나와 짝꿍이 제주도를 여행했던 4년 전에도 한 번 왔었던 곳이다. 그 때의 기억도 되살릴 겸, 어차피 지나는 길이라서 한 번 더 들렀다 가기로 혼자 마음을 먹고 말도 없이 도착한 것인데 바로 알아본 것이다. 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인상적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바다를 다시 보러 왔다.
협재해수욕장은 그렇게 큰 해수욕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여행할 때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다. 우리가 갔을 때도 이미 사람들이 꽤 많았고, 물이 들어가서 놀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물에 들어가기 다소 추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이들의 패기와 열정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심 가득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유난히 몰려있는 곳이 있어서 가봤는데, 그곳이 사진 포인트였다. 바다 아래 있는 해초가 하트 모양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하트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기다리지는 않았다. 나는 그 옆에서 하트와 비양도가 함께 담기도록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그 사진은 아래에 있다.
이렇게 우리는 제주도 서쪽 바다 여행을 마쳤다. 너무도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끊임없이 눈에 담아낸 하루였다. 물론 이 날의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 이후에 우리가 찾은 곳은 한림공원이었기 때문에 바다를 더 이상 보지는 못했다. 아무리 봐도 결코 질리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던 하루였다. 짝꿍도 제주도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한국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정말 많이 보아온 짝꿍인데,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그 모든 것과 다른, 제주도만의 특유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이 날 바라본 제주도의 바다는 짝꿍에게는 파라다이스처럼 느껴졌다. 짝꿍이 자라온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다가 오버랩되는 제주도의 바다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