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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y 10. 2022

제주도 공원과 동굴의 만남

한림공원

협재해수욕장을 지나서 우리는 한림공원으로 들어갔다. 한림공원은 협재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함께 묶어서 여행하기 좋은 코스이다. 4년 전, 짝꿍과 제주도에 왔을 때에도 이곳에 가고 싶었는데 그 때는 시간이 늦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한림공원에 무사히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럼 한림공원에서의 우리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 여행자에게는 종합선물세트


짝꿍에게 공원에 가자고 했을 때 짝꿍은 그렇게 탐탁해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바다가 차고 넘치는 제주도까지 와서 왜 굳이 공원을 가야하는가라는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짝꿍의 생각이 바뀌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짝꿍에게 한림공원에 대한 사진을 보여줬고 사진 몇 장을 보더니 짝꿍은 바로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한림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짝꿍에게 왜 공원에 가고 싶어졌는지를 물었다. 


"왜 마음이 바뀐거야?"

"음... 종합선물세트 같아서? 그리고 동굴을 보고 싶어."


그렇다. 짝꿍은 한림공원에 있는 동굴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짝꿍의 말처럼 한림공원은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있다. 일반적인 공원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나무, 잔디, 꽃 등의 모습은 물론 동굴도 두 개나 있고 민속마을도 있다. 그리고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공원 전체적으로 열대 식물이 많아서 공원 자체가 이국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짝꿍은 동굴이 보고 싶다고 했다. 카리브해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자란 짝꿍에게 열대 식물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크게 감흥을 주지 못했는데, 한림공원 안에 있는 두 개의 동굴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림공원에 들어섰다. 



한림공원에 들어서면 바로 열대 식물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입구에서부터 제주도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데 그 커다란 나무 아래를 걸어가다 보면 마치 외국에 있는 공원을 걷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중간중간 있는 표지판에 있는 한글이 우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나는 한림공원에 빼곡하게 있는 열대식물들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앞서 말한것처럼 짝꿍에게 열대식물은 너무도 흔하고 익숙한 모습을 뿐이었다. 짝꿍은 얼른 동굴에 가자고 나를 재촉하고, 나는 열대식물들의 사진을 찍느라 뒤쳐졌다. 높고, 크고, 잘 가꾸어진 한림공원의 열대 나무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물론 짝꿍에게 익숙한 모습이라고는 했지만, 짝꿍도 이곳에 아예 감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잘 다음어진 나무들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꽃 앞에서는 멈춰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동굴을 목적으로 들어온 공원이지만 공원에 대한 첫인상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천천히 거닐다 보면 협재굴 입구가 나온다. 한림공원에는 협재굴, 쌍용굴 두 개가 개방되어 있는데 주변으로 동굴이 더 있다고 한다. 협재굴 출구를 나와서 조금만 더 가면 쌍용굴 입구가 나와서 길을 따라 걷다보면 두 개의 동굴을 모두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이 협재굴과 쌍용굴 내부 모습이다. 금요일 오후에 가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고, 동굴 내부는 정말 고요했다. 용암이 흐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제주도의 용암동굴은 웅장하면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땅 속으로 용암이 흘러서 이렇게 동굴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면서도, 동굴 안에 있는 용암이 흐른 자국을 보면서 그 모습을 상상해 봤다.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흐르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소름이 끼치기도 했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들기도 했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용암동굴은 석회암동굴과 달리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석회암동굴 특유의 화려하고 울퉁불퉁한 모습이 없고 오히려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용암이 흐른 자국을 보면서 용암이 흘렀던 공간을 우리가 지금 걷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동굴이 조금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용암동굴을 처음 본 짝꿍은 약간의 놀라움과 두려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생각했던 모든 감정들을 짝꿍은 밖으로 표출해냈다. 짝꿍도 용암이 흘러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용암이 흐르던 그 시기의 모습을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용암이 흐른 길을 우리가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명이 있긴 하지만 다소 어둡고 고요한 동굴의 분위기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몇 장 찍고 얼른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동굴을 처음 본 짝꿍은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다음에 또 가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번에는 시간상 가보지 못했던 만장굴을 다음 제주도 여행에서는 꼭 함께 가보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에 있는 석회암동굴도 짝꿍에게 꼭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동굴 어땠어? 보고 싶어했잖아."

"정말 인상적이야. 웅장하고, 고요하고, 신비롭고... 그러면서도 스산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

"다음에 다른 동굴도 가볼까?"

"좋아, 다른 동굴도 보고 싶어."



쌍용굴을 빠져나오면 한가득 피어있는 꽃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겨울이 지났지면 여전히 새빨간 매력을 보여주는 동백꽃과 나무 아래 빼곡하게 수선화가 피어 있었다. 짝꿍은 수선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수선화를 보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날 갔던 이니스프리 하우스에도 수선화가 있긴 했지만 그곳에는 몇 송이씩 따로 피어있는 모습이었는데, 이곳은 하나의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하얗게 피어난 수선화는 그 자체로도 예쁘지만, 하얀 꽃잎에 햇빛이 비치는 모습은 그 아름다움을 훨씬 더 배가시켰다. 나도 짝꿍도 한동안 수선화 군락 앞을 떠나지 못했다.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사진도 여러 각도로 찍어보면서 수선화를 우리의 기억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수선화 군란을 떠날 때의 시간은 오후 5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이날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제외하면 이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 동굴의 웅장함에, 수선화의 아름다움에 배고픔을 잊고 있다가 이 모든 것들이 지나가니까 배고픔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서 공원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나가는 길에 재암민속마을도 있고,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구역도 있는데 그냥 지나쳤다. 그 공간들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 날 한림공원을 방문했던 가장 큰 목적은 동굴이었고, 우리는 그 동굴을 충분히 즐기고 봤으니까 우리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그래도 나가는 길에 중간중간 보이는 모습들을 사진에 담았는데, 재암민속마을 안에 있는 나무에는 천혜향이 달려있었고, 동물 우리에는 타조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타조의 배웅을 받으면서 한림공원을 벗어났다. 



글을 끝내기 전에 타조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한다. 짝꿍은 타조가 참 귀엽다고 한다. 그리고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는 동물이라도고 한다. 사실 나는...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남이섬에서 타조를 처음 봤는데, 남이섬의 타조는 꽤 유명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약 10여년 전) 남이섬에 있던 타조는 사람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간식을 뺏어먹기도 하고, 간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쫒아오기도 했다. 그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면서도, 무섭기도 했던 나에게 타조는 그렇게 친숙한 동물이 아니다. 그 이후로도 타조만 보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경계심을 가지게 된다. 


"저 큰 눈을 봐바! 얼마나 귀엽고 똘망똘망한데!"


짝꿍을 만나고 난 이후, 타조에 대한 나의 경계심은 많이 허물어졌다. 짝꿍의 얘기를 듣고 타조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새삼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날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난 타조에게 약간의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짝꿍 덕분에 한 생명체에 대한 나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가까이 가기에는 두려운 존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경계심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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