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곰 May 27. 2022

[제주]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

정방폭포

제주도 서쪽의 바다를 보고 난 다음날, 우리는 제주도의 남쪽 바다를 보러 떠났다. 남쪽에서도 어디를 갈까 하다가 문득 정방폭포가 생각났다. 제주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이 필수로 거치는 관문인 정방폭포를 짝꿍은 아직 가보지 못한 것이다. 4년 전, 제주도를 여행할 때 가보려고 했었는데 정방폭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입장시간이 마감된 이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햇빛이 화창한 오후 2시 쯤, 우리는 정방폭포에 도착했다. 



□ 뻔해서 아름다운 곳


정방폭포는 누군가에게 뻔한 여행지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 다닐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거나 현장학습 같은 것들을 갈 때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 정방폭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도 여행지를 검색하면 항상 선두권에 나타나는 것이 정방폭포이기도 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뻔한 여행지로 생각될 수 있는 장소가, 짝꿍에게는 새로운 장소였고 당연히 나는 이곳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나도 오랜만에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로 단체여행을 갈 때마다 선택받는 곳, 그리고 여행지를 검색하면 가장 앞순위에 나타나는 곳, 그렇기 때문에 뻔한 여행지라고 인식받는 곳.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의 아름다움이 있고, 여행지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짝꿍은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정방폭포의 모습을 이미 사진으로 봤기 때문에, 폭포의 모습이나 규모는 이미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오랜만에 시원하고 상쾌한 물보라를 마주할 생각에 설렜다. 



표를 구입하고 정방폭포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들어섰다. 매표소에서 정방폭포까지는 약 5분 정도만 내려가면 된다. 내려가는 도중에 고개를 들면 넓은 제주 앞바다와 폭포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절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계단을 내려가다보면 금방 폭포 앞에 도착하게 된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폭포 앞에 커다란 바위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그 바위를 밟고 지나가야 폭포 앞에 도착하게 된다. 바위들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서 가야한다. 아름다운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수고와 노력 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우리는 조심스레 한 발짝씩 내딛었고, 이내 폭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정방폭포를 눈 앞에 둔 짝꿍은 한동안 폭포만 바라보았다. 절벽 사이로 물이 떨어지고, 그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폭포의 아름다움과 폭포수가 만들어내는 시원함과 상쾌함을 한껏 만끽하기도 했다. 오후 느즈막히 도착해서 폭포 앞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여유롭게 폭포를 감상하고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다 찍고 돌아갈까 하는데, 짝꿍이 커다란 바위 위에 털썩 앉아버렸다. 


"우리 조금만 앉아 있다가 가자. 여기 너무 좋아!"


짝꿍은 폭포가 만들어내는 상쾌한 물보라를 조금 더 맞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절벽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을 너무 좋아했다. 폭포 반대편으로는 짝꿍이 너무도 애정하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짝꿍이 이곳을 빨리 떠날 이유가 없었다. 앞에는 폭포가, 뒤에는 바다가 짝꿍을 받쳐주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폭포와 바다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폭포의 물보라가 차갑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정방폭포에 대한 이야기로 사진도 많지 않고 글도 그렇게 길지는 않다. 다른 곳과 묶어서 이야기를 풀어낼까 하다가, 그래도 우리가 너무 좋아했던 곳이라서 단독으로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짝꿍은 정방폭포를 정말 좋아했다. 한여름에 폭포 앞에 서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언젠가 한여름에 제주도를 가게 된다면 정방폭포를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폭포의 물보라를 맞으면서 조금 더 오랜 시간 폭포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 제주도 공원과 동굴의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