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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n 02. 2022

[제주] 제주도 남쪽에 펼쳐진 바다

새섬과 구두미포구

제주도의 바다는 끝이 없다. 크지 않은 섬인 탓에 어딜 가나 바다가 보이고, 어디서 보더라도 제주도의 바다는 푸르고 아름답다. 한담해변부터 협재해수욕장까지 제주도의 서쪽 바다를 둘러본 우리는 제주도의 남쪽 바다를 보러 갔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짝꿍이 좋아했던 새섬과 우연히 찾아가게 된 구두미포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너무도 푸르고 싱그러웠던 제주도의 남쪽 바다로 우리는 여행을 계속했다. 



□ 다시 건넌 새연교


제주 남쪽 바다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서귀포에 있는 새연교이다. 새연교는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작은 무인도, 새섬을 연결하는 다리이다. 4년 전, 제주도를 함께 여행했을 때에도 왔던 곳이었는데 다시 한 번 가보게 되었다. 사실 갈까 말까 고민하던 곳이었는데, 운전을 하다 보니 마침 이곳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을 지나면서 짝꿍은 주변의 모습을 보고 알아차렸고, 잠시 멈췄다 가자고 했다. 안 그래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우리는 잠시 멈춰서 새연교를 건너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건너보는 새연교였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여전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오밀조밀한 서귀포 시내의 모습부터 투명하고 청명한 바다까지 여전히 아름다웠다. 새연교를 건너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다리 아래를 흐르는 깨끗한 바닷물을 보게 된다. 짝꿍은 그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고 할 정도로 보기만 해도 상쾌하고 기분 좋은 바다였다. 그리고 새섬에서 튀어나와 있는 악어바위를 보면서 저 바위 위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위험하기 때문에 그 바위 위까지 들어가는 것 통제하고 있어서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머리 속으로 저 위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바위 아래에 보이는 에메랄드 색깔의 바닷물이 너무도 예뻤다. 수영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시원하고 상쾌한 색깔이었다. 



우리는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새연교를 건넜다. 새연교는 바다 위에 있는 다리이기 때문에 평소에 바람이 많이 부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바람이 심하지 않았다. 날씨까지 우리를 반겨줬던, 모든 것이 완벽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던 중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멀리 보이는 한라산이었다. 날씨가 워낙 맑고 깨끗해서 멀리 있는 한라산이 너무 또렷하게 보였고 문득 한라산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제주도에 올 때마다 봤던 한라산이었고, 직접 올라가 본 적도 있는 곳이지만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새연교를 건너는 그 순간 나는 한라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녹색이 우거진 산과 여러가지 색깔이 가득한 서귀포 항구 마을의 모습까지,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짝꿍과 함께 새연교 위에 서 있는 그 순간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아마 그런 기분으로 바라본 한라산이기에 평소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제주도 어디서나 보이는 한라산이고 이번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도 한라산을 정말 많이 바라봤지만, 그 순간에 바라본 한라산은 조금 특별했다.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문득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 익숙하다고 생각한 무언가가 조금은 특별하게 생각될 때. 새연교 위에 서 있는 내가 바라본 한라산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익숙하지만, 새로웠던. 



"우리 카페 가서 잠시 쉬어갈까?"

"응, 내가 카페 하나 찾았어. 거기로 가자. 여기서 별로 멀지도 않아!"


짝꿍과 나는 카페를 가기로 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짝꿍은 이미 카페를 찾아놓고 있었다. 서귀포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바다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가 찾아간 곳이 구두미포구이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포구인 데다가, 정말 조용한 마을이었는데 이런 곳에 카페가 있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그런데 더 신기하게도 카페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바로 앞에 있는 섶섬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바다를 보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카페에 사람이 많아서 우리가 원하던 바는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바로 눈 앞에 있는 섶섬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커피는 황홀했다. 


잠시 앉아있다가 우리는 구두미포구 아래로 내려갔다. 포구는 정말 작았다. 방파제로 막힌 포구 안에는 열 척 남짓의 배만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그런데 그 작은 포구만의 매력이 한껏 느껴졌다. 한적하고 조용한 작은 포구마을, 푸른 바닷물이 아름답고 바로 앞에는 섬 하나가 떠있는 곳. 지금까지 크고 작은 항구와 포구를 정말 많이 가봤지만, 이곳만큼의 인상을 주는 곳은 별로 없었다. 작다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 바로 구두미포구이다. 포구를 감싸고 있는 방파제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방파제 위에서 바라보는 바닷물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줄 하나에 몸이 묶인 채 언젠가 주인이 와서 넓은 망망대해로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배들의 모습은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고 싶다고, 만약에 가게 된다면 같이 갈 건지 물어봤다. 짝꿍의 대답은 짧았다. 


"안 돼. 나 멀미 심해."



이렇게 오늘은 제주도 남쪽의 바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섬과 새연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서 새로운 곳이 아니지만, 구두미포구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장소일 것이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포구마을을 보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섶섬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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