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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선사시대 유적

스톤헨지와 솔즈베리(Stonehenge and Salisbury)

by 방랑곰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는 무엇일까? 영국에도 선사시대의 유적지가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오늘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를 찾아서 떠났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영국의 거석기념물, 스톤헨지(Stonehenge)와 그 스톤헨지를 가기 위해 지나야했던 동네, 솔즈베리(Salisbury)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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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를 내가 처음으로 간 것은 브라이튼(Brighton)에서 살고 있을 때였다. 스톤헨지에 대한 명성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보고 싶어진 나는 친구들과 함께 스톤헨지 여행을 계획했다. 브라이튼에서 스톤헨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솔즈베리라는 도시에서 내려서,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우리는 일단 솔즈베리까지는 기차를 타고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도착했다. 하지만 스톤헨지는 솔즈베리 시내에서도 차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더군다나 넓디 넓은 푸른 초원 위에 덩그라니 있다. 그래서 솔즈베리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스톤헨지까지 가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 보았고, 그러던 와중에 솔즈베리 기차역에 내렸다.


기차역 밖으로 나온 우리는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작은 미니 버스 몇 대를 발견했다. 바로 스톤헨지까지 가는 투어였고, 스톤헨지까지 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우리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탔다. 기차 안에서 열심히 찾아본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미리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격언이 생겨난 것일까. 어찌됐든 스톤헨지까지의 여정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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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초원 위에 서있는 돌무더기


스톤헨지에 대한 나의 첫인상을 어땠을까. 나는 처음에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넓은 초원 위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광할한 평야 위에 수십개의 거대한 돌무더기가 덩그러니 서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스톤헨지의 규모는 짐작이 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스톤헨지 거석의 크기를 알 수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기 전부터 스톤헨지의 거석이 거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간 스톤헨지는 정말 거대했고, 생각보다 거석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스톤헨지는 선사시대의 유적으로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남아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고인돌과 비슷해서 그 당시 무덤이 아닐까 생각해봤는데, 정확한 사실을 모르니까 머리 속에서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된다. 종교 의식을 치뤘던 곳일까, 아니면 어떤 상징을 나타내는 것일까.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내 맘대로 만들어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스톤헨지를 보면서 이런저런 그 당시 사람들을 상상해봤고, 그렇게 바라볼 때 스톤헨지는 꽤나 흥미로운 유적지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스톤헨지가 그렇게 가볼만한 곳일까라는 의문에 나는 물음표를 던진다. 어느 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이 하나도 없는 이곳에 왜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일까. 세계문화유산이라서?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라서? 아마 그런 것이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스톤헨지라는 유명세 때문에 가는 것이라면 꽤나 실망할 수도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평지 위에 서있는 수십 개의 거석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톤헨지의 입장료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성인 기준으로 21.8 파운드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35,000원 정도이다. 실제로 함께 갔던 친구들 중 일부는 입장료가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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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즈베리와 아본강


우리는 솔즈베리 시내로 돌아왔다. 솔즈베리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당일치기로 여행을 온 탓에 브라이튼으로 돌아가야 했던 우리는 시내 구경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았고, 거대한 규모의 솔즈베리 대성당도 봤다. 시내를 감싸고 있는 아본강(River Avon) 옆에 있는 공원을 걷기도 했다. 강가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예쁜 집들이 보인다. 그런 집들을 볼 때마다 저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직접 살아보면 내가 이 당시 느꼈던 그 감정들이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사람은 익숙해지면 무뎌지는 동물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강가를 걷다가 시내 쪽을 바라왔는데 솔즈베리 대성당의 첨탑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이 도시와 시골을 구분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대성당의 유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대성당의 규모를 보면 그 도시의 규모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어느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 지역에 대성당(Cathedral)이 있다면 그 지역은 도시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영국의 정말 많은 지역과 동네를 여행했는데, 대성당이 없는 지역은 정말 작은 동네였다. 반면, 거대한 규모의 대성당이 있는 곳은 도시의 규모도 꽤나 큰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솔즈베리 대성당은 규모가 꽤 큰 편이었고, 이 도시도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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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기차를 타러 갔다. 도시를 감싸는 강의 힘인지, 도시가 전체적으로 차분했고 조용했다. 그래서 돌아가는 시간이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기차역으로 향한것이다. 스톤헨지 때문에 엉겁결에 함께 둘러보게 된 솔즈베리였지만, 도시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동네였다.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초원 위에 가득한 양들을 발견했다. 영국에는 인구 수보다 양들의 수가 더 많다는 소리가 있을 만큼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어딜 가나 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넓은 초원 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기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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