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브리지(Cambridge)
지난 번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 최고의 대학교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다른 답변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대학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그 중 첫번째 공통 대답은 이전에 포스팅했던 옥스포드(Oxford)일 것이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대답하는 또 다른 대학교는 어디일까. 아마 캠브리지(Cambridge)가 아닐까. 이견이 없을 정도로 영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곳이 바로 캠브리지 대학교이다. 오늘은 이 캠브리지 대학교가 있는 동네, 캠브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캠브리지를 총 세 번 다녀왔다. 브라이튼(Brighton)에서 머물 때 친구들과 한 번 다녀오고, 버밍엄(Birmingham)에서 석사 과정을 하면서 두 번 더 다녀왔다. 브라이튼에서는 기차로, 버밍엄에서는 버스와 자동차로 각각 다녀왔다. 브라이튼에서 기차로 캠브리지까지 가는 여정은 약 3시간 정도 걸리고, 버밍엄에서는 차로 2시간이 좀 덜 걸린다. 버밍엄에서 기차로 갈 경우에는 약 3시간 가까이 걸린다. 캠브리지의 경우 런던에서 가는 것이 조금 더 가까운 편으로,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 약 1시간 반 정도 걸리기 때문에 런던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올 만한 곳이라고 추천하는 곳이다.
캠브리지에 가기 전, 나는 옥스포드와 비슷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지역 모두 대학교가 중심이 되는 대학도시이자 교육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그저 친구가 가자고 해서 함께 가게 된 것이 브라이튼에서 떠났던 첫번째 여정이었고, 두번째는 석사를 하고 있는데 같은 과 친구가 학교 투어를 같이 가자고 해서 다녀왔고, 마지막 세번쨰는 짝꿍이 가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한 번 가게 되었다. 내가 세 번이나 캠브리지를 찾았던 것은 캠브리지가 그만큼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짝꿍이 가보고 싶다고 했을 때 캠브리지 별 거 없다는 말로 거절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캠브리지를 왜 세 번씩이나 다녀온 것일까. 내가 써내려가는 글과 여기에 있는 사진들로는 그 매력이 온전하게 표현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내가 캠브리지에서 느꼈던 감정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고로 여기 있는 사진은 내가 세 번 캠브리지를 다녀오면서 촬영한 것으로, 날씨나 위치 등이 사진마다 조금씩 다르다.
옥스포드와 비슷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캠브리지는 옥스포드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일단 거리 풍경부터가 달랐고, 대학교의 건물 모습도 많이 달랐다. 옥스포드가 조금 더 영국적인 도시 느낌에 가깝다면, 캠브리지는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대학교의 건축 양식이 매우 웅장하면서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으로는 대학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 도시 또는 유럽 주요 도시의 구도심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캠브리지에 있는 대학들을 보러 간 것이기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대학 건물들이 모여 있는 구역으로 곧장 걸어갔다. 옥스포드처럼 캠브리지도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도심에서 대학교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까지 그렇게 멀지는 않다. 이곳도 옥스포드처럼 대학교를 이루는 대학의 건물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하나의 단과 대학이 하나의 작은 캠퍼스를 가지고 있고, 그런 대학들이 모여 캠브리지 도시 전체를 캠퍼스로 사용한다. 그래서 캠브리지 대학교의 모든 곳을 빠짐없이 보고 싶다면, 하루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주요 대학교를 미리 알아보고, 그곳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캠브리지에 처음 갔을 때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 않고 무작정 찾아갔었다. 그리고 캠브리지 대학교의 한 대학에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입구에서 거절당했다.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당시 오후 2시 반까지였는데, 그 때 시간이 2시 40분이었다. 10분만 서둘렀으면 들어가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그 당시에 매우 크게 느꼈고, 그 감정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캠브리지 대학교의 모든 대학에 들어가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도 입장 시간이 따로 제한되어 있는지 등 관련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대학에 들어가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입장 마감 시간이 꽤 이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쉬운 마음에 왜 그렇게 빨리 마감하는지 원망 섞인 감정이 들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대학교의 본질은 공부를 하는 곳이지, 관광을 하는 곳이 아니다. 모든 시간에 관광객을 받는다면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꽤 많이 방해가 될 것이다. 그런 것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관광객을 아예 못 들어가게 하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받는 것은, 그에 따른 부수입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캠브리지에 있는 한 대학에 들어갈 때 2~3파운드 정도 입장료를 지불했다. 대학에 따라 입장료가 다른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관광객으로부터 꽤 짭짤한 부수입을 거둬들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캠브리지 대학교의 건물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가 한 교회 건물로 들어갔다. 기독교나 천주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이나 유럽의 교회나 성당은 신자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웅장한 건축물을 보는 즐거움,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즐거움, 그리고 종교적인 장소 특유의 엄숙하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영국을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대표 성당이나 교회를 지나가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곤 했다. 그리고 교회나 성당도 외부인에게 전혀 배타적이지 않아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내가 들어갔던 교회에는 마침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가 있다는데 올라가보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전망대로 올라가는 게단으로 향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표를 구매하고, 좁은 게단을 따라 올라갔다. 과거에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보니까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도 옛날 사람들이 올라가던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좁기도 좁고, 때로는 가파르기도 하다. 옥스포드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곳도 좁은 공간이나 꽉 막힌 공간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올라가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계단이 몇 개나 있는지는 몰랐는데,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까 총 123개의 계단이 있다고 한다. 123개, 그렇게 많은 숫자 같지는 않지만 좁고 가파른 계단이라 그런지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꽤나 숨이 찼다. 그래도 좋았다. 전망대에서 캠브리지를 구석구석 내려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물이 가득한 캠브리지 시내와 대학교의 모습을 너무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캠브리지에 여행을 간다면 꼭 한 번 올라가보길 추천한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다시 캠브리지 시내가 마치 우리 동네인 것처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별로 크지 않은 동네라서 오후 정도 되면 캠브리지 길이 눈에 익는다. 그러면 이제 관광객 티를 조금은 덜 낼 수 있다. 물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면 누가 봐도 관광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티가 조금 덜 난다는 것은 그나마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방랑객처럼 돌아다니다가 내가 멈춰선 곳은 캠브리지를 가로지르는 캠강(River Cam)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캠브리지 시내를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캠브리지 대학교를 가로지르는 강이다.
캠강에는 캠브리지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 하나 있다. 바로 캠강 위를 떠다니는 뗏목인데, 이 뗏목이 바로 펀팅(Punting)이다. 펀팅은 배를 타고 캠강을 따라 가면서 캠브리지 대학교 캠퍼스를 구경하는 것이다. 펀팅은 사람이 노를 저어서 가는 배로, 캠브리지 대학생들이 알바로 많이 한다고 한다. 배 위에서 캠브리지 대학교를 보고 있으면, 노를 젓는 사람이 직접 대학교에 대해서 설명도 해준다. 나도 캠브리지에 세번째로 갔을 때 짝꿍하고 함께 펀팅을 타봤다. 배를 타고 대학교를 본다는 점이 꽤 재밌었고,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꽤 설명을 잘 해줘서 재학생들만 아는 정보도 일부 알 수 있었고, 꽤 재밌게 펀팅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은 그 내용을 다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캠브리지 대학교에는 두 개의 유명한 다리가 있다. 하나는 위 사진에 나와있는 다리로 탄식의 다리(Bridge of Sighs)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에 있는 것으로 수학의 다리(Mathematical Bridge)라고 불린다. 탄식의 다리는 시험보러 가는 학생들이 이 다리를 건너면서 탄식을 내뱉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사실은 베네치아에 있는 탄식의 다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딕 양식으로 웅장하게 만들어진 다리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다리, 수학의 다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천재 과학자이자 수학자 뉴턴과 관련이 있다. 뉴턴이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너트와 볼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이 다리를 나무로만 만들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고 한다. 뉴턴이 다리를 처음 설계한 것은 맞지만, 나무로만 만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 처음 다리를 만들 때 철심을 사용하여 고정했고, 이후 다리를 다시 만들 때에는 너트와 볼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뉴턴이 이 다리를 설계하긴 했지만, 그는 실제로 이 다리를 보지 못했다. 그는 이 다리가 만들어지기 22년 전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캠브리지 대학교에는 재밌는 전설들이 이어진다. 오래된 역사와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전설이다. 이런 전설들이 이어지면서 캠브리지 대학교의 명성이 조금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위 두 다리는 캠브리지 대학교 건물들을 연결하는 것으로, 관광객들이 실제로 건너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짝꿍과 캠강에서 펀팅을 할 때 다리 아래를 지나가 보기는 했다.
이렇게 세 번씩이나 다녀온 캠브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런던에서 근교로 당일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면 적극 추천할 만한 장소이다. 런던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고, 런던과는 느낌이 정말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대학 도시 두 곳,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어느 곳이 더 좋은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캠브리지가 더 좋았다. 조금 더 역사적이 느낌도 나고, 대학 도시라는 명성에 조금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물론 옥스포드가 안좋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둘 중 하나를 다시 여행하라고 한다면, 캠브리지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도 펀팅을 할 것이고, 그 때는 조금 더 서둘러서 캠브리지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조금 더 많이 들어가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