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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l 01. 2022

[충북] 단양의 달걀 모양 전망대

만천하스카이워크

얼마 전, 우리는 또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오래 전부터 짝꿍과 함께 가고 싶었던 곳,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 바로 충북 단양이다. 단양은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꽤 많이 다녀본 곳이다. 단양팔경부터 고수동굴, 구인사 등 단양에 있는 많은 곳을 어릴 때 다녀왔는데, 사실 너무 어릴 때라 많은 장소에 대한 기억이 이미 흐려진 상태이다. 그래서 그 기억들을 되살릴 겸, 짝꿍에게 단양이란 지역을 보여줄 겸, 단양을 여행지로 선택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단양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관광지인 만천하스카이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럼 만천하스카이워크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출발해 보자.



단양의 만천하스카이워크는 개장한 지 그렇게 오래된 곳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빼어난 풍광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단양을 찾는 모든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곳이 되어버린 탓에 우리는 가기 전부터 꽤 걱정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부터 많은 사람들로 인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절로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만천하스카이워크를 하루 일정의 첫번째 장소로 선택했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매표소에서 가까운 주차장은 이미 다 차서 제5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했지만, 그래도 표를 구매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차공간도 꽤나 넉넉하게 만들어 놓았고, 셔틀버스도 주말에는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 가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만천하스카이워크 매표소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큰 규모에 깜짝 놀랐다. 나는 그냥 셔틀버스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전망을 보고 오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 올라가는 방법도 셔틀버스 외에 모노레일을 타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알파인코스터도 탈 수 있었고 전망대에서 내려올 때에는 짚와이어나 만천하슬라이드를 탈 수도 있었다. 다만, 짚와이어의 경우 우리가 11시 즈음에 도착했는데,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짚와이어를 탈 생각이 원래도 없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더욱 탈 생각이 없어졌다.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려다가 모노레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모노레일은 편도로만 탈 수 있게끔 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타고 올라가면 내려올 때는 셔틀버스를 타면 되고, 올라갈 때 셔틀버스를 탔다면 내려올 때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모노레일 탑승 비용은 2,500원이고 티켓을 구매할 때 만천하스카이워크 입장료(3,000원)까지 총 5,500원을 함께 내면 된다.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느렸다. 그래서 기다리던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음에도,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약 30분 남짓 기다렸을까, 드디어 모노레일에 탑승할 수 있었다. 사실 전망대에 올라가는 모노레일이라 그래서 예전 제천에서 비봉산 올라갈 때 탔던 그런 모노레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거에 비하면 거리도 정말 짧았고, 속도도 느렸고, 그렇게 스릴이 있지도 않았다.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있는 곳까지 약 10분 남짓이면 도착하는데, 그래도 그곳까지 올라가면서 보게 되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모노레일을 기다리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얼마 후, 상부 트리하우스 승강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승강장 건물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목이 말라서 들어갔는데, 카페 통유리로 보이는 풍경에 발길을 사로잡히고 말았다. 커피와 간단하게 먹을 빵을 주문하고, 유리창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지금 보는 이 풍경을 볼 수도 있겠지만, 카페 안에서 커피와 함께 보는 그 풍경은 그 순간 최고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 지는 그 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고, 그런 것을 미리 예상하면서 지금의 이 아름다운 모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전망대에서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될지라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던 지금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본 이 모습과 전망대에서 보게 될 모습이 서로 중첩되어 더욱 아름다운 그림은 내 머리 속에서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카페를 나와서 전망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전망대가 보이는데, 전망대의 첫인상은 달걀을 닮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망대의 전체 모습은 타원형으로 달걀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짝꿍에게 얘기하니까 마냥 웃기만 한다. 짝꿍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 닮지 않았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단다. 그러면서 내가 달걀 닮았다고 그래서 이제는 달걀만 떠오른다고 장난스레 나에게 핀잔을 준다. 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렴 어떠랴, 사람 생각이 모두 다른 것을. 나는 만천하스카이워크를 보면서 달걀을 떠올렸다. 


전망대를 향하는 길에 짚와이어를 타는 장소를 지나쳤다. 모노레일을 타기 전에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올라온 터라, 지금 타려고 준비 중인 사람들은 얼마나 기다렸을까 생각해봤다. 그래도 막상 짚와이어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니까 재밌어 보이긴 했다. 물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한번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저 재밌어 보이긴 하지만, 내가 타기는 싫은, 딱 그 정도의 친밀감이다. 하지만 짝꿍은 짚왕이어를 타보고 싶어한다. 나 때문에 못 탄다고 귀엽게 불만을 표현하지만, 그래도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고 짚와이어를 타기 싫어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단 한 번도 심각하게 불평한 적은 없다. 그저 가벼운 바람의 표현처럼, 언젠가 꼭 한 번 타보고는 싶다고 한다. 짝꿍의 그 바람이 언젠가는 이뤄질까. 타보고는 싶어하지만, 나처럼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짝꿍에게는 일종의 딜레마 게임이다. 기다리기 싫어서 포기했는데, 막상 올라와서 직접 보니까 다시 타고 싶어지는 그런 감정인 것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짚와이어를 지나치게 된다면, 그 때 짝꿍에게 타보라고 권유해야겠다. 이 날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구조인데?

인사동 쌈지길인가?

뱅글뱅글 돌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있는 그런 구조 말이야. "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정상에 어느새 정상해 도착해 있다. 옆으로 펼쳐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보면서 오르다 보면 별로 올라간 것 같지도 않은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이런 구조의 건물은 짝꿍은 이미 가본 적이 있다. 바로 서울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이다. 짝꿍은 쌈지길을 처음 갔을 때 그 구조가 독특하면서도 좋다고 했다. 조금씩 구경하면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하게 되는 그런 구조이다. 그렇게 독특했던 쌈지길을, 짝꿍은 만천하스카이워크를 보면서 떠올린 것이다. 짝꿍의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분명히 그랬다. 그리고 사방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 덕분에 올라간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정상에 도착했을 때, 눈 감았다 뜨니 정상에 도착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냥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보니 아름다운 단양의 모습이 우리 눈 아래 펼쳐져 있었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정상에는 세 개의 전망대가 있다. 세 개 모두 바닥을 유리로 되어있고, 유리까지 가는 길도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철제 구조물이었다. 그래서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한 채 전망대까지 어렵게 걸어갔고, 그 곳에는 단양과 남한강, 그리고 수많은 산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다만 아래가 훤히 보이는 구조여서 그곳에서 그렇게 오래 서있지는 못했다. 얼른 사진만 한 장 찍고 나왔는데,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이라면 전망대까지 가는 길도 쉽지는 않을 듯 했다. 다만,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곳까지 올라가면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전망대가 무섭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한 층 아래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내려오는 길 중간중간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려오는 길에서 보는 풍경도 위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큰 아쉬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차례를 기다려가면서 사진을 찍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 사진 찍을 때는 비켜줘야 하는 등 다른 사람 눈치를 크게 보지 않고 우리만의 사진을 충분히 찍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전망대에서보다 오히려 그 아래에서 더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건물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주말이라서 셔틀버스 타는 줄도 꽤 길었는데, 버스가 금방금방 와서 10분 정도 기다린 후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셔틀버스는 제5주차장부터 매표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우리는 버스가 처음으로 멈춘 정류장에 내렸다. 올라갈 때는 차를 꽤 멀리 대는 것 같아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주차장을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한번쯤 가볼만하다는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일단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고, 단양 읍내와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전망대 외에도 알파인 코스터, 슬라이드, 짚와이어 등 할만한 액티비티가 꽤 많다. 하지만 하나의 매표 창구에서 전망대와 모든 액티비티 표를 판매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표를 구매하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도 표 사는 데만 30분 넘게 기다렸다.) 물론 셔틀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고, 전망대만 구경하는 사람들은 키오스크에서 표를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외의 액티비티, 또는 모노레일을 타려고 하기 때문에 매표 창구 앞은 사람들도 바글바글하다. 우리도 모노레일 표를 구매하기 위해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된 의견이긴 하지만, 전망대의 모든 공간이 아래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들은 가히 들어갈 엄두조차 내보지 못할 정도로 아래서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조금 더 스릴 있게, 기억에 남도록 만들기 위해 그런 구조로 만들었겠지만, 가능하면 최대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유리로 된 전망대까지는 이해하겠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의 바닥까지 굳이 아래가 보이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단양을 다시 여행하러 갔을 때, 내가 만천하스카이워크를 다시 가고 싶어할까. 평일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다시 가볼 것이다. 하지만 주말이라면 굳이 가야할까를 두고 한참동안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짝꿍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단양에 다시 여행오게 된다면, 여기 다시 가고 싶어질거 같아?"

"음... 글쎄. 모르겠는데?" 


그렇다. 서로가 느낀 감정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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