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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l 07. 2022

[충북] 단양 남한강 위 세 개의 바위

도담삼봉(feat. 유람선) 

단양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장소를 하나로 묶어서 통칭하는 단양팔경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양에 있는 여덟 개의 아름다운 명승지를 의미하는데, 이제는 단양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로 통칭해서 부르기도 한다. 예전부터 단양팔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단양, 오늘은 단양팔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도담삼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남한강 위에 떠 있는 세 개의 크고 작은 바위섬, 이 세 개의 섬이 바로 도담삼봉이다. 



□ 남한강 위 세 개의 바위 봉우리


도담삼봉은 단양에서 정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관광 명소이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단양으로 여행을 갔을 때도 빼놓지 않고 찾았던 곳이 도담삼봉이었는데,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우리는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온 이후에 도담삼봉으로 바로 향했다. 이곳으로 향하면서도 과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그 궁금증이 풀려버렸다. 그렇게 길진 않았지만, 도담삼봉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들이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 뒤에서 약간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주차비는 선불로 소형자 기준 3,000원이었다. 시간 제한은 딱히 없었고, 주차장은 정말 넓었다. 주말 오후에 방문해서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도, 주차 공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제1 주차장은 만차였고,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제2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하긴 했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도담상봉이 바로 보인다.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도담삼봉이 보였으니까, 사실 차 안에서 이미 보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도담삼봉은 훨씬 특별했다. 강 위에 어떻게 작은 바위섬 세 개가 연이어서 만들어진 걸까. 그리고 가운데 섬에 있는 정자는 언제 누가 만든 걸까. 그곳까지 안내하는 배도 없어서 관광객은 접근할 수 없는 그 정자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짝꿍도 어떻게 이렇게 큰 바위섬 세 개가 바다도 아닌 강 한복판에, 그것도 그렇게 크지도 않은 강 위에 자리잡게 된 것일까를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짝꿍은 그 모습이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강 위의 세 개의 바위섬과, 주변의 산세, 절벽, 작은 마을 등과 어우러지는 풍경은 고즈넉하면서도 편안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쉼 없이 흘러가는 남한강 물줄기에 변화를 주고, 밋밋하게 흐르는 강의 모습에 웅장함을 더해주는 도담삼봉은 주변의 풍경과 함께 볼 때 그 아름다움이 진가를 발휘한다. 그리고 주변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유람선을 타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도담삼봉을 빠르게 찾아간 것은 유람선을 타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곳을 찾기 전에 유람선을 인터넷으로 예매하려고 알아봤는데, 인터넷 예매는 이미 다 찬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장에서 예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보고 도담삼봉으로 찾아간 것이다. 다행히도 현장 예매 티켓은 남아있었고, 우리는 이곳을 찾아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표를 구매할 때, 직원분이 유람선 탑승 시간이 평소보다 짧다고 안내해 주셨다. 비가 안오고 가물어서 강물 수위가 내려갔고, 그로 인해 배가 어떤 구역을 지나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우리는 당연히 문제없다고 대답했고, 짧아진 시간만큼 저렴해진 가격으로 유람선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원래 가격은 성인 기준 13,000원인데, 우리는 10,000원에 표를 샀고, 유람선 탑승 시간은 기존 40분에서 30분으로 줄어들었다. 표를 살 때는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만, 유람선을 막상 타니까 그런 마음은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표를 사고 유람선 탑승 시간까지 40분 정도가 남아서 도담삼봉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번 보고 사진도 많이 찍은 도담삼봉을 다시 보고 있었는데, 그 주변에는 빠르고 시끄럽게 다니는 모터보트, 그리고 강 건너편까지 사람을 옮겨주는 나무로 된 나룻배도 강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도담삼봉 주변을 빠르게 휘감아 도는 모터보트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저 보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나는 크게 상관없지만 모든 교통수단의 멀미에 취약한 짝꿍에게 저 모터보트는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나도 딱히 저런 액티비티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타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정말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 가득한 이곳에서 유일하게 들려오는 시끄러움은 저 모터보트에서 나오는 소리였고, 그 소리가 전체 분위기를 다소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 소리가 없었다면 도담삼봉에서의 시간이 조금 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유람선 탑승 시간이 되었다. 표를 구매한 장소로 가서 유람선에 올라탔다. 유람선 내부 사진은 깜빡하고 찍지 못했는데, 유람선은 2층 구조로 되어있었다. 1층은 대부분 실내, 2층은 실내+실외였다. 우리는 타자마자 2층 실외로 바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남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유람선 출발 시간까지 약 10분 정도 남았는데, 사람들은 계속 들어왔고 어느새 실외 공간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메우고 있었다. 10분이란 시간은 금방 흘렀다. 우렁찬 출항 소리(라 쓰고 소음이라 읽는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였다...)와 함께 배는 선착장을 밀어내고 강 위에 자신의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배가 흘러가는 대로 그곳의 모습을 눈으로, 카메라로, 그리고 오감으로 담아내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람선에 타고 있으면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도담삼봉 옆을 지날 때에는 도담삼봉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는데, 풍경을 보느라, 사진을 찍느라 설명이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다. 사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타는 것인데, 그런 설명에 귀 기울이는 동안 놓치게 될 풍경이 아쉬웠기 때문에, 우리는 귀보다 눈을 열었다. 그리고 장소에 대한 정보나 설명은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해설을 놓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유람선 위에서 바라보는 도담삼봉의 모습은 역시 웅장했고 아름다웠다. 왜 도담삼봉이 명승 제44호로 지정되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도담삼봉 세 개 바위섬을 지나 유람선이 향한 곳은 바로 옆에 있는 석문이다. 석문은 말 그대로 돌로 만들어진 문으로, 절벽에 있는 돌기둥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구멍을 바위가 감싸고 있어서, 돌로 된 문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석문이 만들어진 것은 석회암의 풍화작용과 관련되어 있다고 추정하는데, 그런 사실을 알든 모르든 석문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고 웅장하다. 바위도 구멍낼 수 있는 자연의 신비라니... 이런 자연의 신비 때문일까 도담삼봉에 이어 석문도 명승 제45호로 지정되어 있다. 자연의 힘은 언제 들어도 놀랍기만 하다. 자연의 힘에 과연 끝은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망쳐놓는 지구가 결국에는 자연의 끝을 보게 만들까. 상상과 공상이 합쳐진 이런 생각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석문은 아름답다. 신기하다'였다. 


석문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도담삼봉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면 석문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우리는 그 길을 올라가 보지는 않았는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그 길도 한 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가파르고, 얼마나 많이 걸어야 하는지는 모르는데도 이렇게 추천하는 이유는 유람선에서 봤을 때 석문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풍경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노력은 들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다음에 단양을 가게 되면 그 때는 석문에 올라가 보리라 이렇게 다짐이라도 해본다. 짝꿍이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이라는 문장을 또 다시 쓰게 되었다. 어디를 여행갔다 와서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모든 여행은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만족스러웠던 것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마음도 생기기 때문이다. 음... 이번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표현이었다. 




유람선은 석문을 지나 조금 더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말 그대로 아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갔다. 한 100m는 더 갔으려나...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유람선은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담삼봉 뒤편을 지나쳤다.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도담삼봉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히 똑같은 바위섬이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을 정도로 작은 바위섬인데 왜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느껴지는 걸까. 그것은 도담삼봉 주변으로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유람선 위에서 본다는 설렘 때문에 비슷한 모습의 도담삼봉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유람선은 도담삼봉을 지나쳤고, 남한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한 100m는 갔으려나... 유람선이 다시 뒤로 돌았다. 유람선의 방향을 돌리면서 수위가 낮아져서 더이상 갈 수 없다고 선장님이 설명하셨다. 실제로 눈으로 보기에도 강 수위는 꽤나 낮아보였다. 땅이 얼핏 보일 정도로 낮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배가 통과할 수 없다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더 이상 유람선이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대신 도담삼봉 주변을 한 바퀴 더 돌고 유람선은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한 바퀴 더 도는 것은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두 번이나 지나친 도담삼봉 주변을 굳이 한 번 더 돌아야 했을까. 차라리 그 한 바퀴 도는 시간까지 줄이고 유람선 가격을 조금 더 낮추는 것이 어땠을까. 마지막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아름다워. 강도, 산도, 절벽도, 바위도, 모든 것이 다. 

 그런데 유람선은 조금 아쉽다."


짝꿍도 도담삼봉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다. 강 위에 떠 있는 바위섬 세 개에서 이렇게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석문의 신비로움도, 그 주변으로 강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지는 절벽의 모습도 아름답다고 했다. 다만 유람선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유람선이 왔다갔다 하는 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에 시간은 30분이라고 할지라도, 똑같은 모습을 반복해서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조금 더 다채로울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유람선에서 내리면서 우리는 서로가 했던 비슷한 생각을 서로에게 해줬다. '다음에 단양을 오면 유람선을 다시 타고 싶을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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