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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l 21. 2022

[충북] 단양 최고의 전망대

양방산 전망대


도담삼봉 유람선을 타고 난 후,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단양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구경 시장 근처 식당으로 갔는데, 마침 그곳에서 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축제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이 간 거라서 다소 놀라긴 했는데, 우리가 단양을 여행했을 때가 알고 보니까 소백산 철쭉제 기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관광지에 사람들이 유난히 더 많았던 것일까. 저녁을 먹고 어디를 가볼까, 숙소로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시장 바로 옆으로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을 봤다. 그리고 문득 단양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가보는 것을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단양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패러마을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 외에 양방산에도 활공장과 전망대가 있다. 이런저런 정보를 살짝 찾아본 후에 충분히 가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찾아가기로 했다. 그럼 오늘의 이야기, 단양 양방산 전망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여기 계속 올라가야 돼? 

이렇게 올라가서 볼 만큼 아름다운 곳이어야 되는데..."



양방산 전망대로 가는 길은 꽤나 험난하다. 전망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산길을 차로 약 20분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 그 길이 꽤 좁고 가파르다. 중간에 차를 만나면 피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좁은 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하고, 길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서 밤에는 정말 깜깜하기도 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올라가지 않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우리는 노을이 질 때 즈음에 올라가서 다행히도 올라가는 동안 차를 마주치지는 않았다. 올라가는 동안 짝꿍은 꽤나 걱정이 되었나 보다. 이렇게 좁고 가파른 산길은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도착해서 보는 풍경이 이 정도의 노력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울 지를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 때마다 나는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될 거라고 달래가면서 차를 몰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길을 참 많이 다녀봤는데, 양방산 전망대 올라가는 길은 꽤나 집중해서 올라가야 할 만큼 길이 험했다. 그래도 조심조심 차를 몰고 길을 따라 가다보니까 어느새 양방산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늦은 시간 때문인지, 양방산 전망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리 외에 2대의 차량만 더 있었는데, 그 중 한 대는 캠핑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를 압도하는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구름 뒤로 넘어간 뒤라서 일몰을 보지는 못했지만, 태양이 남기고 간 붉은 빛은 하늘을 온통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하늘 아래 끝도 없이 수많은 레이어가 겹쳐서 펼져치는 산맥이 있었고, 그 산맥 아래로 내려가면 단양 읍내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단양 읍내를 휘감아 돌아가는 남한강의 모습까지 한 눈에 담아낼 수 있었다. 이 풍경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까. 우리가 차에서 내리면서 풍경을 보고 느꼈던 그 순간의 감정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황홀하다, 아름답다, 압도된다, 환상적이다, 등등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말이 되면서도 그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지는 못한다. 이것이 양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의 첫인상이었다. 



언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짝꿍은 정말 멋진 풍경을 보게 되면 할 말을 잃곤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할 말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은 주로 '여기 정말 멋있다', '말을 잃게 만드네', '최고야'... 뭐 이런 표현들이다. 영어에서 느껴지는 감탄사의 뉘앙스를 한국어로 표현하려니까 쉽지가 않다. 아무튼, 짝꿍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위에 있는 표현들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내뱉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맘에 들었고, 정말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올라오면서 걱정하던 짝꿍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이제는 나즈막히 내뱉는 짝꿍의 감탄사만 연이어 들릴 뿐이었다. 내가 하는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짝꿍은 양방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한동안 취해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짝꿍과 나는 정신을 차렸고, 빨갛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조용하게 흐르는 남한강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얼른 보고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자고 이야기하던 우리였는데,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사라져버렸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그 풍경을 충분히 즐기고 내려가기로 했다. 이곳 풍경의 백미는 단연 단양 읍내와 남한강의 모습이지만, 그 반대편으로 펼쳐지는 중첩된 산의 풍경도 그에 못지 않게 정말 아름답다. 운영 시간이 끝나 아무도 없는 활공장에서 우리는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배경으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든, 그곳에는 자연이 그려낸 그림이 있었고 그 그림은 우리 사진의 배경이 되었다. 



우리는 양방산 전망대에서 계속 같은 장소만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모든 사진이 비슷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같은 장소를 꽤 오랜 시간동안 감상했다. 그러면서도 내려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같은 장소를 보고 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이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이다. 해가 넘어가기 전후의 시간에는 하늘의 모습과 그로 인해 그려지는 전체적인 풍경이 시시각각 변한다. 그 변화가 꽤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면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을 보게 되고,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니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다. 특히, 조금씩 빠르게 변하는 하늘의 색감은 그야말로 황홀한 느낌을 계속해서 전해주었다. 빨간색, 핑크색, 보라색, 파란색 등 여러 화려한 색깔이 하늘을 배경으로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짝꿍과 나는 라이브로 그려지는 수채화를 한없이 감상하고 있었다. 자연이라는 최고의 예술가가 우리만을 위해 작품을 그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풍경에 취해있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단양 읍내는 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환하게 조명이 들어온 단양 읍내의 모습은 또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이었다. 남한강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구경시장에는 밝은 불빛이 가득했고, 그 뒤로 이어지는 주거지역은 은은한 조명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었고, 남한강 위에는 조명이 들어온 고수대교가 남한강 표면 위를 붉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우리는 불이 들어온 단양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결코 질리지 않을 풍경이었다. 



"여기는 꼭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 

올라오는 길이 험난하긴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면야, 그 정도의 험난함이야 감수해야지."


양방산 전망대에서 잠시만 보고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기로 했던 우리는 결국 어두워질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우리의 발길을 잡아놓고 놔주질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꽤 지나고 날도 어두워지고, 단양의 야경까지 모두 보고 난 이후에 우리는 그곳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더 험난했다. 일단 어두웠고, 내리막길에서 집중을 더 많이 해야했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에 올라가고 있는 차도 한 번 만났는데, 다행히도 잘 피해서 내려왔다. 짝꿍은 내려오는 길에 양방산 전망대를 꼭 다시 와보고 싶다고 했다. 이곳을 오기 위해 단양을 다시 여행할 수도 있겠다고도 했다. 그만큼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가히 일품이었고, 최고였다. 그 외에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양방산 전망대는 최고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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