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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ug 01. 2022

[충북] 단양 빛의 터널

수양개 빛터널

양방산 전망대에서 내려왔을 때, 날은 이미 충분히 어두워져 있어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차 안에서 짝꿍이 인터넷을 뒤적거리더니 밤에 가볼만한 곳을 찾았다면서, 그곳에 들렀다가 숙소로 가자고 했다. 음... 돌아다니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하는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짝꿍이 찾은 장소를 수양개 빛터널로, 낮보다 밤에 더 빛을 발하는 장소이다. 오늘은 단양에 있는 수양개 빛터널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양개 빛터널은 단양에 도착하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장소였다. 단양을 여행하기 전에 여행 정보를 간단하게 찾아봤는데,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도담삼봉, 고수동굴, 패러글라이딩 등) 위주로 나와서 더 자세하게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장소에 대한 정보를 놓치게 되었고, 단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전혀 방문할 계획이 없었던 장소이다. 하지만, 짝꿍이 양방산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에 발견했고, 궁금증이 생긴 우리는 잠시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미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에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단양에서 빛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끌었다. 둘 다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야경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양개 빛터널은 만천하스카이워크 근처에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수양개 빛터널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지나게 되는 곳에 이끼터널이다. 이곳도 단양의 포토 스팟으로 유명한 장소인데, 막상 지나가보니까 딱히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이끼가 조금 줄어든 것인지 길 양 옆으로 펼쳐져 있는 이끼가 그렇게 녹색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밤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낮에는 모습이 조금 달라질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 길을 지나면서 작고 은은한 불빛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되었는데, 반딧불을 형상화한 듯 했다. 깜깜한 밤에 은은한 불빛이 가득한 모습은 꽤나 아름다웠다. 사진이 그 불빛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눈으로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아냈다. 그렇게 수양개 빛터널에 도착하기 전부터 빛의 아름다움은 우리를 매혹하고 있었다. 



수양개 빛터널은 빛을 주요 테마로 꾸며진 복합멀티미디어 전시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에 지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후 방치되던 수양개 터널을 다양한 형태의 빛과 음향으로 아름답게 꾸며낸 곳이다. 빛을 테마로 하는 곳이다 보니 낮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하고, 입장료는 성인 기준 9,000원이다. 글을 마치면서 한번 더 이야기 하겠지만, 모든 공간을 관람하고 난 이후 느낀 점은,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처음 가보는 곳이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권을 구매했고, 수양개 빛터널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 빛의 향연이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진다. 


수양개 빛터널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다양한 조명과 음향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수양개 터널과 터널 외부 공간인 비밀의 정원이다. 우리는 두 공간 중에 터널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수양개 빛터널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각 구역에는 저마다의 테마가 있어서 하나의 터널을 지나면서 꽤 다양한 느낌의 빛을 볼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화려한 조명이 우리를 반겨주고, 첫번째 구역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눈 앞에 나타난다. 빛을 활용하여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느낌으로, 조명에 압도당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빛의 아름다움에 취한 상태로 우리는 터널 안쪽으로 계속 걸어 들어갔다. 



터널 안으로 들어갈 수록 빛은 점점 더 화려해졌다. 처음에는 차분한 느낌 가득한 빛의 공간이었는데, 그 다음에는 거울을 활용하여 빛이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 공간에서는 한없이 펼쳐지는 빛이 다소 몽환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두운 느낌 가득한 터널이라는 공간을 빛을 활용하여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빛이 전시되고 있는 이 공간은 전혀 터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빛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전시 공간이었다. '버려진 터널이라는 공간을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널은 총 5개 정도(정확한 개수가 생각나지는 않는다...)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구역에 따라 주제가 달라지고, 당연히 전시되고 있는 빛의 형태도 달라진다. 차분한 빛이 가득한 공간이 있는가 하면,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주는 구역도 있었고, 미디어를 활용한 전시 공간도 있었다. 터널 깊숙하게 다가가면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공간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음악 소리는 점점 커지고, 그 소리는 마지막 공간에서부터 전해지는 소리였다. 마지막 공간에 들어서면 레이저 빛과 함께 정말 큰 음악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과도하게 큰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이 공간에 대해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큰 소리를 내야하는가, 터널이라는 공간은 안 그래도 소리가 울려서 더 크게 느껴지는데, 왜 그렇게 큰 소리가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어린 아이에게는 청력에 안좋은 영향이 미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조차 들 정도로 소리는 컸다. 나와 짝꿍은 그 공간을 거의 달리다시피 빠져나왔다. 그 전까지는 빛의 아름다움에 취해 터널을 걷고 있었는데, 마지막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그 아름다움이 사라져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동화 같은 공간이야.

다만 정원이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을 것 같아."



비밀의 정원을 마음껏 둘러본 후 우리는 이 공간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비밀의 정원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흔들의자에 잠시 앉아있기도 했고, 여기저기 다양한 모습을 한 조명을 찾아다니느라 바빴다. 화려한 빛을 밝히고 있는 비밀의 정원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비밀의 정원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기가 다소 작았다. 사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면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정도의 크기로, 조금 빠르게 둘러본다면 30분도 채 되기 전에 다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면이 수양개 빛터널에서 나와 짝꿍이 아쉬웠던 점이다. 물론 터널 안에서 본 전시와 온갖 조명으로 덮여있는 비밀의 정원이 아름답긴 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 9,000원이라는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입장료가 조금만 더 저렴했다면 이런 아쉬움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양개 빛터널을 나오면서 과연 이곳을 다시 오게 될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짝꿍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의문에 대한 나와 짝꿍의 생각은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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