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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ug 15. 2022

[충북] #신비한 석회암 동굴

단양 고수동굴

보통 사람들은 단양을 여행한다고 하면 어디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단양을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장소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동굴 탐방이다. 석회암 지대에 놓인 단양은 과거부터 석회암 동굴로 유명한 동네이다. 여러 개의 동굴이 단양 곳곳에 분포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고수동굴이다. 고수동굴은 석회암 동굴을 대표하는 장소로, 과거에도 유명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이다. 그렇다면 왜 고수동굴이 그렇게 유명하고 인기가 많을까.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짝꿍을 데리고 고수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여행 마지막 날 오전에 고수동굴을 찾았다. 우리는 11시 정도에 고수동굴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제1, 2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제3 주차장으로 안내받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고수동굴 입구에 도착한다. 고수동굴 매표소 앞에는 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줄이 길지는 않았다. 5분 남짓 기다렸을까, 우리는 바로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입장권 가격은 성인 기준 11,000원이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고수동굴은 이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들어가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표를 구매하고 입구로 들어섰다. 


표를 구매하고 매표소 뒤에 있는 건물로 들어서면 되는데, 이곳에서 장갑을 나눠준다. 장갑을 받으면서 짝꿍이 왜 장갑을 나눠주는지, 혹시 뭔가 위험한 곳은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을 표현했다. 나는 전혀 위험한 곳이 아니고, 습기 때문에 미끄러울 수도 있으니까 나눠주는 것이라고 짝꿍을 달래줬다. 이런 석회암 동굴을 처음 가보는 짝꿍으로서는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동굴이라는 공간이 주는 어둡고 습한 이미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 갑자기 나눠주는 장갑 한 켤레, 이 모든 것들이 짝꿍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지만, 그래도 그 불안감이 짝꿍의 발길을 멈추지는 않았다. 고수동굴과 관련된 전시가 있는 건물을 빠져나오면, 고수동굴 입구로 들어서는 계단이 나온다. 우리는 그 계단을 올라 고수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고수동굴로 들어서면 시원한 공기가 우리를 맞아준다. 밖이 아무리 더워도 동굴 안은 언제나 시원하다. 시원한 공기와 함께 동굴 깊숙히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동굴이 깊어질수록 석순과 중유석 등이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동굴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어느 한 곳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어서 우리는 부지런히 우리의 눈동자를 돌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부지런히 평지를 걷고 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몰랐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고난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를. 그저 우리는 기다리면서 고수동굴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기 바빴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던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계단이었다. 평지에 비해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사람들을 따라갔는데, 계단은 생각보다 많았고 일부 구간은 매우 가파르면서도 좁아서 매우 천천히 조심스럽게 통과해야 했다. 어려운 구간을 통과한 것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처럼, 가는 곳마다 고수동굴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고수동굴의 모습은 화려했고, 우리에게 에너지를 북돋아 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가득한 동굴이기에, 이렇게 힘든 코스가 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이 올라가던 우리는 수직으로 내려가는 나선형 계단을 만났다. 그렇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내려가기 전에 내려다 본 나선형 계단은 아찔했다. 그래도 막상 내려가기 시작하면 아래가 보이지는 않아서 고소공포증이 있어도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계단 폭이 꽤 좁고, 경사가 가파른 곳도 있어서 내려가는 내내 조심해야 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을 안고 내려가기도 했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였다.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고수동굴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어린 아이들이 가기에는 계단이 위험한 곳도 있고, 그렇다고 성인이 아이들을 안고 통과하기에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나선형 계단을 끝까지 내려가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면 다시 평지가 나온다. 이 때부터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렇게 코스가 험하지만,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고, 험한 코스임에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이유가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내내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동굴 안에 있는 환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수동굴이 석회암 동굴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사실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 새삼 대한민국인 다양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산, 강 등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뿐 아니라, 이렇게 지하세계에서 동굴이 만들어낸 아름다움도 간직한 곳이 대한민국인 것이다. 



동굴에 들어가기 전, 안내문에 있는 설명에는 동굴을 다 둘러보는데 약 40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기다리는 시간, 사진 찍는 시간 등을 모두 포함하면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물론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필요했다. 출구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계단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곳을 지나쳤다. 그 때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가 기다렸을 때보다 훨씬 더 많았다. 시간이 조금 더 늦어지면서 고수동굴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수동굴을 갈 계획이라면 오전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오후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동굴 안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꽤 길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동굴이 아름답지만, 기다리면서 계속 같은 모습만 보게 되면 지루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일찍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동굴 안으로 들어간 지 약 1시간 만에 우리는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출구를 따라 나가는 길에 다양한 꽃으로 아름답게 꾸며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은 동굴이랑 전혀 어울리는 느낌이 아니었다. 동굴은 다소 어두침침하고 칙칙한 이미지가 가득한 공간인데, 이렇게 화려한 색감이 가득한 공간은 내가 생각하는 동굴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면, 어두웠던 공간에서 한동안의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 화려한 색깔을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일까. 목적이 무엇이든, 이곳은 분명히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공간이다. 그래도 이곳의 아름다운 색감 덕분에 고수동굴에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와 짝꿍의 고수동굴 탐험이 끝났다. 동굴 내부 코스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동굴 안의 화려한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람이 많지 않고, 동굴 안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없다면 더 좋았을 법 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이런 석회암 동굴을 처음 본 짝꿍은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지하 세계에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짝꿍은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짝꿍에게 항상 한국의 바다, 산, 강 등이 만들어내는 시원하고 청명한 아름다움을 보여줬는데, 처음으로 어둡지만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짝꿍도 고수동굴을 오르내리는 것에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고수동굴을 마음에 들어했다. 


다음에는 어떤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될까.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나와 짝꿍은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때문에, 장소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짝꿍와 내가 함께 간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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