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New York

뉴욕 미술 여행기(1)

by GOYA
20200301_163529dd.jpg '플라자 합의'로 유명한 플라자 호텔

뉴욕은 최고의 도시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다양한 인종들이 한 동네를 이뤄 살아가고 있으며, 매일 세계 각지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뉴욕을 들린다.

이런 도시를 여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이든 ‘최고’를 자임하기 때문이다. 인간 문명이 이룩한 거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카네기홀에서 클래식 공연을, MoMA, 휘트니 미술관에서 컨템퍼러리 미술을, 브로드웨이에서 세계적인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호, 첼시 등에 위치한 편집샵에서 쇼핑을, 뉴요커들이 주로 가는 브런치 집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쇼핑은 파리에서, 클래식 공연은 빈에서, 컨템퍼러리 미술은 런던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은 ‘The City’ 뉴욕뿐이다.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최고의 도시지만, 내게 그 매력이 와 닿지 않았다. 뉴욕과 단지 2시간 거리에 있는 필라델피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을 자주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 의무감으로 두 번 정도 방문하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뉴욕은 복잡했고 그 복잡함이 여행 ‘테마’를 선정하는데 큰 노이즈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20200302_151737.jpg Piet Mondrian. Broadway Boogie Woogie

내게 아직까지도 인상적인 여행지로 남아있는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 미국 시카고는 테마가 분명했다. 마드리드는 회화가 인상적이었고 이스탄불은 비잔티움(기독교) 문화와 오스만(이슬람) 문화가 적절히 남아있어 종교적으로 그 도시를 접근하기 상당히 용이했다. 아직까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 로메오스 1세를 직접 만나 본 것은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하고 뚜렷했다. 미국 시카고는 건축으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들이 시카고 근처에 많이 퍼져 있었고 시내에도 시카고 대화재 때문에 최근에 지어진 마천루들이 곧게 서 있었다.

이렇게 나는 여행을 할 때, 보통 테마를 선정하고 가는 편이다. 그래야 읽을거리들도 풍부하고 배울 것도 많고 여행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뉴욕은 너무 방대한 나머지 내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비대했다. 뉴욕은 경제 중심지이고 미술의 중심지이며 세계적인 도시다. 나는 이런 다양한 특징들을 다 이해할 자신이 없었다. 이런 연유로 뉴욕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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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도시, 시카고. 종교의 도시, 이스탄불.


그러던 중, 재미있는 여행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뉴욕의 모든 것을 즐길 필요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딱딱 핀셋으로 뽑아내 택하면 그만이었다. 그중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미술 여행’이다.

미술사는 선사시대의 동굴벽화, 고대 이집트 회화부터 보통 시작하지만, ‘중세’라는 암흑기를 거치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은 르네상스부터 나타난다. 미술사를 쭉 관조하다 보면, 그 무대가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 피렌체, 로마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플랑드르, 런던, 빈 등으로 그 배경을 바꿔가면서 바로크, 인상파, 분리파 등 새로운 사조들을 쏟아낸다.

미술은 살아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끊임없는 변화를 일구고 있다. 바로 뉴욕에서.

뉴욕은 전후 미술시장의 중심이다. 전후에 많은 유럽 미술가들이 유럽을 떠나,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그들의 가르침을 받은, 혹은 전쟁 등으로 성장한 기업가들의 후원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겼다. 그 이름만 해도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바스키아 등등등 절대 다른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이름들이다.


‘이걸 봐야겠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거나 직접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좋아해서 팟캐스트, 유튜브 동영상, 책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미술을 접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갈 때 그 도시의 대표적인 미술관 하나는 꼭 계획에 넣는 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SFMoMA, 시카고에서는 CIA, 보스턴에서는 MFA를 ‘필수로’ 들렀다.

하지만 내가 방문할 곳은 다름 아닌 뉴욕이지 않은가. 뉴욕은 죽은 미술이 아닌 살아있는 미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신진 화가들이 첼시에 위치한 데이비드 즈위너, 가고시안, 페이스 갤러리 등과 계약을 체결해 성장하는 도시, 이미 완숙한 화가들이 휘트니 미술관, MoMA 문을 두드리는 도시, 살바도르 달리, 자크 루이 다비드 등 이미 역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들의 역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도시, 세계 최고의 미술품들이 경매되는 도시, 이 모든 곳이 뉴욕이다.

뉴욕이 가진 이 모든 미술 인프라를 전체적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미술관이 열려있는 동안 다른 일정은 없었다. 모두 미술관, 갤러리, 경매장으로 채워 넣었다.


※ 글의 순서는 여행 순서가 아니라 미술 작품의 성장 순서다. 첼시 갤러리부터 시작해 MoMA, Whitney 등 뉴욕 최고의 미술관에 전시되기까지를 서술한다. 글은 미술의 성장과정을 이해한 바에 초점을 맞춰 적었다. 필요에 의해 정보를 어느 정도 적시했으나, 비전공자임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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