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트 페어, VOLTA

뉴욕 미술 여행(3)

by GOYA

- 아트페어/VOLTA


20200304_170046.jpg


뉴욕의 첼시처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홍콩, 일본 도쿄, 캐나다 몬트리올 등 전 세계에는 정말 수많은 갤러리들이 있다. 이들이 한데 모여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행사를 아트페어라고 한다. 뉴욕에서 열리는 아모리 쇼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홍콩에서도 ‘아트 바젤 홍콩’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프리즈(Frieze)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유명하다.*

이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여러 위성 전시가 열리는데 VOLTA도 그중 하나다. 사실 아트페어까지 참석할 시간이 없어 페어는 건너뛰려고 했는데 첼시 투어를 해주셨던 가이드분이 감사하게도 VOLTA 티켓을 구해주셔서 볼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가이드님이 주신 티켓은 VIP Ticket이라서 다른 일반인들보다 조금 먼저 한산하게 둘러볼 수 있겠다... 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왜 ‘아모리 쇼’를 보러 안 가고 여기로 오셨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사람이 굉장히 많아 전에 들렀던 경매장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사로 '전시'가 주목적이다. 아트페어는 상업성이 짙은 작품들이, 비엔날레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 출품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큰 차이가 이제는 큰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20200304_172340.jpg 일본 작가의 작품, 은박 배경에 쨍한 색감이 눈에 띄었다.


아트페어는 세계 시장에 자신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공간이다. 그렇다 보니, 바이어, 중개인, 큐레이터, 학생, 구매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각자가 작품들을 감상하는 방법들이 사뭇 달라 인상적이었다. 나 같은 일반인들은 슥슥 지나가면서 브로셔를 집어 들고 작가가 어떤 배경을 가졌을까, 무슨 의도일까 고민하는데 중점을 두면서 작품을 멀찍이서 지켜보았는데 어린 학생들은 작품에 한 발짝 더 다가서서 표현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마치 무슨 재료를 써서 이 작품을 표현했을까, 색조합은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객을 데려온 듯한 브로커는 추상표현주의, 작가의 배경, 갤러리가 배출한 화가들을 줄줄 읊었다. 세치혀가 따로 없었다. 그 소음을 들으며 나이가 지긋이 든 백인 할머니는 안경을 고쳐 쓰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작품을 음미하고 계셨다. 갤러리 직원들은 작품들이 산재한 복도를 휘휘 지나치며 삼각김밥을 주문하러 가곤 했다.


20200304_172833dd.jpg 술도 무료로 제공한다. 재미있는 축제같은 느낌


첼시 갤러리에서도 윤형근 작품을 만났던 것처럼 Volta에서도 한국인 작가들을 몇몇 볼 수 있었다. 그런데 Seoul 소재 갤러리는 하나도 없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도쿄, 오사카는 물론이고 후쿠오카, 오키나와에서도 출품을 했는데 말이다. 뉴욕 미술관들을 다니면서 무라카미 다카시, 요시모토 나라 작품 등 일본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저력이 아트페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예술 시장에 대한 시기와 한국 미술에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였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달까.

맥주, 샴페인, 와인 등을 2층에서 방문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아마도 정신을 흩뜨리고 이성을 마비시켜 작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미끼 상품이었을 것이다. 나는 돈이 없어 정신이 조금 나가도 작품들을 구매할 수 없었지만, 방심한 틈을 타 갤러리 직원들이 분주하게 나르곤 했던 삼각김밥을 사버리고 말았다. 술도 공짜인 마당에, 삼각김밥도 공짜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가격은 자그마치 5달러! 그나마 Eel을 시켜 마음의 위안을 얻었지, 계란을 시켰으면 눈물을 머금고 삼각김밥의 한 귀퉁이를 베어 물었을 것이다.


가격이 비싸다고 말했지만, 학생 수준에서 비싼 가격이지 엄두도 못낼 가격은 아니다. 각 갤러리마다, 작가의 지명도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몇 십 만원 수준에서도 좋은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첼시의 유명 갤러리, 경매장에서 보던 작품들보단 확실히 가격이 저렴한 셈이다. 그렇다고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Volta도 뉴욕 미술 바닥에선 어느 정도 알아주는 아트페어다. 어느 정도 체에 걸러진 작품들을 몇 십 만원에 구할 수 있다면 괜찮은 조건이다.(물론, 재테크 관점에선 성장주를 사는 것이니,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우연히 참석했던 아트페어는 생각보다 붐비고 볼 것들이 다양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 상업성이 짙은 작품들이 거래된다는 점에서 첼시 갤러리와 비슷했지만, 아무래도 전 세계에 있는 갤러리들이 출품을 하기 때문에 첼시 갤러리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예를 들면, 일본 갤러리같은 경우에는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갤러리가 많았고 일본 특유의 아련하고 절제된 감정선을 내는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싱가포르 갤러리는 보다 원시적인, 동남아 원주민들의 주술용 공예에서 모티브를 따온듯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각자 '미술'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첼시 갤러리는 '뉴욕'의 현대미술을 보기 좋은 공간이라면, 아트페어는 전세계에 있는 작가들의 결과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각자 나름의 맛을 냈다.

매거진의 이전글신진 작가들의 산실, 첼시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