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미술의 끝판왕, 경매장

뉴욕 미술 여행(4)

by GOYA

- Sotheby's, Christie's A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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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레코드가 경신되는 곳, 경매장


$450,000,000.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의 가격이다. 이 작품을 사들인 사람은 바로 Mr. Everything,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다. 이 작품을 비롯해 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비싼 레코드를 가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도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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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와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미술품을 거래하기 위한 세 가지 창구가 있는데, 갤러리, 아트페어 그리고 경매장이다. 갤러리나 아트페어는 상대적으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거래한다. 갤러리에서도 비싼 작품들을 거래하곤 하지만, 레코드가 써지는 거래는 보통 경매장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경매장은 미술품 거래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유통체인이다. 뉴욕에는 대표적으로 Christie's와 Sotheby's가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작품들의 가격은 감정가 기준으로 수천 달러에서 4억 달러까지로 다양하다. 몇 억 달러의 밀렌 드 쿠닝, 다빈치, 세잔의 작품은 쉽게 살 수 없겠지만, 엔트리급 작품들은 나 같은 평범한 서민들도 용기를 얻으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물론, 신진 작가의 작품이거나 스크린 프린트 작품이다.)


경매장은 보통 경매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경매에 참여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작품들은 각 경매장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크리스티 경매장을 경매가 시작되기 전과 경매가 진행될 때 총 두 번 방문했고 소더비 경매장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 전시를 방문했다.

경매장은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거래하는 곳이다. 그래서 예상 가격이 작품 이름, 작가와 함께 적혀 있다. 얼마가 아니라 Range로 가격 범위를 밝힌다.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정보다. 그런데 계속 가격이 보이다 보니,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었는데 저렴한 작품은 넘기고 값비싼 작품들만 선택해서 보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안 보려고 계속 노력해도, 이름을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격 정보도 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를 포기했다. 가격으로 작품을 보는 것도 경매장이 주는 매력일 테니까.

경매장은 전시를 퍼블릭에게 공개하지만 전시가 주된 목적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내가 방문한 오후 시간에는 사람들이 없어 전시장을 온전히 나 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유명 작품이 아니라 미술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복잡한 미술관보다는 경매장이 더 나은 장소다. 몇몇 머리색이 하얀 백발 노부부가 와서 직원들에게 가격이나 여러 작품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는 모습을 보는 것도 경매장만이 주는 재미다.

20200304_152022.jpg 혼자 이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니!

내가 방문했던 3월의 경매는 비수기다. 경매장의 시즌은 보통 5월과 11월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다빈치의 작품 등이 보통 이때 거래된다. 내가 갔을 때는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등 20세기 작품들이 거래됐는데, 거래 가격은 몇 천만 원 정도였다. 의문이 들 것이다. 생각보다 작품의 가격이 저렴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장 미셸 바스키아 작품의 몇 번째 에디션을 판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바스키아나 워홀 작품의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갤러리가 고급 종이에 세세한 표현이 가능한 프린터를 통해 정교한 모조품을 한정판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100억 작품을 500장 찍어내서 한 장에 1억 씩 파는 식이다.

이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술시장에 큰 교란을 일으켰다. 과거에는 1억짜리 작품들을 사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런 한정판 에디션을 구입해 소장하면서 미술시장이 빈익빈 부익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중간한 부자들이 중진 화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대신, 이런 스크린 프린트를 구매한다. 이것들이 가격을 더 탄력적이고 인정받기도 쉽고 소장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내가 경매에 참여했던 날엔 이런 작품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20200304_153116.jpg 저 사람들, 작품의 가격을 물어본다.



모두가 알지만 입 밖으로 내보이기 싫은 것들이 세상엔 많다. 그것을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부른다. 경매장에 붙은 가격표는 저렴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격대가 상당하다. 내가 마트에서, 백화점에서 본 것과는 단위가 다르다. 몇 천만 원, 몇 억이 쉽게 거래되는 곳이 바로 경매장이다.

처음으로 내 모습을 되돌아봤다. 코트를 입을까 고민도 했지만, 추울 수도 있고 여러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 코트가 아니라 전천후로 입는 가벼운 패딩을 선택했다. 매일 편하게 입다 보니, 빛 바래기도 했고 조금 헤졌다. 어차피 이번 여행은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온전히 감상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행색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가 패딩을 입어도 드레스룸에 맡길 것이고 갑작스러운 추위보단 나았기 때문이다.

경매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분명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은 ‘한 사람이 들어왔다.’며 카운트하는 눈빛이었다. 내 감상에 끼어들지도 않았고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가격이 주는 위압감,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약간 긴장을 했다. 정말 좋은 자리였고 편안한 분위기였지만 내 차림이 옥에 티였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보다 형식적으로 와야겠다.


*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자면, 직원들은 내가 누군지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보안요원들은 내가 그들의 수입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마치 편의점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갈 때 느낌과 비슷하다. 알바는 신경 안 쓰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눈치가 보인다. 혹여, 이 글을 읽고 경매장 방문에 관심이 생긴 분이라면, 옷을 정갈하게 차려 입고 가길 권장한다. 어디서나, 장소에 맞는 의복이 있는 법이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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