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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Nov 01. 2020

베이스볼 엔지니어

야구로 세계를 봅니다.

2020년 World Series Winner, LA Dodger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의 동생, 백영수는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보험계리사를 준비하던 야구 유망주다. 그는 ‘로빈슨’이라는 이름으로 야구 커뮤니티에 칼럼을 기고하는 열렬한 야구광이기도 하다.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의 백영수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야구는 통계(혹은 수학)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스포츠기 때문이다. 통계에 기반한 선수 평가방법인 세이버매트릭스가 이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2020년에 우승한 LA 다저스의 프리드먼 단장,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에이스였던 맥스 슈어져 등도 세이버 매트릭스를 적극 활용하는 프런트, 선수들이다.

 이 다양한 선수 평가방식은 야구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일례로, 야구의 꽃인 홈런 타자는 비싸다.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지안카를로 스탠튼,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베이브 루스는 모두 홈런 타자들이다. 1년에 40 홈런을 쳐줄 수 있는 타자는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과 같은 빅마켓의 4번 타자를 담당한다. 오클랜드 어슬래틱스, 템파베이와 같은 스몰마켓 팀은 아쉽지만, 이런 타자를 로스터에 오래 둘 수 없다. FA를 신청하면서 선수가 자기 발로 나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페이롤을 감당할 수 없는 구단들은 이들을 매물로 좋은 유망주들을 데려온다. 이것이 MLB의 생태계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마이애미(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데뷔했지만, 그가 다저스 혹은 양키스 유니폼을 입을 것이란 사실을 의심하던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2020년 당당히 아메리칸 리그 정상에 오른 템파베이 레이스에는 그러한 선수가 없다. 없어도 그들은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다. 템파베이와 맞붙었던 팀들은 토론토, 뉴욕 양키스, 휴스턴이다. 모두 빅마켓팀이다.* 템파베이의 2020 시즌 페이롤은 5900만 달러로 그들과 월드시리즈에서 겨뤘던 LA 다저스의 두 선수, 클레이튼 커쇼(3100만), 무키 베츠(2700만/FA 계약 이전)의 연봉합과 비슷하다. 연봉으로는 큰 격차를 보이지만, 야구에서는 언더독의 반란이 꽤 종종 일어난다. 


이 둘은 2년 뒤,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번에는 동지로.


 바로 홈런타자가 야구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홈런은 팬들을 열광시키는 매력적인 한방이지만, 그 한방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리그 최고의 슬러거를 의무적으로 4번 타자로 기용해야 하는 빅마켓 팀과는 달리, 스몰마켓 팀은 이러한 압박에서 자유롭다. 3000만 달러의 스타에서 눈을 조금 낮추면, 생각보다 괜찮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컨택과 파워를 겸비한 비싼 타자가 아닌, 저렴하면서도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야구라는 스포츠에는 생각보다 많다. 그들을 잘 뽑아내는 것, 잘 길러내는 것이 야구팀의 능력이다. 이런 능력으로 야구판에서 인정받고 있는 팀으로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신선한 반란을 일으킨 템파베이 레이스와 머니볼의 오클랜드, 에이스의 요람 클리블랜드 등이 있다. 물론, 팀 페이롤이 메이저리그 2위인 빅마켓 다저스도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군림하기 위해 이런 야구의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지난번에 ‘미국이 남긴 인상’이라는 인턴 생활기 속에 야구 이야기를 녹여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재미있게 야구를 즐기면서 더 느끼게 된 것들이 있다. 이것들을 이 매거진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필자가 메이저리그에 대해 조예가 깊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세이버매트릭스를 적극 활용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들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게 야구는 하나의 세계다. 야구로 보는 세계, 나만의 새로운 야구를 소개한다.          


야구라는 단어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 투수가 던지는 볼 하나하나에서 드라마를 느낄 수 있다.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 - NC 다이 노즈 구단주, 김택진     


*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빅마켓 팀이냐는 물음이 들 수는 있지만, 빅마켓은 도시권의 크기로 결정된다. 토론토는 모두가 알다시피, 캐나다의 최대 도시이자, 북미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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