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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Dec 19. 2020

우리 집에서 야구할래?

나의 승률을 높이는 방법

홈런치기 좋은 경기장, 쿠어스 필드

 가정을 해보자. 우리는 축구 선수다. 우리 팀에는 키가 큰 골키퍼와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다. 반면, 상대팀은 날렵하지만 키가 작은 골키퍼와 좋은 미드필더진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 운동장을 만들면 좋을까? 

 

 ?     


 축구 경기장은 규격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이 질문은 틀렸다. 축구 선수와 감독에게 운동장은 바꿀 수 없는 Default값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은 치워두고 생각을 해보자. 우리 팀이 상대적으로 골키퍼와 스트라이커 역량이 뛰어나다면, 골대를 좁고 높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키가 작은 골키퍼는 골대가 높을수록 불리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중원 지역에서 밀린다면, 경기장의 허리 부분 폭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폭이 넓어지면 중원에서 들어오는 압박을 상대적으로 완화시켜 볼배급이 원활해질 것이다. 경기장을 바꾸는 게 축구에서는 대단히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야구에서는 가능하다.

     

 야구장 규격은 최소한의 기준만 존재한다. 1루와 2루 사이 거리는 어떻게 되며, 각도, 백스톱 등 경기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이 정해져 있을 뿐이다. 야구에서는 플레이의 일부인 파울 지역부터 외야까지 거리, 경기장의 모양, 외벽 등 같은 구장이 단 하나도 없다. 이는 야구장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것은 물론이고, 야구 본연의 다양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야구장 규격


 야구장의 형태가 빛을 발하는 건 바로 ‘팀컬러’다. 여러 스포츠에서 팀컬러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축구의 FC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는 짧은 패스를 위주로 하는 티키타카가,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게겐 프레싱이라는 압박 축구라는 팀컬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 팀컬러는 여러 선수들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개성이지, 그 팀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떠난다면, 리버풀은 게겐 프레싱이라는 압박 축구 팀컬러를 쉽게 잃게 될 것이다. FC 바르셀로나는 그 팀컬러를 꽤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지만,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뛰던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해서는 그 팀컬러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3~4명의 선수를 다른 팀에 넣더라도, 비슷한 팀컬러를 보일 것이다. 이는 팀컬러라기보다는 선수간 유기적인 플레이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야구장에 특성을 부여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물리적으로 외야 담장을 높이거나, 외야를 넓힐 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야구공, 상대적으로 긴 비거리 등으로 인해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오라클 파크는 베이와 붙어있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밤만 되면 수분을 머금은 공기 때문에 야구공이 잘 뻗지 않는다. 반면,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 필드는 높은 고도로 인해 플라이로 잡힐 공들이 담장을 곧잘 넘기도 한다.

모양이 많이, 정말 많이 다르다.


 홈팀은 이런 홈구장에서 시즌의 반을 치르니, 본 특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홈구장의 좌측 담장이 우측 담장보다 낮다면, 좌측 담장으로 홈런을 날릴 수 있는 좌타자 홈런왕을 영입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반대로 외야가 넓거나, 파울 지역이 좁아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면, 좋은 투수 영입이 더 좋은 효과를 줄 것이다.(그리고 좋은 성적을 무기로 시장가보다 조금 저렴하게 데려올 수도 있다.) 이처럼 같은 선수이지만, 어떤 환경(홈구장)에서 뛰는가에 따라 성적은 천치 만별로 달라진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파크 팩터라는 지수를 활용해 선수들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일반인은 3줄 이상의 수식은 쳐다보지 않는다. ‘안타수/타석수’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최고다.     


 모든 스포츠는 정해진 룰을 가지고 싸운다. 정해진 경기장에서 정해진 룰로 경기를 치른다. 이는 공평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공정하지는 않다. 출석을 부를 때, 항상 먼저 자리에 착석해있어야 하는 강 씨성을 가진 학생이라면 이 말에 공감을 할 것이다. 정해진 경기장에서 정해진 룰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경기를 치른다면, 항상 강팀만이 살아남는다. 강팀은 어제의 성적을 바탕으로 최고의 선수를 가장 비싸게 데려올 수 있다. 어제 강했던 팀은 오늘도 강하고 내일도 강하다.


 야구는 그렇지 않다. 뛰어난 선수들은 어디서나 뛰어나겠지만, 뛰어나지 않은 선수들도 어떤 구장에서는 뛰어날 수 있다. 장타력 있는 좌타자에게 좌측 담장이 낮은 홈구장은 홈구장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홈구장에서 만큼은 배리 본즈, 행크 애런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홈런타자가 될 수도 있다. 홈구장에 맞는 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려 경기를 한다면, 아무리 약팀이라도 양키스 혹은 보스턴에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야구가 가지는 여러 다양한 변수들이 약팀을 ‘강팀’처럼 변모시킬 수 있다.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환경)을 만드는 것, 야구가 인생에 주는 교훈이 아닐까.

          

 빌 게이츠가 다니던 사립학교에는 컴퓨터 클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밤에 몰래 다니던 워싱턴 대학교는 그에게 컴퓨터 사용을 허락합니다. 이것이 빌 게이츠가 MicroSoft를 설립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 말콤 글레드웰, 아웃라이어


*좌측 담장을 넘기기 위해서 우타자는 밀어쳐야 하고 좌타자는 당겨쳐야 한다. 당겨치기가 타자의 온전한 힘을 공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장타의 대부분은 당겨치기로 발생한다. 그리고 신체 특성상 모든 리그에서 우타자가 많다. 우측 담장이 낮은 것은 홈팀은 물론이고 상대팀도 유리하기 때문에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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