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창의력.

미국의 창의력, 그 원천은.

by GOYA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 단어로 쉽게 정의되는 나라는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할리우드의 나라, 엔지니어들에게는 실리콘밸리의 나라다. 그뿐이랴.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이 미국에 속해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지닌 미군은 전 세계에 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정말 다방면에서 최고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20190824_122506.jpg 펄럭이는 미국의 성조기


지금의 미국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창의력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의 시대는 미국의 시대다. 미국이 생각한 세계, 미국이 바라는 세계대로 세상을 굴러간다. 우리는 미국에서 발원한 창의력의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는 한국(삼성)에서 만들어졌을 뿐, 속은 미국 기술 천지다. 나는 인텔의 CPU,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등으로 이뤄진 컴퓨터에 마이크로 소프트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며 구글 크롬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즐기는 생활 전반의 것들을 미국이 지배하고 있다. 어려서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커서는 마블(디즈니)을 위시한 다양한 장르의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 식사라고 다를까. 이미 미국을 점령한 아메리칸 프랜차이즈들이 우리의 지갑을 반긴다. 한국 식당에 가도 미국 음료수를 시키는 게 다반사다. 핸드폰은 애플, Social Media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물류와 유통은 아마존 등 각 분야에서 최고를 외치는 기업의 국적은 대부분 미국이다.

Top_150_Companies_Reputation_Institute.jpg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기업들


이들이 세계 최고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일은 괜찮은 제품으로 가장 먼저 내보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차고 속에서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를 꿈꿨고 또 누군가는 모두가 컴퓨터를 사용할 날을 바랐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익숙하지만 15년 전 우리의 모습과 생각해보면 그간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공상이라고 치부받을 그들의 허황된 미래는 사회의 격려 속에서 자라나고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stevejobshome.jpg 혁신의 아이콘, 잡스의 차고

왜 이런 새로운 도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는 미국에서'만' 나타날까? 천재가 많아서? 인구가 많아서? 그렇다면 세계가 인정하는 IT인재들이 있는 인도, 인구수에서 인도에 절대 밀리지 않는 중국은 왜 이런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배출하지 못할까?*

교육이 뛰어나다느니, 미국이란 나라를 이룩한 개척정신이 창업 분야에서도 발현되고 있다느니, 돈이 많다는 등의 글을 쓰고자 함이 아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닌가. 세계 최고의 대학들은 전부 미국에 있고 미국의 개척 역사를 모르는 이도 아무도 없다. 미국이 돈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어차피 VC캐피털을 통해 들어오는 돈이고 그 영역은 미국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이런 분야는 나보다 더 전문적인 사람들의 몫이다. 다양한 데이터와 축적된 지식으로 날카롭게 중심을 파고드는 글은 내 체질이 아니다. 내가 본 미국의 기업, 미국의 창의성은 길거리에서 나온다.


미국 길거리는 한국과 참 다르다. 정말 많은 인종들이 있다. 내가 머무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보면, 국경이 멀지 않은 멕시코의 히스패닉 계열, 아프리카계 미국인, 백인,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거리를 거닌다. 이들은 같은 미국인이고 영어로 대화를 하겠지만, 집에서는 각자의 언어인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로 대화한다. 그들의 부모 혹은 조부모는 미국이란 나라와 다른 배경에서 살아왔을 것이다. 가정에서는 자신의 뿌리 문화를, 학교와 사회에서는 미국 문화를 배운다. 동양과 서양, 분명히 다른 가치관과 생각들이 내재화되면서 어떤 것도 가능한, 유연한 사고를 기른다.

MeltingPot-Akari.jpg 미국 다양성의 상징, 멜팅팟(Melting Pot)

이들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의 길거리엔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한국 거리에서 주로 보는 행인, 상인들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 거리와는 조금 다른 무리들이 있다. 길거리 투숙객들, 홈리스. 미국인이 아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정말 특이하다. 한국에도 노숙자들은 있다. 하지만 그들을 볼 수 있는 구역은 역 근처, 공원 등 한정적이다. 강남을 지나면서, 명동을 지나면서, 홍대를 지나면서 노숙자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만나더라도 정말 그 수가 많지 않고 조용하다. 그런데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그들이 어딜 가도 있다. 우범지역은 물론, 업무지역, 쇼핑지역, 주거지역까지 곳곳에 홈리스들이 자리를 튼다. 그들의 거처도 다양하다. 따가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누워서 냄새나는 옷, 쓰레기가 가득한 카트, 오물 등으로 자신의 구역을 표시한다.

merlin_155936898_bd7483c4-5b81-4e66-861b-db785b09cdac-jumbo.jpg 홈리스들이 거리를 점령한 모습, 미국이다.


그들은 마약 덕분인지 정말로 특이한 행동을 한다.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몇몇은 소리를 꽥 지르며 거리를 활보한다. 이런 사람들은 한국의 거리에서 거의 볼 수 없다. 나는 분명 불쾌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신선했다. 나는 말 그대로 특이한 사람을 만나본 경험이 없다. 항상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다녀와 취업 준비를 한다. 내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뿐이었고 특별하다고 해봤자,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들을 이용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들의 신선함이 미국 사회에 역동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리스들의 거처가 모여 있는 곳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한 경우나 위협적인 행동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이건 건장한 20대 남자의 시점이다.) 대부분 길에 누워 잠을 잘 뿐 내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은 없었다. 말을 거는 사람들은 대부분 간단한 물건들을 팔거나, 그냥 돈을 달라며 구걸하는 정도였다.


그들의 생활이 싫던, 좋던 미국인들에겐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홈리스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다. 미국에서 사귄 현지 미국인들은 길거리에 조금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차피 일정 나이가 되면 차를 타고 다니는 미국인들에게 홈리스는 그저 나무 조경처럼 상호교류를 하지 않고 그저 보이는 존재니까. 평범한 특이함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한다. 그렇게 새로운 문화, 새로운 기술이 태어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닐까.**



어둠이 있어야 밝은 빛도 있는 법


*중국은 BAT(Baidu, Alibaba, Tencent)라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있다. 그들이 세계 최고 수준임은 부인하고 싶지 않지만, 과연 그들이 없는 것을 만들었냐는 질문엔 물음표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 분명 20대 남자가 보는 관점의 홈리스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홈리스는 많이 다르다. 글을 읽고 홈리스를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 짓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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