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준비생의 LA

LA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by GOYA

로스앤젤레스 구석에 위치한 LOVE HOUR

Love Hour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동진 저자의 '퇴사 준비생' 시리즈의 포맷을 조금 차용했습니다.


매주 월, 목요일에 러닝 클럽에 나간다. 클럽 이름은 Koreatown Running Club으로 코리아 타운에서 주로 모인다. 이 클럽은 일주일에 4번 다른 장소에서 모임이 있다. 테마도 조금씩 다른데, 내가 가는 월요일, 목요일 모임은 저녁 8시 반에 윌셔대로를 큰 축으로 로스앤젤레스 길거리를 달린다. 올림픽로까지 가기도 하고 LA BREA지역까지 나가기도 한다. 코스는 항상 조금씩 다르다. 수요일엔 운동장 트랙을, 토요일엔 햇빛이 쨍쨍한 낮에 달린다.

윌셔 대로 한복판에서 수십 명의 러너들이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월, 수, 토요일에 모이는 장소는 평범하다. 월요일엔 윌셔대로 한복판에서, 수요일엔 운동장에서, 토요일엔 호텔 앞에서 모인다. 시간에 맞춰 이 장소들을 지나면 길거리 한복판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같은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시간 목요일에 모이는 장소는 조금 특이하다. LOVE HOUR라는 햄버거집 앞에서 모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조금 구석에 있었지만, 앞에 큰 주차장이 있어 사람들이 스트레칭을 하기 좋아서 여기에서 모였겠거니 생각했는데 조금은 참신한 전략이 숨겨져 있었다.


우리 크루들은 매주 목요일 8시 반에 코리아 타운 변두리에 위치한 햄버거집 LOVE HOUR앞에서 모인다. 약 30분 간 LOVE HOUR 앞에 있는 넓은 주차장에서 준비운동을 한 뒤, 자기가 뛰기로 한 마일에 맞는 코스를 달린다. 코스는 보통 3마일, 5마일 두 가지 옵션이 있다. 먼저 5마일 사람들이 출발하고 다음 신호에 맞춰 3마일 사람들이 코스를 달린다. 그 코스는 운동장의 트랙이나 한강의 그것이 아니라 정말 길거리다. 보행자들이 다니는 길거리. 그래서 길거리에 서있는 사람들이나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는 보행자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는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줄지어 달리는 우리를 응원한다. 달리기에 딱 맞는 코스는 아니라서 굴곡도 심하고 업힐, 다운힐도 있다. 그렇게 러너들은 정해진 마일을 돌고 나서 하나둘 다시 햄버거집인 LOVE HOUR로 돌아온다.


그들의 이면에 숨겨진 전략을 살펴보기 전에, 잠시 다른 햄버거 브랜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햄버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무엇인가? 햄버거는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맛도 좋고 각 문화에 맞게 변형도 쉽다. 기호, 문화에 따라 패티의 종류만 바꾸어주면 된다. 한국에서는 빵대신 라면, 밥을 이용해 햄버거를 만들기도 했으니 그 햄버거가 갖는 범용성은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세상에는 정말 많은 브랜드가 있다. 롯데리아, 버거킹, 인 앤 아웃, 파이브 가이즈, 셰이크 쉑 등등등. 하지만 햄버거의 대명사는 누가 뭐래도 맥도널드다. 미국인들은 맥도널드를 찾기보다는 셰이크 쉑, 인 앤 아웃 등 다른 햄버거 브랜드를 찾는다. 미국 사회에서 맥도널드는 어딘가 저렴하고 한국의 '김밥천국'처럼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때 주로 가는 식당이라는 인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롯데리아'가 받는 설움을 미국에선 '맥도널드'가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외면받는 맥도널드지만, 햄버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역시 ‘맥도널드’다.

미국 햄버거의 상징, 맥도널드.

어떻게 맥도널드가 햄버거의 권좌에 앉았을까? 저렴한 가격, 시장 점유율, 미국이라는 국적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맥도널드가 독보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마케팅’이다.


햄버거는 우리에게 건강한 이미지가 아니다.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고 패스트푸드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인앤 아웃 등의 햄버거 체인은 신선한 재료들로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햄버거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그 안에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 들어서라기보다는 음식을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문제다. 모든 문화가 비슷하겠지만, 특히 한국과 같은 동양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식사의 일부라고 여긴다. 국밥처럼 빨리 준비되는 음식은 서민음식이고 손님을 맞을 때는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음식을 대접한다. 음식의 재료와 맛도 음식의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시간으로 정량화되는 주방의 정성도 음식에 가치를 더하는 요소니까.

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타개하고자 햄버거의 대명사, 맥도널드가 선택한 방법은 '스폰서십'이다. 건강한 이미지를 제품으로 얻어낼 수 없다면, 마케팅으로 얻어내면 그만인 것이다. 맥도널드는 매년 열리는 거대한 스포츠 행사와 스폰서십을 맺는다. 맥도널드는 월드컵 스폰서, 올림픽의 Top 스폰서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즐겨 보는 프로 스포츠인 유럽 축구 리그, 메이저리그, NBA 등에서도 맥도널드 광고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프로 스포츠는 ‘건강’을 상징한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 속 사람들은 기운없고 맥없는 모습이 아닌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장애가 있어도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이다. 그들의 고객은 새로운 운동화를 신고 기능성 셔츠를 입으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건강미를 뽐내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주요 광고판인 스포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들 중 몸 관리를 게을리하는 선수는 없다.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눈문은 그들이 입고 있는 브랜드에 녹아들어 브랜드의 서사를 완성시킨다.


레스터 시티의 환희와 함께 한 King Power, 2016

프로 스포츠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프로 선수는 즐길 거리임과 동시에 아이돌이다. 그런 그들 옆에 맥도널드가 있다. 수많은 광고판이 맥도널드를 비추고 교대시간에 틀어주는 광고에는 신선한 재료가 들어간 햄버거가 나온다. 화면 밖에서 사람들은 그것을 멍하니 몇 시간 동안 응시한다. 같은 화면 속에 비친다는 것만으로 주는 ‘각인효과’는 상당하다. 분명 건강하지 않은 이미지의 햄버거지만, 스포츠와 함께하는 맥도널드는 어딘가 ‘건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의 스폰서, 맥도널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LOVE HOUR도 마찬가지다. 러닝 클럽의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 선수처럼 뛰어나지는 않다. 배가 나온 사람들도 많고 조금만 뛰어도 헐떡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운동을 하려고 나온 사람들이다.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배는 조금 나왔어도, 운동복을 정갈하게 챙겨 입은 사람들이 LOVE HOUR를 오간다. 무리 지어 달려 나가고 하나둘 다시 LOVE HOUR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들어온 많은 러너들이 땀이 마르지도 않은 채,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햄버거를 주문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햄버거 패티가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다.

뛰어난 아이돌보다 주위 사람들이 내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평범한 사람들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야, 그것으로 밥 벌어먹고사는 사람들이니 건강을 유지하고 몸을 단련시킨다.. 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이웃이 운동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앞선 핑계를 댈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생전 운동 한 번 안 해본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클럽에 나올 수 있을까? 의지의 차이지만, 몇십 년 간 우선순위에서 밀린 일을 앞으로 끄집어내는 것은 큰 동인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운동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그들이 찾아가는 햄버거집에 갈 수는 있다. 열심히 운동하는 러너들이 찾는 LOVE HOUR라는 햄버거집에.

햄버거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음식이지만, 그만큼 음식점도 무진장 많다.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비롯해서 영세한 햄버거집도 정말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튀기 어렵다. 들어가는 재료가 비슷하고 간단한 음식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많은 햄버거집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자 노력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거나, 사람들이 꾸준히 들려줘야 하는 마트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돈이 많은 햄버거집주인이거나, 프랜차이즈뿐이다. 영세한 자영업자가 임대료가 비싼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은 정말 무모한 도박이다.

그런 면에서, 러닝 클럽 유치는 최적의 마케팅이다. 러닝 클럽은 프로스포츠처럼 체계적이지 않지만, 많은 이들에게 건강한 이미지를 뿌리고 다니는 정말 좋은 그룹이 아닌가. 게다가 그들의 목적지도 똑같이 햄버거집이다.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던 일반인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는 곳도 LOVE HOUR다. 이들이 드나든다는 사실만으로도 LOVE HOUR는 존재감을 내기 충분하다.

LOVE HOUR의 주인과 KRC의 리더는 같은 사람이다. LOVE HOUR의 사장은 사장임과 동시에, 러너인 셈이다. 코리아타운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햄버거집이 맥도널드처럼 전 세계에 광고를 뿌릴 수는 없다. 그럴 이유도 없다. 그들의 타깃은 코리아 타운 주위에 사는 사람들. 좁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면 그만이다. LOVE HOUR가 러닝 클럽에게 제공하는 건 코어 시간에 주차장 일부다. 그것도 20분 남짓. 러닝 클럽에 약간의 돈을 지불했더라도 굉장히 좋은 마케팅 전략이다. 프로 스포츠만큼 전국구 파급력은 없지만, 적어도 한 구역에서 이 러닝 클럽이 LOVE HOUR에 주는 가치는 어쩌면 그 이상일 테니.


햄버거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맥도널드는 더 이상,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스폰서가 아니다. 공식 파트너로 한 단계 낮은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을 시작으로 40년 간 맺은 스폰서십을 마무리하는 셈.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평창, 일본,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올림픽의 시간이 미국과 정반대 기도 하고 올림픽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맥도널드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다.


사진 출처


맥도날드 브랜드 로고

Leicester city's premier league title win

NFL -Mcdonald's


매거진의 이전글기회의 화수분